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 갔던 배구명가 되살린 '최태웅표 리더십'

  • 등록 2016-02-12 오전 6:00:00

    수정 2016-02-12 오전 6:00:00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오른쪽)이 경기 도중 여오현 플레잉코치가 작전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현대캐피탈 배구단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초보감독’ 최태웅(40)의 매직이 ‘한물간 명문’ 현대캐피탈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빠른 배구만큼이나 빠르게 명가 재건에 성공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9일 선두 OK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3-0(25-21 25-22 28-26)으로 꺾고 12연승을 기록 중이다. 22승8패 승점 63점으로 OK저축은행(승점 65점)에 겨우 승점 2점 차밖에 나지 않는다. 지금 기세라면 정규리그 역전 우승도 충분히 가능하다. 현대캐피탈의 정규리그 우승은 2008~2009시즌이 마지막이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5위에 그쳤다. 창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김호철 감독은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그리고 며칠 전까지 선수로 뛰었던 최태웅이 하루아침에 감독이 됐다. 파격이었다. 심지어 최태웅은 코치 경험도 없었다.

하지만 최태웅 감독은 초보 감독 티를 벗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성적에 얽매이기 보다 배구의 틀 자체를 바꾸려고 했다.

기존 배구는 ‘뻥 배구’ 또는 ‘몰빵 배구’였다. 외국인 공격수의 힘과 높이에 의존했다. 반면 최태웅 감독은 ‘스피드 배구’를 강조했다. 외국인선수 의존도를 낮추고 빠른 토스와 공격이 핵심이다.

외국인 선수부터 파격이었다. 3년 전 LIG손해보험에서 ‘먹튀’로 찍혔던 오레올 까메호(쿠바)를 데려왔다. 최태웅 감독은 오레올의 단점(파워 부족) 대신 장점(빠른 스윙)에 주목했다. 두 팔을 올려 토스처럼 서브를 받는 오버핸드 리시브 능력도 있었다.

오버핸드 리시브는 세터에게 빠르게 공을 보내는 동시에 리시브를 받은 선수도 곧바로 공격에 가담할 수 있다. 최태웅 감독이 원하는 빠른 배구에 딱 어울리는 선수였다.

스피드 배구는 시즌 중반까지 시행착오를 겪었다. 기존 배구에 익숙한 선수들은 템포를 따라가지 못하고 범실을 쏟아냈다. 3라운드까지는 중위권에 머물렀다. 포스트시즌 진출도 불안불안했다.

하지만 4라운드부터 달라졌다. 선수들이 빠른 배구에 익숙해지면서 승리와 자신감,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4라운드에서 구단 역사상 3년 만에 라운드 전승을 거둔 데 이어 5라운드 마저 승리를 싹쓸이했다.

지난 7일 한국전력 전은 최대 고비였다. 2-2 동점에서 마지막 세트 11-14까지 몰렸다. 하지만 벼랑 끝에서 내리 5점을 뽑고 기적 같은 역전승을 일궈냈다. 당시 최태웅 감독이 긴장한 선수들에게 “우리 10연승 팀이야. 자신감 갖고 해”라고 한 말은 큰 화제가 됐다. 경기가 안풀릴수록 질책 대신 격려와 칭찬으로 자신감을 불어넣는 것이 최태웅 감독의 스타일이다.

주변 상황도 현대캐피탈의 편이다. 선두인 OK저축은행은 주전 세터 이민규가 어깨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시즌 전부터 우승후보로 거론됐던 대한항공은 극심한 난조로 최근 5연패 중이다. 삼성화재도 주포 그로저가 무릎 통증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국가대표 주전센터 신영석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천군만마가 거저 들어왔다.

승리는 자신감을 부르고, 자신감은 더 많은 승리를 부른다. 지금 현대캐피탈의 모습이 그렇다. 연승을 통해 선순환을 만들고 그것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고 있다.

최태웅 감독은 “팀이 하나가 되고, 다시 승리하면서 더 좋은 효과가 나온다”고 “우리는 같은 목표를 향해 뛰는 ‘원팀’으로 가는 중이다”고 흐뭇해했다. 자신만의 배구로 성공시대를 활짝 연 최태웅 감독에게 ‘초짜’의 흔적은 더는 보이지 않는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