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화되는 사재기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 [음원 사재기 실태 ②]

  • 등록 2018-04-26 오전 7:00:00

    수정 2018-04-26 오전 9:12:40

사재기 브로커가 해킹을 통해 음원 유통사 ID를 빼돌리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불법으로 제작된 어플리케이션은 아이디가 축출되는 만큼 게이지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데일리 스타in 박현택 기자] “공격과 수비의 역사죠.”

이데일리가 만난 음원 사재기 브로커의 설명이다.

사재기의 방식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음원 유통사들은 자체 모니터링을 통한 차단, 방어를 위한 기술개선으로 이를 막는다. 그 때마다 사재기 브로커들이 허점을 찾아내 뚫는 식이다. 방어가 상대의 공격력을 높여주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은 음원 유통사들을 허망하게 만들 법하다. 브로커들은 이를 위해 전문 해커를 고용하기도 한다.

사재기 브로커 A씨는 “사재기의 ‘완벽한 근절’은 없다”며 “강력한 보안책을 마련해도 수개월 내에 더 우월한 조작 방식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A씨는 “최근 논란이된 가수 닐로의 사재기 의혹에 대해 멜론이 ‘비정상적인 움직임은 없었다’면서도 ‘사재기는 없었다’고 단언하지 못하는 이유도 그래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에 사용된 사재기 방식은 불법 아이핀 구입을 통한 가짜 본인인증이다. 국내 음원사이트 강자인 멜론을 예로 들면 신규 회원으로 가입하는 방법은 2가지다. 본인 명의 휴대폰으로 전송된 인증번호를 입력하는 방식과 보유 중인 카카오 계정으로 회원이 되는 방식이다. 브로커들은 후자를 선택한다. SNS 계정은 개인이 입력한 이메일 주소에 번호를 전송하는 방식으로 인증을 요구하기 때문에 계정을 늘리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카카오 계정으로 멜론에 접속한 후 음성적으로 구입한 아이핀으로 본인인증을 받아 이용권을 구입한다.

스트리밍과 다운로드가 가능해져도 브로커와 유통사간의 ‘공격과 수비’는 계속된다. 유통사는 스트리밍의 경우 한 아이디당 1시간에 1회만 파트에 반영한다. ‘무한 스트리밍’을 방어하기 위해서이다. 브로커들은 1시간 전후 길이의 재생리스트를 만들어 ‘작업 곡’을 리스트에 1회 삽입한다. 또한 다른 아티스트의 곡을 무작위로 채워넣거나 ‘또 다른 작업 곡’을 넣어 스트리밍을 돌리는 수법을 사용한다.

베일에 쌓인 브로커 간에도 ‘불문율’이 있다. 브로커들은 무턱대고 순위를 올리기보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음원 성적에 조작한 점수를 얹는다. 그럴듯한 자연스러운 순위에 해당 가수의 이름이 올라간다. 무명 신인을 1위에 올려놓거나 지나치게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순위를 올려놓으면 뒤탈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자제한다.

◇ “돌려받고, 혜택받고, 안전하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음원사재기 근절대책이나 업계의 음원 유통사의 자정 노력에도 사재기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는 이유는 비용 대비 효과 때문이다. 음원 사재기는 아이디 1만개 당 1억~1억5000만원의 시세로 거래되고 있다. 멜론 차트 ‘누가 들었나요- 24시간 누적’ 기준 실시간 차트 1위에 오르는 가수들의 음원 이용자수는 50만~100만 선을 이루고 있다. 시간당 평균 2만~4만의 이용자가 확보된다면 실시간 차트 5위권 진입이 가능한 것으로 추산된다. 1만개의 아이디는 충분히 유의미한 순위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수치다.

역설적으로 투자 비용 중 일부를 회수할 수 있어 사재기를 부추긴다. 음원 사용료는 일반적으로 제작자가 절반 가까운 비중을 가져간다. 현행 징수규정에 따르면 스트리밍의 경우 제작자의 몫은 44%다. 묶음 다운로드 상품은 52.5%를 제작자가 챙긴다. 사재기를 통해 음원의 차트 순위가 상승하면 일반 음악팬들의 이용을 늘릴 수 있고 자연스럽게 행사, 방송 출연 등의 기회로 이어진다. 한번 쌓인 인지도는 이후 활동에도 차트 순위, 출연 기회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광고라도 찍게 되면 큰 이득을 볼 수 있다.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닌 셈이다. 거액을 들여 제작했지만 주목받지 못한 채 사라지는 노래와 가수가 허다한 점을 감안하면 거절하기 어려운 달콤한 유혹이다.

실체는 있으나 단속은 어렵다. 이미 2013년 SM·YG·JYP엔터테인먼트와 스타제국이 사재기 브로커를 직접 검찰에 고발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된 전례가 있다. 2016년에는 ‘음악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돼 사재기에 대한 법적 처벌 근거가 마련됐지만 단속의 실효에는 물음표가 붙어있다.

24일 네이버가 아이디당 댓글 3개로 제한한다는 조치를 내놓으면서 아이디가 무한히 생성되는 트위터 등 소셜로그인을 전부 막지 않았다. 이 배경은 멜론이 카카오 계정으로 통한 아이디 생성을 열어둔 것과 닮았다. 멜론은 이데일리의 이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 “조만간 카카오 계정 생성도 휴대폰 인증 절차를 도입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음원 차트 등 공신력에 대한 기대가 크고 그 영향력이 막대함에도 그 운영이 민간업체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어 가능한 범위에서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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