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을 만든 눈물 그리고 아빠의 인생

  • 등록 2017-01-17 오전 6:00:00

    수정 2017-01-17 오전 6:00:00

이호준(오른쪽).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올 시즌 뒤 은퇴를 선언한 이호준(41.NC)은 야구 실력 못지 않게 응원가로도 유명하다. 오기택의 노래로 잘 알려진 ‘아빠의 청춘’이 그의 주제가다. 고참으로서 후배들을 잘 이끄는 모습이 마치 아버지를 연상시킨다고해서 따라오게 된 응원가다.

하지만 아빠의 청춘은 단순한 응원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금의 야구 선수 이호준을 만든 원동력이 바로 ‘아빠’이기 때문이다.

이호준은 한 때 재능‘만’ 있는 선수였다. 대학과 프로 사이에서 스카우트 분쟁이 일어났을 정도로 빼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였지만 그만큼의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그런 그를 붙잡아 세운 세 번의 순간이 있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아빠’가 있었다.

이호준의 아버지는 그의 1호 팬이다.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이호준을 응원하고 도왔다. 하지만 어린 이호준은 야구 보다 노는 것이 좋았다. 경찰이던 아버지는 완력까지 써 가며 이호준을 가르치려 했지만 그 때마다 생기는 건 반발심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호준은 아버지의 눈물을 보게 된다. 훈련에서 도망쳐있다 돌아 온 어느 날 아버지는 “내가 어떻게 하면 네가 야구에 전념할 수 있겠느냐”며 울었다. 이호준은 그 날 처음으로 야구를 제대로 해봐야겠다고 마음 먹게 된다. 그 결과가 1998시즌 3할3리의 타율과 19개의 홈런이었다.

두 번째 계기는 아들이 만들었다. 첫 아이의 아버지가 된 이호준은 이번엔 아내의 눈물을 보게 된다. 다른 집 엄마들은 조금이라도 좋은 것을 입히고 먹이려고 신경쓸 때 이호준의 아내는 가장 싼 것만을 찾아야 했다. 먹고 살기 빠듯한 연봉으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호준은 그 때 두 번째 각성을 하게 된다. 2001시즌 2할3푼4리였던 그의 타율은 이듬해 2할8푼3리로 뛰었고 홈런도 23개가 됐고 2004시즌엔 36개의 홈런으로 102타점을 쓸어담으며 생애 첫 타점왕에 오른다. 당시 SK 1루엔 최고참 김기태를 비롯 강혁 등 스타플레이어들과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이 몰려 있었다. 하지만 가장 빛난 것은 이호준이었다.

세 번째 눈물은 딸에게서 나왔다. 하루는 학교를 다녀 온 딸이 그에게 물었다. “아빠가 최정 삼촌보다 야구 잘하지?” 이호준은 아무 생각 없이 “아니, 최정 삼촌이 더 잘하지”라고 답했다. 그러자 딸은 한참동안 눈물을 흘렸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아빠가 이제는 야구를 잘 하지 못한다고 놀렸던 것이다. 잦은 무릎 부상으로 조기 은퇴까지 생각했던 이호준이다. 하지만 딸의 눈물을 본 뒤론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그 각오가 마흔 넘어서까지 야구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제 그의 야구 인생은 1막을 접으려 하고 있다. 늘 최고였던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의 이름으론’ 늘 최선을 다했던 이호준. 그의 인생에 브라보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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