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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첫 방송된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자대학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수호(정해인 분)와 서슬 퍼런 감시와 위기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 영로(지수 분)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이 작품은 제작 단계인 지난 3월부터 간첩을 미화하고 민주화 운동을 폄훼한다는 의혹을 사며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제작진은 드라마의 내용 일부를 공개하고 “민주화 운동을 다루는 드라마가 아니며, 남녀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대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드라마를 예정대로 제작했고 편성했다.
‘설강화’가 시대적 배경이나 사실보다는 남녀의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고는 하지만, 지난 1~2회에서는 대중이 우려했던 요소들이 곳곳에 등장하며 여전한 불편함을 남겼다. 남파 간첩으로 설정된 남자주인공이 안기부에 쫓기다 여자 기숙사에 숨어들었고, 거기서 만난 여학생들이 그를 운동권 학생으로 오해해 숨겨주는 장면이 그려졌는데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당시 수많은 운동권 학생들이 간첩으로 몰려 피해를 입은 만큼 이런 설정은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고 트라우마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자주인공도 문제가 됐다. 애초 여자주인공은 ‘영초’라는 이름으로 설정됐는데, ‘영초언니’로 유명한 민주운동가 ‘천영초’를 연상케 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 이름을 ‘영초’에서 ‘영로’로 변경했지만 논란은 잠재워지지 않고 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앞서 논란 속 드라마가 중간에 ‘폐지’된 경우도 있었고 조기 종영된 사례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방송이 지속되면서 논란이 가라앉는다면 초반 논란은 오히려 시청률에 득이 될 수 있다. 논란이 있더라도 이를 수습하고 작품, 스토리에 대한 확신을 갖고 끌고 가는 건 콘텐츠 산업 측면에서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스토리와 별개로 ‘설강화’가 어떤 길을 갈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