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관찰 예능, 'WHO'가 아닌 'HOW'..시청자의 눈이 높아졌다

  • 등록 2014-09-17 오전 8:27:38

    수정 2014-09-17 오전 8:27:38

‘룸메이트’ 시즌1(사진=SBS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군대를 가고, 등교를 한다. 출근을 하고 아이를 키운다. 나 혼자 살고 한집살이도 한다. 결혼도, 재혼 생활도 즐긴다. 외국 남자와 연애를 하고, 여행을 떠나 또 다른 자아를 끄집어내기도 한다. 요즘 TV는 ‘진짜’를 관찰하는 예능프로그램으로 넘친다. 시청자들의 눈도 높아졌다. ‘누가’ 나오느냐의 ‘WHO’를 묻던 시청자들은 ‘어떻게’ 보여줄 것이냐의 ‘HOW’를 따지기 시작했다. 섭외 만능 시대는 저물고 제작 역량에서 답을 찾는 시대가 왔다.

△WHO보다 중요한 건 ‘섭외 그 후(後)’

리얼 관찰 예능프로그램은 섭외가 관건이다. ‘대세’를 선점하고 ‘원석’을 발굴하는 제작진의 노력은 고됐다. 그럴듯한 섭외를 완성해도 일회성 이슈 몰이에 그치는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섭외 그 후의 일이 간과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SBS 예능프로그램 ‘룸메이트’가 그 예다. 최근 종방된 시즌1은 초반 배우, 가수, 개그맨, 방송인, 운동선수 등 다양한 연령층, 직군의 사람들로 구성된 ‘드림팀 라인업’을 선보였지만 조화롭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NE1의 박봄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하차한 당시 ‘룸메이트’는 이렇다 할 마무리 없이 방송을 이어갔다. 이후 낚시 편집, 부적절한 방송 내용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

시즌2로 변화의 물꼬를 튼 ‘룸메이트’는 역시 섭외에 몰두했다. 개그우먼 이국주부터 첫 리얼 예능 도전인 배우 배종옥, 영화 ‘명량’으로 1700만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은 일본 배우 오타니 료헤이까지 섭외에 성공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섭외 갑(甲)’으로 통할만큼 저력을 보여줬다. 다만, 스토리텔링에 얼마나 짜임새 있는 구성을 완성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연출자 박상혁 PD는 “일단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앞으로 출연진들이 만들어주는 이야기에 충실히 따를 생각이다”고 밝혔다.

‘꽃보다 청춘’ 라오스편.(사진=tvN 제공)
△섭외에 대한 접근, 발상의 전환

차별화로 성공한 사례도 있다. 케이블채널 tvN 해외배낭여행 프로젝트 ‘꽃보다’ 시리즈의 완결편인 ‘꽃보다 청춘’이다. 윤상 유희열 이적 등 뮤지션 3인방의 페루 여행기와 배우 유연석 손호준, 그룹 B1A4 바로가 뭉친 라오스 여행기다.

섭외에 특별할 것은 없었다. 유희열 이적 윤상 모두 “함께 가고 싶은 여행 멤버가 있느냐”는 질문에 서로의 존재를 예상했다. 연출을 맡은 나영석 PD가 방송 초반 시청자들에게 “이렇게 뻔한 섭외를 해서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연석 손호준 바로는 ‘응답하라 1994’로 시청자에게도 익숙한 조합이다.

결과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배려의 아이콘’으로 거듭난 유희열, 제 몸 던져 웃음을 준 이적 등 훈훈한 모습뿐 아니라 윤상이 ‘민폐 캐릭터’로 전락하는 부정적인 분위기도 드러냈다. “윤상을 이기주의자로 몬 제작진의 편집이 악의적이다”라는 혹평이 쏟아질 정도였다. ‘배낭여행이 처음’이라는 손호준과 바로는 배우로, 가수로 만났던 모습과는 정반대의 매력을 엿볼 수 있었다. ‘꽃보다 청춘’은 좋은 모습이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건, 그만큼 멤버들에 대한 새로운 면을 부각시키는데 성공했다.

윤상.(사진=‘꽃보다 청춘’ 캡쳐)
△HOW에 대한 고민, 진정성을 찾다

‘룸메이트’나 ‘꽃보다 청춘’ 외에도 MBC ‘나 혼자 산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종합편성채널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등 안방극장엔 리얼 관찰의 포맷을 딴 예능이 많다. 프로그램이 의도대로 출연지의 진실된 모습을 전하고 시청자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제작진의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상파 예능국의 한 PD는 “리얼 관찰 예능에서 ‘관찰자’는 제작진이다. 군대를 다녀오건 아이를 키우건, 가장 먼저 그들을 관찰하고 느끼는 것은 촬영 스태프나 편집자다. 모든 콘텐츠는 섭외 그 후의 스토리텔링에 대한 책임감으로 승패가 갈릴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런 의미에서 ‘꽃보다 청춘’은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보여준 프로그램으로 손꼽힌다. 여행에 나선 이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출연진이 보여지는 시선은 천차만별이 된다. 첫 방송 후 부정적인 여론에 휩싸인 윤상은 다음 회에 제작진이 공개한 그의 진솔한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이해해야하는 사람’으로 거듭났다. 윤상을 비롯해 ‘꽃보다’ 시리즈의 출연을 한번쯤 고민했던 많은 주인공들이 “제작진에게 고맙다”는 후문을 들려주는 이유다.

한 지상파 예능국 PD는 “낯선 사람에게서 뻔한 모습을 보는 것보다 익숙한 이들에게 낯선 이야기를 듣는 것이 더 큰 감동과 반전을 안기는 것 같다. 트렌드가 빨리 바뀌고, 유행이 정신없이 소비되는 시대일수록 무엇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의 접근에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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