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天下]③ 소녀에서 숙녀로…"더 놀라운 건 지금부터"

아이유 10년 지켜본 이데일리 정경부차장의 '팔레트' 리뷰
  • 등록 2017-04-29 오전 6:30:00

    수정 2017-04-30 오전 9:50:37

아이유(사진=페이브엔터테인먼트)
[이데일리 스타in 피용익 기자] ‘나는요 오빠가 좋은걸 어떡해’라고 수줍게 말하던 소녀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커다란 분홍색 리본이 달린 빨간색 원피스 차림부터 어른스럽다. 직접 쓴 가사를 읽노라면 사랑의 설렘보다 이별의 아픔이 떠오른다. 노래에선 힘이나 기교보다 목소리 자체의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그렇게 ‘아이’는 ‘어른’이 됐다. 아이유가 최근 내놓은 정규 4집 앨범 ‘팔레트’ 얘기다.

웅장한 발라드곡 ‘미아’로 데뷔한 지 햇수로 꼭 10년째다. 관객의 야유까지 받아가며 노래하던 가수는 이제 각종 음원차트를 ‘올킬’하는 톱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신보는 그간의 성장 과정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다.

팬들은 눈치챘겠지만, 앨범 첫 곡 ‘이 지금’은 아이유가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사용하는 이름과 같다. 아이유는 직접 쓴 가사를 통해 팬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이 하루 이 지금 우리/눈부셔 아름다워/이 불꽃놀이는 끝나지 않을 거야.” 지난 10년 동안 함께한 팬들에게 앞으로의 10년을 약속하는 것처럼 들린다.

타이틀곡 ‘팔레트’는 스물다섯이 된 아이유의 자전적 노래다. ‘I like it. I’m twenty five’와 ‘I got this. I’m truly fine’, 그리고 ‘날 좋아하는 거 알아’와 ‘날 미워하는 거 알아’를 반복하면서 그간 인기인으로서 받아온 사랑과 미움에 대한 감정을 담담하게 툭툭 뱉어낸다.

아이유는 이 곡 발표 전부터 자신의 성장 과정을 틈틈이 노래해 왔다. ‘졸업하는 날’(2009)에선 “중학생이었던 이지은(아이유의 본명)이 벌써 고등학생”이라고 하더니, 성인이 돼선 ‘스무 살의 봄’(2012)이라는 미니앨범을 발표했다. 스물세살 때는 아예 ‘스물셋’(2015) 노래 가사를 직접 쓰면서 “한 떨기 스물셋 좀/아가씨 태가 나네”라고 했다. 그 연장선 상에 있는 곡이 ‘팔레트’인 셈이다.

이번 앨범 수록곡들은 유난히 슬프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의 이별 경험이 어느정도 작용했을 거라고 추측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아이유가 직접 가사를 붙인 ’사랑이 잘’ ‘이런 엔딩’ ‘마침표’, 그리고 이병우 작사·작곡의 ‘그렇게 사랑은’은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킨 곡들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잼잼’이나 ‘BLACK OUT’처럼 발랄한 재치가 느껴지는 곡들이 균형을 이룬다.

마지막 곡이자 공동 타이틀곡인 ‘이름에게’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곡이란 얘기가 돈다. 하지만 꼭 특정 이벤트로 한정해 해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듣기에 따라선 아이유 스스로에게 부르는 노래 같기도 하고, 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같기도 하다. 웅장한 스케일과 소름돋는 가창력 때문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스물다섯 아이유는 앞으로 어떤 음악 세계를 보여줄까. 어쩌면 ‘좋은 날’(2010) ‘너랑 나’(2011) ‘분홍신’(2013) 같이 고음을 뽐내는 댄스곡을 더이상 기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사실 아이유 본연의 색깔은 ‘싫은 날’(2013) ‘무릎’(2015) ‘푸르던’(2015) 등 자작곡에서 잘 드러난다. 신보에선 아이유가 작사에 참여한 ‘밤편지’가 그 계보를 잇는다. 아이유가 2015년 로엔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이러한 음악 스타일의 변화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아이유 스스로도 가사를 통해 “이상하게도 요즘엔/그냥 쉬운 게 좋아”라고 했다. 쉬운 게 좋다는 것은 자신의 색깔대로 음악을 하겠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이번 앨범에선 10곡 중 9곡의 작사 또는 작곡에 참여하며 그 색깔을 잘 녹여냈다. 음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하고 나면 앨범 제목이 왜 ‘팔레트’인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에게는 이제 ‘아이돌’보다는 ‘아티스트’란 호칭이 더 잘 어울린다. 아이유는 말한다. “더 놀라운 건 지금부터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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