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시상식 진단②]트로피, 누가 그 무게를 가볍게 만드나

  • 등록 2015-12-03 오전 6:30:00

    수정 2015-12-04 오후 3:41:13

대종상 시상식 트로피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약 3kg. 영화나 드라마 등 시상식에서 수상자가 받는 트로피의 무게는 대략 이렇다. 신생아 혹은 성견이 된 말티즈, 손에 잡히는 크기의 덤벨 한 쌍 무게와 비슷하다.

이 가볍지만 무거운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위해 매년 수 많은 이해관계가 얽힌다. ‘축제의 장(場)’이 되기까지는 ‘협상의 장(長)’이 필요하다. 그 과정엔 갈등도 있다. 수면 위로 추태가 드러난 제52회 대종상이 단적인 예다.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는 자, 상 받을 생각도 말라”는 대종상 위원회 측의 으름장이 주요 수상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린 배우들의 ‘불참 파행’으로 이어졌다.

매년 12월 지상파 3사에서 개최하는 연기대상, 연예대상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일부 대중문화 시상식에선 주최 측이 참석을 예정한 스타를 중심으로 상을 분배한다는 ‘내정설’이 횡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종상 파행’ 이후 업계에서 시상식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을 새삼 마주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는 배경이다.

실제로 ‘시상식 시즌’은 소속사, 방송사와 프로그램 제작진의 계산기 두드리는 손이 바빠지는 때다. ‘대상이 아닌 최우수상을 받는 A를 달래기 위해 A소속사 신인 배우에게 신인상을 주자’는 논리가 적용될 때도 있다. ‘B에게 대상을 주고 내년에 큰 작품 함께 하는 걸로 하자’는 식의 약속(?)이 오가기도 한다. ‘시상식에 참석한다’는 가정 하에 성사되는 제안이다.

공동수상이 난무한 시상식도 있었다. 물밑에서 이뤄지는 ‘시상식 작업’마저도 실패한 경우라는 해석이 유효하다. 지난 2008년 MBC 연기대상이 처음부터 끝까지 공동수상을 남발해 ‘불명예 시상식’이라는 빈축을 산 예로 기억되고 있다. 신인상을 시작으로 문소리-한지혜의 공동 우수상, 조재현-정준호의 공동 최우수상을 발표했다. 유일한 수상이어야 의미가 큰 대상 역시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과 ‘에덴의 동쪽’의 송승헌에게 나눠줬다. “떠들썩한 연말 잔치를 위해 방송사를 빛낸 스타는 다 모았는데, 불러놓고 아무것도 안 주자니 미안하니까 상을 쪼개고 쪼갠 것”이라는 비난 여론이 쇄도했다.

“매년 개최해도 매년 힘들다”는 게 방송사의 입장이다.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등 방송사의 한 해를 빛낸 주역을 모두 모으는 일은 당연하다. 특히 시청자의 많은 사랑을 받은 프로그램, 인기가 높은 스타를 시상식에 참석시키는 일은 중요하다. 시청률과 직결되는 문제다. 기존 프로그램을 결방하고 연말 시상식 중계 방송을 편성하니 그 자리 역시 ‘돈벌이’가 돼야 한다. 예능국에서 만든 드라마 ‘프로듀사’가 KBS 연기대상과 연예대상 중 어느 쪽에서 가져갈지 궁금증이 컸던 이유도 그래서다. ‘프로듀사’엔 김수현, 아이유, 차태현, 공효진 등 국내 내로라하는 스타가 총출동했다. 이들이 시상식이라는 한 자리에 다시 모이는 그림 자체가 시청률을 높이는 힘이 된다.

한 지상파 PD는 이데일리 스타in에 “어떤 배우들은 드라마 출연을 타진하는 초반 단계부터 ‘이거하면 시상식에서 상 좀 받는 건가?’라는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며 “진심으로 웃자고 하는 얘기일 수도 있지만 출연 성사를 위해 일개 PD가 국장급 선배들을 만나 고충을 토로하는 실질적인 해결과제로 넘어올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일각에서는 시상식을 둘러싼 문화가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상식=상을 받지 않으면 무의미한 행사’의 공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방송사에겐 그 해의 작품을 결산하는 의미, 시청자에겐 한 해를 즐겁게 해준 콘텐츠를 되돌아보는 의미, 배우 개개인에겐 작품으로 얻은 깨달음을 되새기는 의미로 삼아야 할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인식의 변화가 하루 아침에 이뤄질 일이 아니라 우려의 시선은 짙어지고 있다. ‘시상식=당연히 참석해야 하는 축제’로 공식이 재정립되기 위해서 선행돼야 할 환경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한 지상파 드라마국 국장은 “모든 배우들이 자발적으로 시상식에 참석하고, 방송사 입장에서도 ‘상 줄테니 와라’는 제안을 하지 않으려면 모든 작품에 등수를 매기고, 흥행 여부를 따지는 일에 무게가 실려선 안 될 것”이라며 “시청률에 연연하고, 성공한 드라마와 실패한 배우를 나누는 방송 환경에서 당연히 누구는 가고 싶고, 누구는 가기 싫은 상황이 초래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요즘은 더욱이 지상파의 힘이 예전만 못하다하고, 스타는 점점 바빠지고, 새로운 스타는 가뭄에 콩나듯 탄생하고 있어서 투자되는 돈이나 시간을 떠나 연말 시상식을 준비하는 마음의 넉넉함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며 “트로피는 받으면 영광이고, 못 받으면 더 큰 성장을 위한 자극제가 되는 순기능의 아이콘이었는데 그 무게가 점점 가벼워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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