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릴레이 인터뷰]②‘수요미식회’, 출연자가 직접 음식값 내는 이유는?

  • 등록 2016-06-08 오전 7:19:23

    수정 2016-06-08 오전 7:36:50

이길수PD(사진=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수요일 밤이면 음식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케이블채널 tvN 예능프로그램 ‘수요미식회’다.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음식에 얽힌 풍성한 이야기와 숨겨진 맛집을 소개한다. 예능적 재미 보다는 깊이 있는 정보를 자랑한다는 점에서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시청률은 1%대로, 파급력은 그 이상이다. ‘수요미식회’에서 소개된 맛집은 그 다음날부터 대기 줄이 생긴다. 맛집 마니아들은 “(‘수요미식회’에)털렸다”고 표현할 정도다.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이길수PD로부터 ‘수요미식회’에 맛집 선정 기준과 패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tvN 릴레이 인터뷰①에서 이어)

―‘식당이 털렸다’는 표현도 있다. ‘수요미식회’는 맛집 소개에 있어 믿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란 인식이 퍼지면서 ‘수요미식회’에서 소개된 맛집은 바로 인기 음식점이 된다. 제작진 입장에서 부담도 있을 것 같다.

△염려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소개를 안 할 수도 없다.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식당만 소개할 수도 없다. 그래서 요즘은 방송 2주 후에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맛집을 알려주는데, 사실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도 알 수 있더라. 그렇게 한다고 해서 큰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은 안하지만, 이렇게 노력이라도 해보자고 하고 있다.

―그만큼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지 않나.

△그렇지 않다. 걱정부터 됐다. 사람이 너무 몰리다 보니까 맛을 제대로 못 느끼지 않을까 싶었다. 사람이 여유가 있는 상태로 편하게 먹어야 맛도 느끼는데, 너무 오래 기다리거나 식당이 전쟁 통이면 그 음식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그게 좀 아쉽다. 프로그램 보고 식당을 찾아가 주신다는 점은 굉장히 감사하다.

―자문단 구성은 어떻게 이뤄지나.

△아이템마다 다르다. 음식을 연구한 사람부터 재료를 다루는 사람, 실제로 그 음식을 오래도록 만든 사람, 언론인도 있다. 방송에는 자문단으로 한 페이지 정도 나가는데, 실제는 더 많은 분들이 도움을 준다. 민망하니까 이름을 빼달라는 분도 꽤 많다.

―앞부분에 등장하는 자료 영상이 인상적이다. 참 맛깔스럽게 음식을 담았더라.

△후배PD들이 촬영 한다. 그것 때문에 고생한다. 앞부분 주제 영상이 방송 분량으로는 1~2분 정도다. 그거 찍는데 24시간이 걸린다. 한 장면을 따려고 스무 그릇씩 만들기도 한다. 주제 영상만 포기해도 돈과 시간에서 여유로워 질 수 있다는 유혹에 시달린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자고 한다. 음식을 예쁘게 찍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현실감 있는 촬영을 중요하게 여긴다. 소주 안주면 안주답게, 제육볶음이면 제육볶음답게 담아야 한다. 음식을 함부로 다루지 않고 음식을 존중하면서 찍으려고 한다.

―식당을 소개할 때도 등장하는 자료 영상도 마찬가지다. 얼굴 없이 손만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도대체 누구인가.

△푸드스타일리스트일 때도 있고, PD나 작가일 때도 있다. 식당을 배경으로 한 영상은 대부분 PD들이다. 지금은 우리 프로그램을 떠난 PD가 있는데, 젓가락질을 제대로 못했다. 이 프로그램을 1년 하면서 제대로 젓가락질을 하게 됐다. 젓가락질을 못하면 우리 프로그램을 못한다. (웃음)

―제작진은 총 몇 명인가. 식당 선정 시 직접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PD와 작가만 23명이다. 방영일 보다 빨리 녹화를 하는 편이다. 나는 주로 취재를 한다. 식당 선정할 때는 하루에 기본 10곳을 방문한다. 그렇게 한 메뉴만 3~4일을 파니까, 총 40곳 정도 간다. 식당을 평가해야 하니까 한 입만 먹을 수 없다. 주변에서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서 좋겠다고 한다. 음식을 좋아해서 즐겁게 일하고 있지만, 그렇게 몰아서 먹는다는 점도 알아주시면 좋겠다. (웃음)

―식당을 선정할 때 암행어사처럼 신분을 숨기고 간다고 들었다.

△아무리 식당을 많이 가도 절 모르신다. 친구들이랑 와서 밥 먹는 것처럼 다른 PD, 작가와 갔다가 음식만 먹고 간다. 취재할 때, 식당을 선정할 때, 촬영할 때 전부 다른 사람이 간다. 촬영용도 전부 비용을 지불한다. 혹시라도 사장님 중에 베풀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을까봐 사전에 그 부분에 대해 꼭 협의를 한다. 음식에 대해 제값을 치르는 것이 우리 프로그램의 철칙이다. 그렇게 해야 토크를 할 때 당당할 수 있다. 섭외가 쉬운 식당은 사실 없다. 이미 잘되는 집들이고, 나름 철학이 있는 분들이라 과도하게 손님이 몰리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는다. 대부분 우리가 열심히 설득하고, 설득해도 안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분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출연자의 음식값도 제작진이 지불하지 않는다. 왜 출연자에게 본인 돈을 내고 먹게 하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내 돈을 주고 먹어야 아까운 걸 안다. 남의 돈으로 먹으면 너그러워 지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출연자의 음식값은 본인이 내도록 하고 있다.

방송화면 캡처
―식당 선정의 과정과 기준이 어떻게 되나.

△가장 고민이 많다. 일단 관련 책자와 자문 추천은 기본이다. SNS도 다 본다. 많이 올라오는 집들이 있다. 그렇게 40곳 정도 리스트를 정리하고 직접 취재를 한다. 역사가 오래된 음식이라면 상징적인 곳을 1곳 정도 넣으려고 한다. 그 메뉴에 있어서 상징적인 음식점이 있다. 음식의 성격에 따라 역사가 있는지, 지금까지 잘 운영되고 있는지, 음식에 스토리가 있는지, 음식의 성향을 대변할 수 있는지를 따진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식당이 포함되기도 하는데, 아이템별로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는 식당이면 소개하기도 한다. 일단 전제는 우리가 소개하는 식당이 ‘1등 식당’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시면 좋겠다.

―맛집을 소개할 때 딜레마는 없나. 시청자마다 의견이 다르다. 쉽게 찾아갈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의 대중적인 맛집이면 좋겠다는 이도 있고, 비싸더라도 제대로 된 음식을 내놓는 맛집을 소개해달라는 이도 있다.

△시청자가 다양한 음식을 경험하길 바란다. 식당을 찾는 습관도 기존대로만 가지 말고, 이런 음식도 있으니까 한번쯤 가보시라는 뜻에서 식당을 소개하고 있다. 경험하고 나면 내 입맛에 대한 기준과 눈이 생긴다.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진정으로 자신의 입맛을 알게 됐을 때 그때 느끼는 행복감이 있다. 음식 이야기를 붙인 이유도 이야기를 알면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테이블이 몇 개 되지 않는, 서민적이고 작은 식당도 많이 간다. 혹은 음식을 굉장히 다른 방식으로, 혹은 잘하고 있는 식당이면 고가라고 하더라도 소개하는 게 맞다. 특별한 방향성 보다 다양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tvN 릴레이 인터뷰③로 이어)

▶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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