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의 폭력성

  • 등록 2018-01-30 오전 6:30:00

    수정 2018-01-30 오전 6:30:00

사진=‘황금빛 내 인생’ 방송화면 캡처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낙태는 너무하다.”, “그렇다고 이혼에 신고 협박이라니.”

치열한 갑론을박이다. 출산과 낙태를 다루는 KBS2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극본 소현경, 연출 김형석, 이하 ‘황금빛’) 속 이야기다.

극중 서지태(이태성 분)와 이수아(박주희 분)는 딩크족이다. 딩크(DINK)는 ‘Double Income, No Kids’의 줄임말이다.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면서 의도적으로 자녀를 갖지 않고 맞벌이 부부를 일컫는 말이다. 두 사람은 넉넉치 않은 형편에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이수아가 임신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어린 시절 가난에 대한 기억 때문에 이수아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서지태는 마음이 달라졌다며 낙태를 반대한다. 갈등 끝에 이수아가 이혼을 선언하자 서지태는 “이혼에 합의하는 대신 아이를 달라”, “낙태를 하면 신고하겠다” 등 협박한다.

일부 시청자는 불편함을 호소한다. 출산을 독촉하는 서지태의 모습에선 아내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찾기 어렵다. 아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거나 논리적인 설득 대신 서지태는 끊임없이 모성애를 강요한다.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는 아내에게 끊임없이 죄책감을 강요하는 방식이다. 완강하던 이수아도 행인과 부딪치는 순간 자신의 배부터 보호하며 조금씩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캐릭터의 폭력성은 남자주인공인 최도경(박시후 분)에게서도 드러난다. 최도경은 서지안(신혜선 분)에게 일방적으로 애정을 표현하고, 화를 분출한다. 먼저 이별을 고해놓고 서지안의 주변을 맴도는 식이다. 최도경의 일관성 없는 행동에 피로를 느끼지 않는 이는 서지안뿐이다. 가족에게 대화로 속내를 드러내는 대신 ‘상상암’으로 도피하는 서태수(천호진 분), 돈으로 상대를 휘두르고 협박을 일삼는 노명희(노영희 분)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황금빛 내 인생’ 안에선 이 모든 행동을 사랑이라 부른다. 가족이란 미명 아래 각 캐릭터는 정당성을 지닌다. 물론 드라마는 4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 몰이 중이다. 이 같은 흐름이라면 인기의 원인은 적어도 고정관념을 깨는 신선한 드라마이기 때문은 아니다. 그만큼 ‘황금빛 내 인생’은 기성세대의 고루함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가려지지 않는 미모
  • "내가 몸짱"
  • 내가 구해줄게
  • 한국 3대 도둑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