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드러낸 韓 비극적 역사…'파친코' 흥행의 의미[스타in포커스]

'파친코', 시즌1 끝나자마자 시즌2 제작 확정
"관심 받지 못한 한일 민감한 역사 훌륭히 그려내"
인디와이어 등 외신, '파친코' 에미상 후보 점치기도
"경계인의 눈에서 탄생한 한국 역사…그 자체로 특별"
  • 등록 2022-05-01 오전 11:37:58

    수정 2022-05-01 오전 11:37:58

(사진=애플TV+)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일제강점기부터 1989년까지 한인 이민자의 역사를 그린 애플TV+ ‘파친코’가 전 세계 시청자들의 관심과 성원 속에 시즌1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통상 인기 OTT 시리즈가 후속 시즌을 확정해 세상에 내놓기까지 적게는 수개월, 많게는 수년이 걸린다. 애플TV+는 ‘파친코’를 통해 그 관행을 깼다. 시즌1 종영의 아쉬움을 달래기도 전 배우들과 제작진 라인업 그대로 시즌2 제작 확정 소식을 발표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는 ‘파친코’를 향한 세계적 기대와 주목도를 그만큼 방증하는 대목이다. 미국 OTT가 구현한 한국의 숨겨진 역사에 전 세계 외신과 대중이 열광하는 현상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파친코’ 속 한인 가족 4대의 이야기가 국적의 경계를 넘어 세계를 매료시킨 비결과 그 성과는 무엇인지 되짚어 봤다.

원작·영상 동시 호평 세례…“최고의 드라마”

“올봄에 ‘파친코’보다 더 매력적이고 더 가슴 아픈 작품을 만날 수 없을 것이다.”

프랑스의 유력지인 르 피가로(Le Figaro)가 애플TV+ ‘파친코’에 내린 평가다. 지난 3월 25일 공개된 ‘파친코’는 한국계 미국인인 이민진 작가의 베스트셀러 장편 소설을 원작으로 리메이크 된 드라마다. 미국인 제작진이 만든 미국 작품이지만, 일제강점기의 한국과 일본을 배경으로 긴 세월 재일 한국인들이 살아남기 위해 겪은 고통스러운 삶과 애환을 다뤘다. 애플TV+는 평범한 조선인들의 식민지 시대 역사를 조명한 이 대하사극에 1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예산을 베팅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애플TV+는 ‘파친코’를 위해 애플의 시장 점유율이 높은 일본을 포기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파친코’ 원작 소설은 2017년 미국 뉴욕타임즈와 USA 투데이가 선정한 ‘올해의 소설’로 채택됐으며, 영국 BBC가 선정한 올해의 책 10권 안에 꼽힐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한국어판 소설 역시 판매 직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절판이 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리메이크된 시리즈물 ‘파친코’ 역시 방송 내내 외신과 평단, 대중의 호평 세례가 이어졌다. ‘파친코’는 미국을 대표하는 콘텐츠 비평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에서 43명의 평론가들로부터 신선도 98%를 받았다. 시청자들이 평가한 ‘팝콘지수’도 92%다.

외신들도 호평일색이다. 캐나다 매체인 ‘글로브 앤 메일’은 “올해의 위대한 드라마가 아닌 지난 몇 년 중 최고의 드라마”라 극찬했고, 포브스는 “쉽게 볼 수 없는 보석”, 롤링 스톤은 “원작과 영상의 완벽한 결합”이라고 평했다. 뉴욕 매거진은 “아무것도 영원할 순 없지만 ‘파친코’만큼은 영원히 보고 싶다”고 남겼고, 할리우드 리포터는 “가족의 회복력을 비롯해 여성의 힘에 대한 유쾌한 이야기, 고통의 비참한 초상화가 균형을 이룬다”고 전했다.

시리즈 ‘파친코’는 주인공 선자(김민하, 윤여정 분)를 주축으로 1910~20년대와 1980년대 두 개의 시점에서 세 개의 도시(부산, 오사카, 도쿄)를 자유롭게 오가는 연출 방식을 택했다. 시대에 의해 파도처럼 요동치는 삶을 산 선자처럼 극 중 시점과 장소도 무작위로 구성되는 점이 인상적이다. 지난 29일 막을 내린 시즌1 마지막 8화에선 선자(김민하 분)가 일본 경찰에 체포된 자신의 남편 이삭(노상현 분)을 어린 아들 노아(박재준 분)의 도움을 받아 찾으러 가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영상 말미에는 실제 재일동포들의 인터뷰가 담겨 감동을 줬다.

시청자들은 새로운 시즌에선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윤여정과 김민하, 이민호(고한수 분), 한준우, 정은채 등 한국 배우들이 어떤 새로운 열연을 보여줄지 일찌감치 기대 중이다.

‘파친코’의 총괄 제작자인 테레사 강-로 역시 “알려진 대로 시즌4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지만, 아직 시기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후속 시즌을 계속 제작해 나갈 의지를 표현했다.

(사진=애플TV+)
“경계인의 눈으로 그린 역사”…묘한 매력 선사

그간 다른 나라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일제강점기와 관련된 한국의 비극적 역사를 전 세계에 드러냈다는 자체로 ‘파친코’의 성과는 뜻깊다. 영국의 대중문화 평론지 NME의 평론가인 리안 달리는 “지금까지 전 세계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했던 한국과 일본 사이의 민감한 역사를 훌륭히 그리고 있다”며 “소속감과 계급주의, 인종주의나 차별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르 피가로는 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K팝의 인기 등 한국 문화가 지금처럼 세계적 주목을 받기 전에 애플TV+가 ‘파친코’를 제작하기로 결정한 선견지명을 높이 사기도 했다.

미국 방송계 최고 영예 시상식인 에미상의 수상까지 점쳐진다. 미국의 영화 전문 매거진인 인디와이어는 ‘오징어 게임’과 함께 ‘파친코’가 올해의 에미상 후보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파친코’가 겉으로는 한국 역사를 담고 있지만, 한국계 미국인 제작진이 만들었다는 점, 한국배우들과 동시에 진하와 박소희(소지 아라이) 등 한국계 미국인, 재일한국인 등이 함께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파친코’가 그간 한국에서 제작된 일제강점기 시대극과 사뭇 다른 느낌을 주는 이유는 한국과 미국, 일본을 겪으며 자란 경계인들의 시선이 투영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느껴서 놓친 한국의 풍경을 제작진은 사뭇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며 “사극 드라마인데 영화에 가까운 아름다운 색감과 풍광을 담고 있으며, 한수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어딘가 갱스터 누아르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영상 자체가 여러 국적이 뒤섞인 묘한 느낌을 준다”고 인기 비결을 설명했다.

또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며, 세대를 구별하는 대결적 관점 대신 다양함을 모두 포용하고 수용하는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게 인상적”이라며 “경계인의 관점을 공유하는 ‘파친코’가 가진 특별한 가치”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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