안선주 "내 생애 최고의 해..늘 힘이 돼준 남편 고마워"

2014년 이후 4년 만에 JLPGA 통산 4번째 상금왕
2014년 결혼 후 처음 맛보는 상금왕 더 특별해
부모님, 남편 도움 없었더라면 할 수 없었던 일
한때 우울증에 시달릴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
"지난 3번보다 4번째 상금왕이 더 행복해"
  • 등록 2018-11-23 오전 6:00:00

    수정 2018-11-23 오전 6:00:00

지난 18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통산 4번째 상금왕을 확정한 안선주가 협회에서 마련해준 축하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JLPGA 인스타그램)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내 생애 최고의 해다. 잊을 수 없는 2018년이 될 것 같다.”

지난 18일 끝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다이오제지 엘리에르오픈에서 공동 5위에 오른 안선주는 4년 만에 통산 4번째 상금왕(1억7514만4885엔)을 확정했다. 그날 저녁 JLPGA 투어로부터 축하 케이크를 선물 받은 그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번졌다.

처음도 아닌 4번째 상금왕이기에 특별한 게 없어 보였다. 그러나 안선주는 “지난 한 주 동안 정말 쉽지 않았다”며 “일주일 사이 체중이 2~3kg이나 빠졌을 정도로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고, 밤에 잠도 잘 오지 않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상금왕이라는 무게는 컸다. 안선주는 지난 3번의 상금왕보다 4번째 상금왕이 더 기쁘다고 했다. 그는 20일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결혼 그리고 2016년과 2017시즌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낸 뒤 이룬 상금왕이기에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안선주는 2014년 JLPGA 투어에서 3번째 상금왕이 된 뒤 그해 12월 김성호(33)씨와 결혼했다. 그 뒤 부모님을 떠나 남편과 함께 투어 활동을 해온 그는 결혼 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기대만큼의 좋은 성적이 내지 못하면서 부담을 느꼈다. 무엇보다 결혼이 성적 부진의 원인으로 보이는 게 싫었다.

성적은 나무랄 게 없었다. 2016년엔 2승, 2017년 1승으로 상금순위 9위와 10위로 끝냈다. 그러나 2006년 KLPGA 정규투어를 시작해 단 한 번도 상금순위 톱5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었던 안선주였기에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운동선수가 보여줄 건 성적밖에 없다. 그런데 결혼하고 난 뒤부터 이전보다 좋은 성적이 나지 않았다”면서 “나쁜 성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결혼 이후 성적이 떨어졌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선주는 더 열심히 했다. 프로골퍼 출신인 남편 김 씨와 투어 활동을 하면서 잘 해보기 위해 더 안간힘을 쏟았다. 하지만 점점 뒤로 밀리는 성적은 스트레스가 됐다. 결국, 안선주는 우울증에 시달리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그는 “2016년부터는 약을 먹지 않고서는 잠을 잘 수 없을 지경이 됐다”면서 “모든 게 성적에 대한 부담 때문은 아니었지만, 행여 그 책임이 남편에게도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마음마저 더해져 더 힘이 들었다”고 고통스러웠던 지난 2년을 돌아봤다.

올해는 부상까지 그를 괴롭혔다. 2015년 시작된 목 디스크는 2~3개월 전부터는 더 심해졌고, 손목에 물이 차는 부상도 쭉 달고 살았다. 안선주는 “올해 같은 상황에서 성적이 나지 않았더라면 아마 포기했을지도 모른다”면서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못해도 실망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마음을 비웠고, 다시 찾은 상금왕은 그동안의 힘들었던 시간을 참고 이겨낸 보상인 것 같다”고 자신을 위안했다.

4번째 상금왕이 된 안선주는 “나 혼자의 힘으로 되지 않았다”며 부모님과 남편 그리고 옆에서 도움을 준 매니지먼트에게도 특별한 마음을 전했다. 안선주는 “제가 고집이 엄청 세고 승부욕이 강한데 그건 아빠를 닮아서 그렇다. 아빠도 지는 걸 엄청 싫어하신다”며 “어렸을 때는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 아빠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그런 아빠가 아니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남편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골프선수는 혼자의 힘으로 정상에 오를 수 없다”며 “늘 경쟁해야 하는 골프선수의 특성 상 경기 때면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데 그럴 때도 남편은 옆에서 날 위로하고 힘을 줬다. 무엇보다 가장 힘든 시기를 함께하면서 ‘사람이 어떻게 완벽하냐’며 이해해주고 응원해준 남편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고 직접 하지 못한 고마움을 에둘러 표현했다. 남편에겐 미안한 마음도 내비쳤다. 그는 “결혼 초기에 남편은 평범한 아내가 돼주길 바랐다. 그러나 골프를 내려놓지 않고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면서 “결혼 초기엔 그런 문제도 다툰 적도 많았지만, 결국 남편이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나 줬다. 그런 남편에게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안선주는 4번째 상금왕은 혼자의 힘으로 이룬 게 아니고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이룬 결과라는 점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그러면서 “프로골퍼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과 달리 외로움과 싸워야 하는 직업이다”면서 “코스 밖에선 많은 도움을 얻지만, 코스 안에선 모든 결정을 혼자 해야 하고 그 결정에 따른 책임은 선수가 져야 한다. 그만큼 성취감도 크지만, 반대로 피로감도 빨리 느끼는 게 골프선수다. 먼 훗날 오늘을 돌아보면 특별한 기억을 남을 것 같다”고 또 한 번 주변에 감사를 전했다.

22일부터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대회 리코컵 투어 챔피언십을 치르고 있는 안선주는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는 “이제 목표는 2승을 채워 JLPGA 투어 영구시드를 받는 것”이라며 “내년에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안선주 JLPGA 투어 2018년 성적 및 통산 기록

상금순위 1위 1억7514만4885엔(약 17억4760만원)

통산 상금 10억4134만8451엔(약 103억9000만원)

상금왕 4회 (2011, 2012, 2014, 2018)

우승 5회 (요코하마 타이어 PRGR 레이디스, 야마하 레이디스오픈, 니혼햄 클래식, 니토리 레이디스 토너먼트, 노부타그룹 마스터스GC 레이디스)

통산 우승 28회(2010년 4승, 2011년 4승, 2012년 3승, 2013년 2승, 2014년 5승, 2015년 2승, 2016년 2승, 2017년 1승, 2018년 5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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