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예견된 '설강화' 논란…수용자 목소리 더 생각했어야

18일 첫방 '설강화', 제작 단계부터 우려됐던 것 터져
방송 후 네티즌들 거센 항의
제작진 의도보다 시청자들 시각 생각했어야
  • 등록 2021-12-21 오전 8:53:23

    수정 2021-12-21 오전 8:53:23

‘설강화’(사진=JTBC)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결국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제작 단계에서부터 시놉시스가 유출돼 민주화 운동 폄훼 논란에 휩싸인 JTBC ‘설강화’가 드라마 공개 후 더 큰 역풍을 맞고 있다. 이미 충분히 시청자들의 불편함을 인지했던 제작진이 사전에 우려했던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결과물을 내놓았다는 이유로 항의는 더 커지고 있다.

지난 18일 첫 방송된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자대학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수호(정해인 분)와 서슬 퍼런 감시와 위기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 영로(지수 분)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이 작품은 제작 단계인 지난 3월부터 간첩을 미화하고 민주화 운동을 폄훼한다는 의혹을 사며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제작진은 드라마의 내용 일부를 공개하고 “민주화 운동을 다루는 드라마가 아니며, 남녀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대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드라마를 예정대로 제작했고 편성했다.

‘설강화’가 시대적 배경이나 사실보다는 남녀의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고는 하지만, 지난 1~2회에서는 대중이 우려했던 요소들이 곳곳에 등장하며 여전한 불편함을 남겼다. 남파 간첩으로 설정된 남자주인공이 안기부에 쫓기다 여자 기숙사에 숨어들었고, 거기서 만난 여학생들이 그를 운동권 학생으로 오해해 숨겨주는 장면이 그려졌는데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당시 수많은 운동권 학생들이 간첩으로 몰려 피해를 입은 만큼 이런 설정은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고 트라우마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자주인공도 문제가 됐다. 애초 여자주인공은 ‘영초’라는 이름으로 설정됐는데, ‘영초언니’로 유명한 민주운동가 ‘천영초’를 연상케 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 이름을 ‘영초’에서 ‘영로’로 변경했지만 논란은 잠재워지지 않고 있다.

‘설강화’ 측은 논란이 제기됐을 때부터 제작발표회까지 “모든 인물과 설정은 가상”이라며 “이런 부분들은 방송을 통해 직접 보고 확인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문제는 제작진이 자신들의 의도를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은 듯한 결과물을 내보였다는 것이다. 이미 드라마 초기 설정에 대해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드러나 있었는데도 결과물은 애초 알려진 것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제작진은 “의도가 없다”, “진심을 알아달라”고 해명만 할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어떤 부분에서 불편해 하는지 이해하고 설정과 장면 연출 등에 더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시청자는 드라마의 소비자이면서 평가자다. 제작한 콘텐츠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채널 선택을 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강도 높게 비판을 하고 여론을 형성한다. 이미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설강화’에 대해 ‘폐지’라는 극단적인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앞서 논란 속 드라마가 중간에 ‘폐지’된 경우도 있었고 조기 종영된 사례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방송이 지속되면서 논란이 가라앉는다면 초반 논란은 오히려 시청률에 득이 될 수 있다. 논란이 있더라도 이를 수습하고 작품, 스토리에 대한 확신을 갖고 끌고 가는 건 콘텐츠 산업 측면에서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스토리와 별개로 ‘설강화’가 어떤 길을 갈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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