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임성한 안 쓴다"더니…MBC의 두 얼굴

'오로라공주' 이어 '압구정백야'로 또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 등록 2015-03-30 오전 8:13:50

    수정 2015-03-30 오전 8:13:50

MBC ‘압구정 백야’ 한 장면(사진=방송캡쳐).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 3번. 임성한 작가가 2010년 이후 쓴 드라마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위)에서 중징계 제재를 받은 횟수다. ‘신기생뎐’(2011)·‘오로라 공주’(2013)에 최근 방송 중인 ‘압구정 백야’까지. 모두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란 중징계를 받았다. 이유는 다 ‘비윤리성’이다. 시청자의 올바른 가치관 형성과 사회윤리를 거슬렀다는 뜻이다. 귀신에 빙의된 배우의 눈에서 레이저가 발사(‘신기생뎐’)되거나 “암도 생명이다”(‘오로라공주’) 등의 비상식적 장면과 대사 때문이다. 황당한 이야기가 도를 넘었다 해서 ‘암 유발 드라마’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임 작가의 드라마가 버젓이 MBC 등 지상파 방송사에서 전파를 타고 있는 이유가 뭘까. 방송사의 방임 탓이 크다. 시청률만 생각해 임 작가의 ‘막장드라마’를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MBC가 문제다. 최은희 방통심위 지상파 TV 팀장은 “MBC는 ‘오로라공주’ 심의 때 드라마본부장이 와 ‘임성한 작가를 쓰지 않겠다’고 해 놓고 이번에 ‘압구정백야’를 다시 편성했다”고 꼬집었다. MBC가 임 작가 드라마의 문제점을 공유하고도 2년이 안 돼 약속을 어긴 것이다. 심지어 ‘압구정백야’를 청소년 보호 시간대(오후 10시까지)에 편성하기까지 했다. 시청자가 많이 본다고 해도 콘텐츠의 질을 신경 써야 하는 게 공영방송이다. 이는 MBC의 ‘막장드라마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시청자가 찾는다고 ‘불량드라마’를 내보내는 건 책임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덕현 방송평론가도 “임 작가의 비상식적 드라마가 반복노출되면서 자극에 둔감해져 일부지만 이젠 마니아층까지 생겼다”며 “방치하면 여러모로 부작용이 많아 더 나아가는 드라마 문법을 파괴하고 드라마 생태계까지 무너뜨릴 수 있어 방송사가 이를 걸러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방통심위의 책임도 있다. 임 작가의 드라마가 세 번이나 같은 이유로 문제가 됐음에도 과징금 처분 같은 특단의 조처를 내리지 않아서다.다매체시대, 시청률 경쟁으로 ‘막장드라마’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심의 기준도 강화돼야 한다. 방송 환경 정화를 위해서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삼진아웃제’ 도입도 방법”이라고 봤다. 같은 문제를 세 번 반복하는 작가의 드라마를 편성하지 못하도록 압박할 수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막장드라마’로 인한 드라마의 품격 저하는 한류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격에도 해가 될 뿐이다. MBC가 ‘암 유발 드라마’를 도려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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