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혜진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에서 쟁쟁한 프로 선배들을 모두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대부분 선수가 거치게 되는 2부 투어에 뛰지 않아도 되고, ‘지옥’이라며 혀를 내두르는 정규 투어 시드전도 면제를 받았다. 갓 17세 된 여고생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주어졌다.
최근 끝난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부터는 몸값이 폭등했다. 최혜진의 모자 정면을 차지하기 위해 국내 유수의 대기업과 금융기업 여러 곳이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각종 미디어에서도 최혜진의 ‘가치’에 높은 점수를 주며 연일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퍼주기 계약’은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무분별한 ‘모시기 경쟁’이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의견이다.
이참에 골프 스폰서 시장에도 ‘마이너스 옵션’을 도입하자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엄청난 계약금을 받지만 득과 실이 명확하다. 성적에 따라 선수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국내 프로야구나 프로축구도 일부 선수들에게 마이너스 옵션을 적용하고 있다.
국내 여자골프선수들의 계약을 보면 마이너스 옵션은 없고 플러스 옵션만 있다. 보너스로 연간 4억~5억 원의 가외수입을 올리는 선수도 많다. 반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는 선수에게 ‘벌’은 없다. 계약만 잘하면 성적과 몇 년간 편하게 투어를 뛸 수 있다. 기업들에게 ‘안전장치’는 없다. ‘거품’에 된통 당한 기업체 몇 곳은 골프 선수 후원 시장에서 아예 발을 뺐다. 올해 상당수 선수가 스폰서가 없는 이유기도 하다. ‘부메랑’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든 것이다.
보비 존스는 골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평가받는다. US오픈을 4차례나 들어 올렸고, 브리티시오픈도 3승을 거뒀다. 1930년에는 메이저대회 4개를 우승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는 28살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영원한 아마추어로 남았다. 놀랍게도 그가 벌어들인 상금은 0원이었다. 그는 “우리는 언제나 공이 놓인 채로 플레이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욕심을 버리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