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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잠실 경기가 끝나고 당시 SK 운영부장이던 민경삼 현 단장과 경기 후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습니다. 당시 SK 숙소 옆에는 유명한 순대국 집이 있었는데요. 코치나 선수들도 경기가 끝난 뒤 별식이 먹고 싶으면 이 집에 많이들 들르곤 했습니다.
때문에 선수들은 조금 덜 왔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래도 어른들 많이 오는 곳은 불편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민경삼 당시 부장은 그들을 반겼습니다. 경기를 기분 좋게 이겼었거든요. 호기롭게 카운터로 가더니 “쟤들한테 수육 중자 하나 가져다 주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선수들도 고맙다고 인사를 했구요. 보통 성인 셋이면 순대국 한 그릇 하면서 한 점씩 집어 먹기엔 중자는 충분한 양이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뒤 카운터 아주머니가 쭈뼛쭈뼛 저희 테이블로 오더니 조용히 이렇게 말하더군요. “저기요, 저기 작은 분이 오셔서 수육 대자로 바꿔달라는데 괜찮을까요?” 민 부장은 어이없다는 듯 껄껄 웃으면서도 기분 좋게 OK 사인을 냈습니다. 저 멀리엔 왜 그런지 알고 있다는 듯 바라보며 미소짓던 정근우 선수가 있었구요.
이후 ‘정근우’ 하면 그 사건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분명 말 잘 듣고 싹싹한 스타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에겐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요즘 정근우 선수가 잘 안 맞고 있죠. 하지만 주위에선 별로 걱정을 안하더군요. “정근우야 말로 야구 천재”라면서 말이죠. 미워하기 힘든 악동 정근우. 슬럼프에 빠져 있어도 어쩐지 화가 덜 나게 하는... 묘한 매력의 소유자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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