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이 답이다]①뻔한 음악에 반기 든 '볼빨간'의 1위

  • 등록 2016-09-30 오전 8:45:47

    수정 2016-10-12 오전 9:20:55

볼빨간사춘기(사진=쇼파르뮤직)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여성 듀오 볼빨간사춘기가 높이 날았다. 신곡 ‘우주를 줄게’가 지난 26일 국내 최대 음악 사이트 멜론의 실시간 차트 맨 꼭대기에 이름을 올리더니 28일까지 순위를 유지했다. 29일 오전에는 선배 가수 박효신의 신곡에 순위가 밀렸지만 2위를 지키고 있다. ‘우주를 줄게’는 지난 8월29일 발매된 볼빨간사춘기의 정규 1집 ‘레드 플래닛’의 타이틀곡이다. 발매 하루 만에 엠넷닷컴과 벅스 1위에 오르더니 1개월여 동안 꾸준한 호응을 얻다가 차트 역주행을 했다.

볼빨간사춘기의 성적을 두고 ‘이변’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대중에게 그렇게 많이 알려진 그룹 이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드라마 ‘미생’ OST 수록곡과 소속사 컴필레이션 앨범에도 참여를 했지만 정식 데뷔를 한 지는 겨우 5개월여가 지났을 뿐이다. 소속사도 역시 소속 뮤지션들의 팬이 아니라면 낯선 쇼파르뮤직이다. 인디 뮤지션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기획사다. 네이버 뮤직에서는 ‘레드 플래닛’의 장르를 인디뮤직으로 분류했다.

◇특정 장르 편중된 대중음악 시장서 이변

의문점이 생긴다. 유명하지 않으면, 업계 상위권 기획사 소속이 아니면, 인디음악이면 차트 1위를 하는 게 ‘이변’인가? 대중음악차트는 각각의 노래에 대한 대중의 호응도를 순위로 표시하는 일람표다. 노래가 좋으면 대중의 호응도가 높은 게 당연하고 순위도 상승해야 한다. 그걸 ‘이변’이라고 표현한다는 것은 한국 대중음악 시장이 주류 장르 이외의 다른 장르에 배타적이었다는 증거다. 볼빨간사춘기의 성적은 대중음악 시장에서 결핍돼 있던 다양성이 갖춰지고 있음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차트는 대중음악 시장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대변한다. 한국 대중음악 시장은 아이돌 그룹과 댄스곡, 힙합을 중심으로 특정 장르에 편중돼 있었던 게 사실이다. 팬덤을 등에 업은 아이돌 그룹, 힙합 그룹이 아니면 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게 불과 1~2년 전이다. 대형 기획사 소속이 아니면 신인 가수가 살아남기 힘들다는 인식도 만연했다. 대형 기획사들은 신인을 선보이기에 앞서 체계적인 홍보로 데뷔 전부터 팬덤을 확보했고 팬덤의 영향력은 차트 순위에 반영되는 형태의 순환이 계속됐다.

◇“주류 음악에 대한 반발”

볼빨간사춘기의 차트 성적은 이 같은 ‘흥행공식’을 따르지 않고 얻은 것이다. 강태규 대중음악 평론가는 “‘우주를 줄게’는 크지 않은, 작은 독특한 요소들이 잘 버무려진 곡이다. 멜로디와 편곡적인 부분에서 파격적이지 않지만 참신한 느낌이 매력적이다”라며 “신선함의 강도를 대중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잘 조율한 게 인기의 이유겠지만 대중이 이를 듣는다는 것은 아이돌 그룹의 음악, 힙합 등 규격화된 주류 음악에 대한 반발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음악을 들을 때 장르를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다. 노래 한 곡이 차트 순위 상위권에 오르려면 많은 사람들이 엇비슷한 시기에 같은 노래를 들어야 가능하다.

◇스탠딩에그·한동근…잇단 ‘무명의 반란’

볼빨간사춘기뿐 아니라 최근 스탠딩에그, 발라드 가수 한동근 등 대중적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은 가수들이 차트 1위에 이름을 올리는 일들이 잇따랐다.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노래를 들었다는 것으로 특정 개인이 아닌 대중의 취향이 변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변화는 대중음악 시장이 다양성을 갖추는 데 기반이 된다.

이재원 한양대 실용음악학과 겸임교수는 “대중음악 시장에서 아이돌이나 힙합이 주류처럼 여겨지지만 이들 장르는 여전히 팬덤에 기대는 바가 크다”며 “특정 스타의 팬이 아닌 일반인들도 편하게 듣고 공감할 만한 음악을 듣고 싶어 한다. 이런 음악이 기존 미디어가 아닌 SNS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발견되고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구조가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대중과 가수 모두에게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고 분석했다.

강태규 평론가는 “대중의 취향이 한 장르에 속박되지 않고 능동적으로 변해가면 시장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장르의 다양화는 그 만큼 한국 대중음악의 뿌리를 튼튼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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