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륨을 높여라]②스튜디오 안에서 지켜본 라디오, 이렇게 만듭니다

'부르르'로 입 풀고 진행은 콘티따라 '정확하게'
음악 나올 땐 제작진도 한숨 돌려
청취자 사연에 '하하호호'
  • 등록 2015-11-10 오전 7:40:00

    수정 2015-11-10 오후 2:06:23

[이데일리 스타in 방인권 기자] 방송인 임백천
[이데일리 스타in 이정현 기자] 생방송 5분전. 아직 정오 뉴스가 나온다. 작가로부터 마지막으로 원고를 확인받았다. 이미 숙독한 내용이지만 마지막으로 다시 빨간 펜으로 중요한 부분에 줄을 쓱쓱 그었다. 수십년을 해온 방송이지만 긴장감은 여전하다. 원고와 장비를 다시한번 검토한 다음에야 입술을 풀어본다. ‘부르르 부르르-.’ 입을 푸는데 노래만한 것도 없다. 따뜻한 커피로 목을 축이고 기타를 들고 가벼운 곡을 불러본다. 12시 10분. PD의 큐사인이 들어오고 ‘방송중’이란 빨간등이 켜졌다. 오프닝 송이 흘러나온다. 방송이 시작됐다.

이곳은 KBS HAPPY FM 106.1MHz ‘임백천의 라디오 7080’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KBS 본관 한 켠에 오픈 스튜디오가 있다. 이날(6일) 저녁에 비소식이 있었으나 아직은 날이 화창했다. 방송사에 견학 온 어린 학생들과 지나던 시민들이 손바닥으로 햇빛을 가린 채 ‘오늘은 누가 왔나’ 스튜디오 안을 들여다본다. 그 모습을 본 임백천이 손을 흔들었다.

임백천의 ‘라디오 7080’은 제목 그대로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음악을 주로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가요와 팝을 가리지 않는다.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지만 최근 복고 열풍이 불어 청년층도 많이 듣는다. 강병택 책임 프로듀서는 그래서 요즘 선곡에 특히 신경을 쓰는 중이다.

방송이 시작되면 꽉 짜인 큐시트에 따라 진행된다. 스튜디오 바깥은 더 바쁘다. 현장에 제작진은 네 명이다. 작가 두명은 게시판에 올라온 청취자 사연과 반응을 검토하고 엔지니어는 수백개에 이르는 콘솔을 자유자재로 조정하며 최적의 ‘소리’를 찾는다. 모든 것을 지켜보는 것은 PD다. 그는 각 제작진과 이야기하고 지시를 내리며 방송에 흥미를 더한다.

청취자의 사연을 소개하는 것은 라디오의 재미 중 하나다. 메인 작가는 스튜디오 안과 연결된 컴퓨터를 통해 DJ에게 사연을 전달했다. 무뚝뚝한 아버지와의 일화, 가족과 여행 다녀온 이야기, 연인과 싸우고 토라진 이야기 등이 전파를 타고 흘렀다. 재밌는 사연을 보내준 청취자에겐 간단한 커피와 피자 등 선물로 보답했다. 나름의 사연이 있는 것은 제작진도 마찬가지.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나도 그런 적 있는데”라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라디오를 만드는 이들이지만 동시에 가장 가까이서 듣는 사람들이다.

“살아있는 이야기를 찾는 게 중요하다.” 현장에서 만난 한 제작진은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엽서로 사연을 보냈다지만 요즘에는 라디오 어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청취자로부터 일주일에 한두통은 엽서가 온다.

노래가 나오면 스튜디오의 긴장감도 잠깐 풀어진다. 선곡이 마음에 들었는지 임백천이 두 팔을 들고 허리로 당겼다 풀며 살짝 몸을 흔들었다. 막내 작가가 “선생님 율동이 귀엽다”며 웃었다. 임백천과 수십년간 라디오 방송을 함께 해온 PD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하호호. 스튜디오도 즐겁다.

“잠깐 들어와 볼래요?”

짬이 난 임백천이 현장을 지켜보던 기자를 스튜디오 안으로 불렀다. 10평이 조금 넘는 공간이다. 뒤에는 오랫동안 이 공간을 책임졌던 DJ들의 얼굴이 붙어있다. 임백천의 얼굴도 보인다. 두꺼운 출입문을 닫자 DJ의 목소리를 제외한 모든 소리가 차단됐다. 임백천의 목소리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적막감이 흥미롭다. 이 곳은 온전히 DJ의 공간이다. 두 시간여의 방송 동안 모든 것은 그가 책임진다. 누구나 라디오 DJ가 될 수 있으나 아무나 될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라디오를 놓고 ‘밤 하늘에 쏘아 올린 화살’이라고들 합니다. 화살이 어디로 갈지 모르듯 제 목소리를 누가 듣는지, 어디서 듣는지 모르지요. 비디오에 밀려있더라도 질긴 생명력이 있는 것은 바로 청취자와의 끈끈함 덕분이라고 봐요. 사람 냄새가 난달까요? 매일매일 다른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른다니까요. 하하.”

혹자는 라디오 DJ를 놓고 ‘대화와 전달의 예술가’라고 부른다. 대화는 ‘이야기’의 영역이고 전달은 ‘음악’의 그것이다. DJ는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고 시대의 음악을 전파에 싣는다. 그렇게 두 시간여가 흘렀다.

이날은 청취자 사연이 재미있었는지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소개할 음악이 더 있는데 방송 종료가 다가왔다. PD 마음도 급해졌는지 오른팔을 번쩍 들어 빙빙 돌렸다. ‘시간이 모자라니 진행을 빨리하라’는 재촉이다. 시작 시간을 엄수하는 것만큼 정해진 시간에 마무리 하는 것도 중요하다. 임백천은 서두르지 않았다. DJ가 조바심을 내면 청취자도 똑같이 느낀다. 그는 “서두르되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방송중’ 빨간불이 꺼졌고 그렇게 11월 6일 ‘임백천의 라디오 7080’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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