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우의 새털 베이스볼]유한준, 왕관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 남자

  • 등록 2015-07-11 오전 9:55:22

    수정 2015-07-11 오후 2:16:41

유한준. 사진=넥센 히어로즈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야구기자 한 지가 벌써 16년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동안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었는데요. 제가 겪어 본 그 ‘사람’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사적인 잣대로 들여다보는 것이 목적입니다. 사람의 기억은 모두 다르게 적히기 마련이니까요. 기사처럼 객관성을 애써 유지하려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느낀 바를 솔직하게 적어볼 생각 입니다. 그저 ‘새털’ 처럼 가볍게 읽어봐 주시고, ‘아! 그렇게도 볼 수 있구나’ 정도로만 여겨주셨으면 합니다. 오늘은 새털데이(Saturday)니까요.

유한준선수는 야구를 참 잘 하는 선수입니다. 믿을만한 타격과 빼어난 수비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그는 언제나 팀에 없어선 안될 중요한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통산 기록을 보면 재미있는 점을 한 가지 발견합니다. 유한준 선수가 규정 타석을 채우며 3할 타율을 기록한 것은 입단 8년만인 2014년이 처음이었습니다. 이전 최고 기록은 2할9푼1리(2010년)였습니다.

야구 통계의 새로운 시대를 연 세이버 매트릭스에서 타율은 그다지 신뢰성을 갖지 못하는 스탯으로 평가 받는다죠. 하지만 야구계에서 3할 타자와 그렇지 못한 타자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3할 언저리까지는 가지만 정작 3할 타자가 되지 못하는 타자들은 나름의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먼저 재능형. 재능은 있지만 노력이 부족한 선수입니다. 흔히 말하는 ‘아름다운 일주일’ 같은 단기 활약이 매우 많아 대단한 성적을 내고 있는 것 같지만 타율을 살펴보면 2할8,9푼 정도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슬럼프가 길기 때문이죠.

두 번째는 노력형입니다. 매우 성실하고 열심히 합니다. 하지만 3할이라는 산은 그들에게 넘기 힘든 큰 장벽 입니다. 타고나지 못한 재능을 탓하며 그저 딱 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유한준 선수도 한 때 두 번째 유형의 선수로 평가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달랐습니다. 그 이상을 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 선수였습니다. 타고난 것이 분명 그 이상이었던 것입니다.

넥센의 스타일이 유한준의 숨겨진 재능을 살려낸 것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넥센은 슬럼프에 빠지면 때론 무모해 보일 정도로 휴식 시간을 가집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감을 되찾는 시간으로 삼습니다. 어찌됐건 지난 2년 간 이 방법으로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유한준 선수도 지난해를 기점으로 확실히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됐습니다.

이제 그는 타율 1위 경쟁을 하는 선수가 돼 있습니다. 타율이 3할6푼이 넘습니다. 10일 현재 타율 3할6푼1리 17홈런 60타점을 기록중입니다.

막연하게 상상해 보면 3할6푼 타자는 그저 하루 종일 입 꼬리가 올라가 있을 것만 같죠. 남들이 함부로 오르지 못할 영역에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최근 그의 얼굴은 썩 좋은 편이 아니더군요. 표정도 밝지 않고 얼굴색도 좋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듣고 나서는 조금 이해가 됐습니다.

“그 이상을 해봤기 때문이죠. 의식하지 않았는데 거기서 내려오고 싶어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보다 높은 곳에서 내려오기 싫고, 내려오니 경쟁도 해야하고, 이것도 참 힘드네요.”

그리고 이 착한 선수는 다른 선수들 생각도 잊지 않았습니다. “근데 어디가서 말도 못한다는게 더 힘들어요. 이런 경험을 안 해본 선수들이 제 얘기를 들으면 말도 안된다며 화를 내겠죠. 그저 혼자 끙끙 앓고 있을 수 밖에 없어요.”

예전 한 드라마 카피가 떠올랐습니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그렇습니다. 이제 유한준 선수의 앞에는 왕관이 놓여 있습니다. 원하건 원하지 않건 대관식에 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시즌 후에 가려집니다. 유한준 선수도 굳이 피할 마음은 없어 보이구요.

그렇다면 그 무게를 견디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의 성실함과 노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만에 하나 실패한다면?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시간은 그가 다음 단계로 업그레이드 되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될거란 것 만은 분명하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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