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우의 새털 베이스볼]미워하기 힘든 악동 정근우

  • 등록 2015-05-02 오전 10:33:37

    수정 2015-05-02 오전 11:43:52

정근우. 사진=한화 이글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야구기자 한 지가 벌써 16년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동안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었는데요. 제가 겪어 본 그 ‘사람’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사적인 잣대로 들여다볼까 합니다. 사람의 기억은 모두 다르게 적히기 마련이니까요. 기사처럼 객관성을 애써 유지하려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느낀 바를 솔직하게 적어볼까 합니다. 그저 ‘새털’ 처럼 가볍게 읽어봐 주시고, ‘아! 그렇게도 볼 수 있구나’ 정도로만 여겨주셨으면 합니다. 오늘은 새털데이(Saturday)니까요.



2007년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잠실 경기가 끝나고 당시 SK 운영부장이던 민경삼 현 단장과 경기 후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습니다. 당시 SK 숙소 옆에는 유명한 순대국 집이 있었는데요. 코치나 선수들도 경기가 끝난 뒤 별식이 먹고 싶으면 이 집에 많이들 들르곤 했습니다.

때문에 선수들은 조금 덜 왔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래도 어른들 많이 오는 곳은 불편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날도 그 집엔 코치분들이 여럿 보였습니다. 그러다 젊은 친구들이 세 명 정도 들어오더군요. 정근우와 그 또래 선수들이었습니다.

민경삼 당시 부장은 그들을 반겼습니다. 경기를 기분 좋게 이겼었거든요. 호기롭게 카운터로 가더니 “쟤들한테 수육 중자 하나 가져다 주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선수들도 고맙다고 인사를 했구요. 보통 성인 셋이면 순대국 한 그릇 하면서 한 점씩 집어 먹기엔 중자는 충분한 양이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뒤 카운터 아주머니가 쭈뼛쭈뼛 저희 테이블로 오더니 조용히 이렇게 말하더군요. “저기요, 저기 작은 분이 오셔서 수육 대자로 바꿔달라는데 괜찮을까요?” 민 부장은 어이없다는 듯 껄껄 웃으면서도 기분 좋게 OK 사인을 냈습니다. 저 멀리엔 왜 그런지 알고 있다는 듯 바라보며 미소짓던 정근우 선수가 있었구요.

이후 ‘정근우’ 하면 그 사건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분명 말 잘 듣고 싹싹한 스타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에겐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의 대학 선배 중 한 선수는 “학교 다닐 때도 그랬다. 싹싹한 후배는 아닌데 싫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야구를 정말 잘했다. 같이 하면 힘이 되는 선수이니 더 좋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요즘 정근우 선수가 잘 안 맞고 있죠. 하지만 주위에선 별로 걱정을 안하더군요. “정근우야 말로 야구 천재”라면서 말이죠. 미워하기 힘든 악동 정근우. 슬럼프에 빠져 있어도 어쩐지 화가 덜 나게 하는... 묘한 매력의 소유자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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