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 멤버 ‘비긴어게인’, 사전 준비만 네달·섭외만 두달”(인터뷰)

낯선 외국서 버스킹 공연하는 이소라 유희열 윤도현 노홍철, 여행하듯 따라
  • 등록 2017-06-30 오전 7:00:01

    수정 2017-06-30 오전 7:00:01

오윤환 JTBC '비긴어게인' PD가 28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날에도 밤 늦게까지 편집작업을 했다는 그는 피곤한 기색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이 화제 속에 첫 방송을 마친 것에 만족해했다. (사진=JTBC)

[이데일리 스타in 이정현 기자]"저는 판 깔아놓은 거 외에는 한 게 없어요."

마치 음악 영화를 보는 듯했다. 지난 25일 처음 방송한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프로그램 ‘비긴어게인’이다. 음악을 소재로 한 동명 영화에서 이름을 땄다.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나 아는 음악인인 이소라, 유희열, 윤도현이 방송인 노홍철과 함께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을 여행하며 버스킹 공연을 하는 과정을 담았다. 첫 술에 배가 불렀다. 닐슨코리아 집계 전국 시청률 5.1%를 기록했다. 한 시간 먼저 첫방을 한 동방송사의 ‘효리네민박’보다 0.7%포인트 적지만 역시 최고기록이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출한 오윤환 JTBC PD는 “경연이나 승부가 없는 음악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며 “완성된 음악의 경쟁이 아니라 노래가 만들어가는 과정과 그때 음악인들이 느끼는 감정을 전달하는 게 목표”라고 ‘비긴어게인’의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음악인들이 모여 4박6일간의 음악 여행을 떠났다. 농담마저 음악으로 소화하는 그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판만 깔아주면 이후는 출연진의 몫이다. 

아일랜드로 떠난 ‘비긴어게인’ 제작진은 40여명이었다. 그나마 사전답사를 한다거나 다음 스케줄  등으로 빠진 인원을 제하면 현장을 지키는 제작진은 스무명이 채 안 될 때가 많았다. 조명도 없고 촬영기사들도 숨기기 편안한 작은 카메라로 촬영했다. 오 PD의 전작이 수백대의 카메라를 활용했던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솔로워즈’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큰 변화다.

“함께 여행을 했지만 의도적인 연출을 하거나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제작진도 추리고 추려 최소한으로 했고요. 버스킹 공연이 소재인데 커다란 카메라가 찍고 있으면 이상하니 촬영 스태프를 거리 곳곳에 숨기느라 고생했죠. 멀리 있는 출연진을 줌렌즈로 당겨서 찍다보니 화면도 다소 거칩니다. ‘가까이 가면 더 예쁘게 찍을 수 있다’는 제작진을 설득하느라 혼이 났네요. 믿고 따라줘서 고맙기도 하고요. ‘예쁜 그림’보다는 ‘노래하는 이들의 생생한 감정’을 잡아냈으면 했거든요.”

'비긴어게인'의 포스터. 제작진은 촬영 카메라가 가까이 다가갈 경우 버스킹 공연이라는 느낌이 사라질 것을 우려해 최대한 먼 곳에서 카메라를 숨겨 촬영을 했다. 오윤환 PD는 "덕분에 아일랜드의 거리에서 공연하는 느낌을 풀샷으로 담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사진=JTBC)

‘비긴어게인’의 첫 기획안은 지난 2월에 나왔다. 그때부터 두 달여간 출연진을 섭외하는데 공을 들였다. 이소라, 유희열, 윤도현이 모인 버스킹팀 ‘비긴 어스’가 결성할 수 있었던 건 결국 끈기 덕이다. 이후에는 깐깐한 더블린의 버스킹 규정을 파악하고 촬영허가를 얻어야 했다. 수달을 공들여 판을 깔았고 ‘비긴 어스’는 그 위에서 음악에 집중했다. 시간과 끈기가 뭉쳐 '비긴어게인'이라는 결과물을 냈다.

“이소라는 생각보다 밝은 분이었습니다. 반대로 아티스트로서 정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할 정도로 섬세할 때도 있고 음악적 고민도 깊더라고요. ‘비긴 어게인’을 하면서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그의 음악적 고민을 최대한 담는 것입니다. 외로움 속에서 노래하는 분이 국내서도 힘든 여행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마음 먹은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

유희열과 윤도현은 오윤환 PD를 편안하게 했다. 오 PD는 “유희열은 프로그램의 가장 기본이 되는 하얀 쌀밥 같은 분”이라했고 “윤도현은 건실함 자체”라 표현했다.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마에스트로처럼 버스킹 여행을 조율했다. 음악적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것은 이들을 섭외한 첫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예능인인 노홍철은 왜 함께했을까. 오윤환 PD는 “노홍철이 ‘비긴 어스’와 함께 음악 여행을 하며 변해가는 과정도 흥미롭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돌아이’나 ‘예능 MC’가 아닌 다른 모습이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어 “무엇이든 호기심을 느끼는 그만의 캐릭터가 있어야 했다”며 “누군가는 MC라고 하는데 ‘비긴 어게인’은 ‘레디큐’가 없어 그가 진행자라는 건 말이 안된다”고 노홍철의 ‘역할론’을 설명했다. “음악을 잘하는 형들을 따라다니는 ‘동네 동생’같은 느낌이랄까. 듣는 것 외에는 음악에 문외한인 이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윤환 PD는 이날 유명 록밴드인 건즈앤로지스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실제로도 록 음악 마니아다. 아날로그를 좋아해 LP판을 수집해 하나씩 닦아가며 듣는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면서 누구나 있다는 스트리밍 음원사이트는 가입도 하지 않았다. 디지털보다는 무언가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음악이 좋다. ‘비긴 어게인’은 오 PD가 연출하는 첫 번째 음악 관련 예능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음악에 접근하는 그의 방식이 방송프로그램에 녹았을지도 모른다.

“첫번째 장소는 ‘원스’의 배경이었던 아일랜드였고 두 번째는 록의 나라라 불리는 영국의 맨체스터와 리버풀을 다녀왔습니다. 비틀즈의 흔적을 보고 왔죠. 앞으로는 유럽을 벗어나 미국이나 남미 등도 여행하고 싶습니다. 시애틀로 간다면 얼터너티브 록의 흔적이, 쿠바로 간다면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모티브가 되지 않을까요?”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집중'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 박결, 손 무슨 일?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