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 사전제작붐]벌써 4작품..'100%'는 통할 것인가

  • 등록 2016-01-13 오전 6:50:00

    수정 2016-01-13 오전 11:55:53

강원도 강릉시 오죽헌에서 열린 SBS ‘사임당, the Herstory’ 현장공개에 참석한 배우 이영애.(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드라마 사전제작이 활기를 띄고 있다. 2월 방송을 시작하는 송중기, 송혜교 주연의 KBS2 ‘태양의 후예’가 사전제작 드라마로 국내 안방극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영애의 복귀작 SBS ‘사임당 her story’도 사전제작을 공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박서준과 박형식이 출연을 확정한 ‘화랑:더 비기닝’, 이준기와 아이유를 남녀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보보경심:려’도 100% 사전제작을 내세웠다.

드라마 ‘사전제작’은 말 그대로 방송 시작 전에 제작을 완료하는 시스템이다. 미국 등에서 정착이 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드라마 방송이 시작되고 어느 정도 지나면 제작진이 일주일 간 주 2회 각각 70분 분량의 촬영과 편집을 빠듯하게 마치고 간신히 방송을 한다. 이 같은 제작 환경은 쪽대본이 남발하는 배경이 됐고 한류의 선봉 콘텐츠인 드라마에 ‘실시간 드라마’, 배우와 스태프의 권리가 무시되는 ‘밤샘 촬영’ 등의 오명을 덧씌웠다.

생방송 시스템 만연…사전제작이 정착 못한 이유

유행은 날이 갈수록 빠르게 변한다. 국내 시청자들은 유행의 변화에 유독 민감하다. 사전제작을 한 뒤 방송 시점이 되면 유행은 이미 변해버렸을 수 있다. 국내 제작진은 드라마가 방송되면서 시청자 반응을 살펴보고 이어지는 스토리, 장면 등에 이를 반영하는 작업 스타일에 능숙하다. 애초 기획 당시와 드라마의 스토리, 결말이 달라지기도 하고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더는 내용, 배우의 비중이 늘어나기도 한다. 드라마 ‘대장금’의 전반부 양미경이 연기한 대장금의 스승 한상궁 캐릭터가 인기를 끌면서 비중이 주인공 급으로 커진 게 대표적인 예다. 사전제작 시스템에선 이 같은 조절(?)이 불가능하다.

방송사 편성이 확정되지 않은 채 제작이 시작되는 경우도 문제였다. 이는 제작비에 대한 제작사의 가중된 부담으로 이어졌다. 방송사 편성이 확정되지 않으면 스타급 배우의 캐스팅이 어려웠고 스타를 출연시키려면 웃돈을 줘야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사전에 제작이 완료돼 편성 검토가 들어온 드라마는 방송사의 입맞에 맞지 않는 일도 많았다. 내용을 조절하면서 편집 등을 통해 큰폭의 수정이 이뤄지는 통에 애초 기획 의도와 다른 드라마가 되는 경우도 생겼다. 편성이 확정되지 않으면 한없이 욕심을 내는 작가와 PD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촬영 전 16부작 미니시리즈의 대본 집필이 끝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러다 보니 ‘생방송’을 방불케 하는 제작 시스템은 한국 드라마를 상징하는 특징이 됐다. 지난 2006년 방송된 ‘늑대’는 출연진이 초반부터 이어진 밤샘촬영으로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 촬영 중 교통사고를 당해 방송 3회 만에 막을 내렸다. 사극 ‘바람의 화원’도 촬영 중 주인공 문근영의 코뼈 골절상으로 방송이 결방됐는데 이 역시 출연진의 피로도가 높아 미리 짜인 합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탓이라고 전해졌다.

中 투자·방송 위해 사전제작 필요성↑

바뀌지 않던 드라마 제작 시스템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는 이유는 중국 시장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콘텐츠가 중국 시장에서 선전하는 사례가 늘며 현지 당국의 심의가 까다로워지고 있다. 실제로 현재 한국 드라마는 중국에서 TV로 방송이 되지 않는다. 동영상 사이트에서 VOD로 제공되고 있다. 중국 자본을 투자 받은 ‘한중합작 드라마’를 추진하고, 심의를 거쳐 ‘TV입성’을 성사시키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배경이다.

심의에는 최소 2~3개월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촬영에 편집까지 마친 완성된 드라마를 심의 기관에 넘긴다. 1회 60분 분량의 20부작 드라마라면, 총 1200분 분량의 전체 편집본을 제출해야 심의 작업이 시작된다. 현재 촬영을 마친 ‘태양의 후예’는 이 같은 절차를 밟아 오는 2월 말께 한중 양국 동시 방송을 추진 중이다. 중국 최고 한류스타로 꼽히는 이영애와 송승헌의 힘으로 홍콩 엠퍼러 그룹으로부터 100억원 이상을 투자 받은 ‘사임당 her story’는 현재 촬영에 한창이다. 제작사 그룹에이트 측은 오는 3월께 촬영을 마치고, 3개월 이상의 심의 기간을 거쳐 상반기 즈음 방송할 계획이다. ‘보보경심:려’, ‘화랑’도 이 같은 절차를 고려해 사전 촬영 작업과 심의를 위한 준비 작업을 병행할 예정이다. ‘화랑’은 중국판 넷플릭스로 알려진 유력 미디어그룹 LETV에 최고 수준의 금액으로 판권이 이미 판매돼 완성도 면에서 더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

관건은 ‘성적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사전제작 드라마로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둔 작품은 몇 편 되지 않는다. 손예진, 감우성 주연으로 2006년 방송된 ‘연애시대’ 등이 기억에 남는 정도다. 시청률이 좋지 않아 ‘사전제작 드라마는 망한다’라는 인식이 생긴 분위기도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13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MBC ‘로드 넘버원’은 사전제작 시스템을 표방해 화제가 됐다. 당시 같은 시간대 편성된 KBS2 ‘제빵왕 김탁구’의 ‘50% 시청률’에 좌절해 ‘5% 꼬리표’를 남겼다. 배경렬 레디차이나 대표는 “국내에서도 드라마 사전제작의 필요성이 제기된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실효성에서는 늘 물음표가 붙었다”며 “사전제작 시스템에 맞는 제작진의 마인드 변화가 필요하다. 사전제작 시스템으로도 좋은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는 성공사례도 뒷받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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