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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는 한 무리의 처녀들이 트럭에 태워져 어디론가 옮겨지고 있고, 또 다른 무리의 처녀들은 불에 타고 있다. 그 한편에 두 처녀가 불안한 모습으로 숨어서 지켜보고 있다. 조정래 감독은 2002년부터 위안부 피해자 후원 시설인 ‘나눔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태워지는 처녀들’은 그때 본 것이었다.
“(그림이)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되더군요. 제가 색약입니다. 기자님이 보는 세상과 제가 보는 세상이 다릅니다. 저한테는 그 그림이 너무 강렬하게만 보였어요.”
강일출 할머니는 열여섯 살에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동원 됐다. 일본군의 소각명령에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를 넘기고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조 감독에게 ‘태워지는 처녀들’은 끔찍한 학살의 기록이었다. 그는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후에 큰 충격을 받았다. 몸살을 앓었고 악몽에도 시달렸다.
조 감독은 그렇게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영화로나마 돌아가신 분들을 고향으로 모셔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제목이 ‘귀향’이다. ‘귀향’의 귀는 돌아갈 귀(歸)가 아닌 ‘혼’ ‘넋’을 뜻하는 귀(鬼)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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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너한테 10만원치 밥, 100만원치 술은 사줄 수 있어도 1만원 후원은 못 하겠다’ 하더군요. 후원금을 준다는 것 자체가 그 뜻에 동참한다는 것인데 그게 두렵고 힘들다면서요. 저한테는 1만원이 단순한 돈이 아니에요. 1만원이 1000만원 같아요. 영화를 위해 누구는 차를 팔고 집도 팔았어요. 우리 영화는 피 같은 돈으로 만들었고 그런 마음들이 모여 만든 영화입니다. 후회 없이 만든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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