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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자신에 차 있었다.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에게 거침 없이 “이번에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었다. 그만큼 자신 만만했다.
결과는 정 반대였다. 두산은 삼성에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했다. 4연속 패배. 그렇게 김 감독의 첫 번째 한국시리즈 도전은 막을 내렸다.
김 감독에게 9번째 가을 야구가 찾아왔다. 많이 웃어도 보고 많이 울어도 본 그다. 포스트시즌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감독이 됐다.
그런 그가 지금 떨고 있다. “긴장하고 있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 “처음엔 자신감이 넘쳤지만 하면 할 수록 어려운 것이 포스트시즌”이라고 말했다. 2차전서 승리한 뒤에는 “박석민이 쳐 줘야 한다고 간절하게 기도했다. 기도가 통한 것 같다”는 고백까지 했다.
좀처럼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기운’을 믿는 그는 리더가 강해야 선수들도 강해진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 가을, 김 감독은 긴장을 감추려 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긴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강도는 가을 야구가 거듭될 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가을 야구는 하면 할 수록 어렵다.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언제 어떻게 흐름이 바뀔 지 모르기 때문이다. 첫 해가 가장 자신 만만했다. 이후 긴장감은 갈 수록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우승 반지만 5개를 낀 경험이 있는 박석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석민이라고 걱정과 두려움이 없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자신만의 무언가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포스트시즌이라는 것이 그렇다. 하면 할 수록 어렵고 하면 할 수록 긴장이 된다.”
김 감독은 플레이오프 1,2차전을 모두 이긴 뒤에도 “언제든 흐름이 바뀔 수 있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했다. 11년 전의 그였다면 아마 대답이 달랐을 것이다. 때론 승리의 경험조차 두려움으로 변할 수 있는 것. 그것이 가을 야구의 마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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