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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썩한 두 작품이 휩쓸고 간 뒤에 개봉되니 흥행 성적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베테랑’도 자신 없는 작품이 아니었던지라 약 2주의 예열 기간을 입소문으로 달굴 모양새다. 계산은 성공적이다. 재벌3세 조태호(유아인 분)와 형사 서도철(황정민 분)로 구분되는 ‘베테랑’ 속 진영은 단순한데 흥미롭다. 흑과 백, 옳고 그름의 뻔한 이원 논리가 아니어서다. ‘악(惡)’과 ‘의(義)’의 가치 충돌에서 파생되는 사건, 그 안의 사람 이야기를 그렸다. 그래서 ‘베테랑’은 나쁜 사람은 저지르고 착한 사람은 당하는 갑과 을의 속터지는 싸움이 아니다. 잘 보면, 악을 행하는 자가 쫓기고 옳은 일에 앞장서는 자가 웃는 통쾌한 사회가 담겼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좋게 봐주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웃음) 군더더기 없는 영화라는 호평은 배우들에게 감사해야 할 부분이에요. 저는 배우들이 연기하는대로 담기만 하면 됐거든요. 감독으로서 정말 편한 작품이었죠.”
‘짝패’의 맨몸 액션, ‘부당거래’의 메시지, ‘베를린’의 비범함을 버무린 ‘베테랑’은 잘 빠진 범죄액션장르로 소문이 났다. ‘액션 키드’로 어려서부터 성룡 영화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꿈을 키웠던 그의 정신적, 경험적 내공이 엿보였다. ‘맨 땅에 헤딩’처럼 뛰어든 실감나는 액션 신, 유치한데 웃음이 나는 슬랩스틱, 반전부터 풍자까지 담고 있는 블랙코미디가 모두 스며있는데 보기에 부담이 없다.
“시나리오 쓸 때부터 황정민, 오달수, 유해진, 정웅인, 유아인 모든 배우를 염두에 두고 작업했거든요. 그때부터 이 영화는 배우들을 위한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만들면서 더 확신을 갖게 됐어요. 영화를 보고나서는 ‘역시, 우리가 이렇게 좋았구나’라는 뿌듯함을 느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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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황정민이 참 좋아요. 후회 없이 쏟아내는 배우거든요. 연기할 때 모든 열정을 붓고, 끝난 다음엔 굉장히 쿨 하죠. 그런 부분이 잘 맞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도 좋지만 인간적으론 더 훌륭합니다. 실제로 서도철 형사처럼 정의감도 넘치고, 불의를 못 참는 성격인데 저도 행동으론 좀 못 미쳐도 생각은 비슷하거든요.(웃음)”
“보통 엔딩 크레딧은 제작, 감독, 각본, 연출 이런 부분부터 올라가는데 ‘베테랑’은 배우들부터 이름을 올렸어요. 제가 배우들에게 바치는 일종의 헌정 영화라고 해야할까요. 관객 분들도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저와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거라 확신합니다.”
‘베테랑’엔 황정민, 유아인, 오달수, 유해진, 장윤주 등을 비롯해 스크린에 떴다하면 화면을 훔치는 ‘명품 조연’과 존재감 확실한 배우들의 깜짝 출연이 줄 짓는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베테랑’은 내달 5일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