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껌' 종영]김병수 PD의 '낭만', 이미나 작가의 '로맨스'③

  • 등록 2015-12-16 오전 7:18:29

    수정 2015-12-16 오전 8:39:05

‘풍선껌’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낭만 로맨스’를 표방한 케이블채널 tvN 월화 미니시리즈 ‘풍선껌’이 종영했다. 이동욱과 정려원의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두 사람뿐 아니라 모두가 행복한 결말이었다. 다시 설레었고, 사람이 찾아왔고, 사랑이 시작됐다.

‘시청률 빼고 모든 것이 완벽했다’는 호평을 받은 ‘풍선껌’은 웰메이드의 대명사로 남았다. 김병수 PD의 낭만적인 연출, 이미나 작가의 로맨틱한 대본이 시너지를 냈다.

‘낭만’의 사전적인 의미는 ‘실현성이 적고 매우 정서적이며 이상적으로 사물을 파악하는 심리 상태’로 나와있다. 현실이 아닌 이상, 실체가 아닌 환상에 가까운 지점이다. 김 PD는 감성에 지친 요즘 현대인의 마음을 파고드는 ‘풍선껌’ 속 현실적인 상황을 ‘낭만적’으로 담아냈다. 아프고 부족한 현실을 드러냈으나, 묘하게 아름다워 보였다는 시청자 반응이 나오는 배경일 터다.

김 PD의 이 같은 연출이 빛을 본 장면은 첫회부터 등장했다. 극중 라디오 PD인 행아(정려원 분)와 DJ 세영(김정난 분)이 ‘까만 라디오’를 생방송으로 진행하던 도중에 행아의 깜짝 제안으로 ‘불빛 이벤트’를 진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속에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 마다 청취자들이 불을 껐다가 켜는 것을 반복, 라디오를 듣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알고보면 고( 故) 신해철이 라디오 DJ로 활동했을 시절, 라디오 청취자들을 확인하기 위해 제안했던 ‘실화’였다. 작품 속에 녹여내 시청자에게 재미와 추억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행아와 리환(이동욱 분)의 가슴 아팠던 이별을 그리는 데도 김 PD는 낭만을 잃지 않았다. 어른이지만 동화 같은 마음으로 사는 두 사람이 절절한 이별을 한 장소는 놀이터였다. 그네에 앉은 그 남자, 그 여자의 헤어짐은 시청자에게 역설적인 낭만을 선사하기도 했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행아를 발견한 석준(이종혁 분)이 그의 뒤를 계속 밟는 장면이나, 육교 위에서 마주한 행아와 리환이 아무 말 없이 서로를 꽉 안아주는 장면도 마찬가지. 김 PD는 가장 슬픈 순간에도 미학의 묘기를 부리는 연출 솜씨를 보여줬다.

대사를 연출하는 방법도 깊이를 더했다. 내레이션이다. 극 중간 틈틈이 흘러나오는 이동욱의 내레이션이다. 이미나 작가의 섬세한 감성이 깃든 대사와 이동욱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조화를 이뤘다. 김 PD의 적절한 내레이션 배치, 장면과 어우러지는 톤 조절 등이 신의 한수 였다는 반응이다.

‘풍선껌’
이미나 작가의 필력은 강했다. 이 작가는 ‘아날로그 감성’의 우월함을 아는 인재로 통했다. 이 작가의 현장은 책과 라디오였다. 라디오 작가로 일했고 ‘그 남자 그 여자’라는 책을 만들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지만 드라마는 ‘풍선껌’이 데뷔작이었다. 이 작가가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사소해서 특별한 감성’으로 무장해 성공을 거뒀다.

그가 지향한 로맨스는 차별화됐다. ‘남녀 사이의 사랑 이야기 또는 연애 사건’이라고 정의돼 있는 ‘로맨스’란 단어는 이 작가를 만나 제2, 제3의 의미를 찾았다. ‘풍선껌’은 ‘왜 우리는 모두 힘들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이 작가는 “주인공마다 결핍을 하나씩 갖고 있다. 결핍을 채워가는 이야기에 앞서 원론적인 고민을 담았다. 결핍이 꼭 채워져야만 하나, 그렇지 않다면 살아갈 수 없는가. 그런 생각을 했다”고 작품 집필 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라디오작가 김행아, 한방병원 의사 박리환, 라디오국 본부장 강석준(이종혁 분), 재벌3세 치과의사 홍이슬(박희본 분), 종합병원 이비인후과 과장 박선영(배종옥 분). 주요 등장인물을 보면 저마다 직업이 있고 사회적 위치가 있었다. 동시에 못난 구석이 있었다. 남아있는 가족이 없어 영원한 내편도 없었다. 화법이 다른 이와의 사랑은 상처로 남았다. 모든 걸 가졌어도 내 마음대로 살찔 권리조차 없는 꼭두가시 인생도 살았다. 방법을 몰라 진심을 늘 베일에 감춰두는 삶도 있었다.

드라마다운 설정의 캐릭터지만 공감할 구석이 많아 시청자도 행복했다. 결핍엔 절대적인 기준이 없고, 그 포인트를 공감의 저변을 넓히는 데 활용한 이 작가의 센스 덕이었다. 내가 부족하고, 모자라다 느껴지는 모든 상대적인 감정이 결핍으로 직결되는 법. ‘저 사람의 인생이 나와 같진 않아도, 나 역시 저 사람만큼 사랑에 서툴다’라고 이해할 수 있는 드라마가 ‘풍선껌’이었다. ‘결핍’이라는 게 삶의 또 다른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묘한 감성이 시청자를 홀렸다는 분석이다.

그간 접한 드라마에선 각기 다른 아픔을 가진 인물의 조화를 강조했다. 싸움을 붙였다가 화해를 시켰다. 서투르고 낯선 과정 끝에 진정한 하나가 돼 웃었다. ‘풍선껌’이 특별한 로맨틱 코미디라 자부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작가의 말대로 ‘풍선껌’은 결핍을 가진 인물들을 완벽한 한쌍 혹은 공동체로 엮기보다 결핍 그 자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고민했다.

이 작가가 ‘풍선껌’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마지막 회에 더 진한 여운을 남겼다. 15일 방송된 16화에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선영이 없어졌다는 말 하나에 그를 ‘이모’라 부르고, ‘엄마’라 부르고, ‘아줌마’라 하는 온갖 등장인물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장면은 ‘풍선껌’에 마침표를 찍어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하나씩은 다 부족한 이들이, 채우려는 고군분투보다 그 모습 그대로 서로 잘 살아내기 위해 얼마나 보듬어주고 있는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터지면 다시 불면 되는, 그렇게 사소한 행복을 주는 풍선껌처럼”이라는 리환의 마지막 내레이션 역시 이 드라마를 사랑한 시청자에게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한 마디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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