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많았던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이 결국 스스로 칼을 뽑았다. 곪은 살을 쳐내지 않으면 방송사가 문을 닫을 지경이다. ‘최희준의 왜?’ ‘고성국 라이브쇼’ ‘이봉규의 정치 옥타곤’ 등 3개의 프로그램을 4월에 폐지하기로 했다. 앞으로 방심위의 심의나 제재 대상이 되면 가차없이 퇴출시키는 등 강경책을 내놓았다. 더 이상 ‘막장 종편’이라 불릴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옛날 대통령들은 다 그렇게 해먹었어요. 김대중 대통령은 몇조라고 하던데.” “세월호는 본질적으로 교통사고아니냐.” 종합편성채널 시사토크프로그램에 등장한 말들이다. 근거 없는 ‘가짜뉴스’이거나 인신공격 및 비하의 내용이 담겨 비난받았다. 이밖에 프로그램과 관계없는 발언도 자주 등장한다. ‘막말’ ‘아무말’로 대표되는 종합편성채널 일부 패널의 현주소다.
종합편성채널에 선정적인 발언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정도가 심할수록 오히려 인기가 높아지는 역설 때문이다. 진보적이라고 평가받는 야권 인사에 대한 평가가 박하고 공격적일수록 종합편성채널 시사토크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빈도가 높다. JTBC를 제외한 종합편성채널 3개사는 50대 이상의 시청자 비율이 70~80%에 달하는 것으로 추론된다. 종합편성채널은 제작비 절감을 이유로 예능이나 드라마 제작을 기피하는 대신 좌담식 시사토크프로그램 편성을 늘렸다. 젊은 시청자 유입은 더뎠고 이것이 악순환이 됐다. 정치성향상 보수에 가까운 시청자가 많은 만큼 이들의 입맛에 맞는 발언이 자주 나왔고 이것이 매해 수위를 높였다.
패널 ‘돌려막기’는 ‘종편 센츄리클럽’으로 상징된다.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에 적어도 한달에 50회 이상 출연하는 이들이 라디오프로그램 고정을 맡으면 한 달에 100회 이상 출연하는 경우다. 이들은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가며 종합편성채널 스튜디오가 있는 광화문과 상암, 충무로 등을 바쁘게 오간다. 하루에 ‘세탕’(3차례 출연한다는 의미의 방송 은어)은 기본이고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까지 포함한다면 ‘네탕’ ‘다섯탕’도 심심찮다.
5월9일 대선을 앞두고 ‘막말 패널’이 후보 검증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16 총선보도감시연대는 지난해 치러진 제20대 총선 당시 종합편성채널에 출연한 패널들이 정책이나 공약의 분석 대신 신변잡기에 주목했다고 비판했다. 방통심의위원회에 따르면 2012년 치러진 18대 대선 당시 지상파와 종편, 보도전문채널 등 선거방송 관련 심의 의결 건수는 47건이었지만 지난해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의 심의 의결 사항은 88건으로 급증했다. 19대 국회의원 선거 심의 의결 건수(26건)와 비교해도 크게 늘었다. 그 때문에 후보들의 공약을 제대로 비교할지도 의구심이 든다. 이재원 문화평론가는 “같은 공약에 대해 다른 잣대를 대는 등 균형이 무너진 평가를 할까 우려된다”고 평했다.
처벌은 ‘솜방망이’다. ‘막말’로 인해 중징계격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경고나 주의가 이어지지만 프로그램이 폐지되거나 특정 패널이 축출된 경우는 없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문제있는 출연자가 퇴출되기는 커녕 중복 출연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종합편성채널의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