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음원 실시간 차트, 개편은 미봉책일 뿐

  • 등록 2017-02-28 오전 6:00:00

    수정 2017-02-28 오전 6:00:00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Idiot!’ 문제는 스트리밍이야.” 지금 당신이 듣고 있는 음원, 현재 인기 순위는 얼마나 될까? 주요 음원 사이트가 27일부터 실시간 차트 개편을 단행했다. 어뷰징 등 불건전한 문제들을 시정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권고에 따른 결과다.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와 음원 사이트 업체들의 논의 끝에 결정됐지만 개편 전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편에 대해 급조된 보여주기식 결과일 뿐이라는 지적도 내놨다.

이번 차트 개편은 국내 음원 시장의 독특한 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실시간 차트는 매 1시간마다 음원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등에 대한 집계가 이뤄져 순위가 매겨진다. 개편에 따라 매일 오후 6시가 넘어 발매된 신곡들은 다음날 오후 1시부터 각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차트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이번 실시간 차트 개편으로 새벽 시간대를 틈탄 아이돌 팬덤들의 ‘좋아하는 가수 1위 만들어주기 경쟁’ 방지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새벽 시간대에는 음원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가능했던, 팬덤의 힘이 차트 순위를 좌지우지하는 불합리한 현상을 개선할 수 있다.

문제는 이번 차트 개편 조치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가요계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인기 가수, 아이돌 그룹들에게 이 같은 변화가 별다른 영향을 미칠 여지는 적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들은 이미 다른 가수들이 팬과 일반 대중의 호평을 얻어도 차트에서 아무 장애 없이 1위를 할 수 있을 정도의 팬덤을 확보하고 있다. 그 동안 낮 12시와 0시로 양분돼 있던 음원 발매 시간이 차트 개편으로 다양화되는 분위기인데 이 역시 대형 기획사들이 유리하다. 자사 소속 가수에게 유리한 시간대를 산출해낼 만한 빅데이터를 확보하기 수월해서다.

불건전한 문제들을 시정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문체부의 의도는 국내 음원 시장을 보다 체계적이고 구조적으로 변화하려는 장기 계획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동안 음원을 MP3 형태로 다운로드받거나, 저렴한 가격에 스트리밍 위주로 공급되는 것을 두고 음원제작 관련 종사자들은 외국에 비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지적해왔다. 더욱이 각 음원 사이트들은 메인 화면에 최신 앨범과 인기 콘텐츠들을 소개해 자사 투자 음원의 손을 들어주는 비합리적 형태도 변함이 없다. 최신 앨범란에 소개되는 콘텐츠의 개수도 한정이 돼 있다. 비인기 가수, 신인들, 작은 기획사 소속 가수들은 존재를 부각시킬 방법만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볼빨간 사춘기, 신현희와김루트 같은 팀들이 스타로 발돋움하기가 여전히 힘든 이유다.

국내 음원 시장의 장기적 성장은 실시간 차트 등 외적 시스템보다 다양한 음악 장르의 성장이 담보되는 내적 시스템을 단단하게 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장르별 차트를 활성화하는 방법, K팝 그룹 의존도를 딛고 음원 콘텐츠 제작의 폭을 넓히는 방법, 무엇보다 스트리밍이나 다운로드 시스템 개선을 통한 음원 제작자에 대한 실질적인 대가 지급 등이 필요하다.

실시간 차트가 가수들의 홍보에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고, 팬덤을 끌어들이는 긍정적인 역할도 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실제로 실시간 차트는 음원 사이트 이용자들에게 음원 선택의 기준을 제시한다. 아이뮤직 등 해외 음원사이트의 경우 일방적 실시간 차트외에 빅데이터를 이용한 유저의 음악 성향에 따른 추천곡 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된다. 미국, 일본, 중국, 유럽의 각 나라들에서 실시간 차트가 아닌 일간 음원 순위 차트만으로도 음원의 선택의 폭이 다양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문제에 대한 개선 없다면 실시간 차트 상위 100위 안에 들지 못하면 대중에게 선택받을 가능성이 작아지는 현재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결국 1시간 단위는커녕 실시간 차트를 없애는 게 오히려 낫다는 목소리 또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다. 확실한 것은 국내 음원 시장이 공급자 아닌 사용자 위주의 시스템으로 정비되어야 음원 시장의 미래가 담보된다는 점이다. 화근을 놔둔 상태에서는 어떤 조치도 미봉책일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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