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팬心 돌려놓은 타이브레이커와 삼성의 변신

  • 등록 2021-11-01 오전 7:23:31

    수정 2021-11-01 오전 7:23:31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35년 만에 다시 열린 타이브레이커가 프로야구에 대한 팬들의 관심을 다시 불러모았다.

31일 오후 2시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1위를 결정하기 정규시즌 공동 1위팀 KT위즈와 삼성라이온즈의 타이브레이커가 열렸다. 두 팀은 정규리그 144경기를 모두 치른 뒤 나란히 76승 9무 59패의 기록으로 공동 1위에 올랐다. 승·무·패 및 승률까지 모두 동률을 이뤘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1위 결정전을 치러야 했다. 승자가 가려져야만 끝나는 경기인 만큼 치열한 승부가 예고됐다. 올 시즌 일부 선수들의 일탈과 도쿄올림픽 부진 등으로 야구에 실망감을 표하며 떠났던 팬들의 마음을 돌려놓기에 충분했다. 이날 경기 티켓은 예매 오픈 9분만에 1만2244장이 매진돼 팬들의 관심을 대변했다. 그 두 주인공이 ‘명가의 부활’ 삼성과 ‘막내의 반란’ KT라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기뻐하는 kt 선수들 (사진=연합뉴스)
프로야구에서 타이브레이커가 열린 것은 1986년 후기리그에서 공동 1위를 차지한 OB베어스와 해태타이거즈가 3전 2승제로 경기를 치른 이후 무려 35년 만이었다. 타이브레이커는 국내 프로야구에서 한참 동안 사라져 있었다. 대신 두 팀이 동률을 기록할 경우 상대전적에서 앞선 팀이 윗순위에 올라갔다. 2019년이 대표적이었다. 당시 SK와이번스와 두산베어스가 88승1무55패로 공동 1위였다. 하지만 상대전적에서 9승 7패로 앞선 두산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결국 두산은 그 기세를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달성했다.

2019시즌이 끝난 뒤 상대 전적으로 우승팀이 결정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결국 KBO는 지난해부터 타이브레이커를 부활하기로 결정했다.

타이브레이커는 외나무다리 싸움이나 다름없다. 물러설 곳이 없는 싸움이다. KT와 삼성도 전력을 아끼지 않고 총력전을 펼쳤다. 그래서 야구팬들의 마음을 흔드는 명승부가 연출됐다.

경기는 KT가 1-0으로 승리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8일 선발등판 이후 이틀만 쉬고 다시 선발로 등판, 99개의 공을 뿌리며 8개의 삼진을 잡아낸 윌리엄 쿠에바스의 역투, 9회말 삼성 선두타자 구자욱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낸 박경수의 호수비 등 초인적인 플레이들이 어우러져 1군 진입 7시즌 만의 첫 우승을 이뤘다. 지난 2019년 정규시즌 6위, 지난해 3위에 이어 KT는 프로야구의 새로운 강자로 입지를 확고히 했다.

비록 정규시즌 우승은 놓쳤지만 삼성도 치열한 승부를 펼치면서 명가의 부활을 알렸다. 특히 삼성은 지난 5년간 하위권에서 맴돌다 6년만에 다시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하면서 길었던 슬럼프에서 탈출했다.

삼성은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래 최고의 명문팀이라고 해도 손색없다. 원년 한국시리즈를 시작으로 통산 17번이나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7번 우승을 차지했다. 전후기 통합 우승을 차지해 한국시리즈가 열리지 않았던 1985년 시즌을 포함하면 통산 8번이나 우승을 일궈냈다.

올 시즌 삼성이 부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강력한 투수진이다. 삼성은 이번 시즌 10승 이상 달성한 확실한 선발투수를 3명이나 배출했다. 외국인투수 데이비드 뷰캐넌(16승 5패 평균자책점 2.96)은 다승 단독 1위를 차지했다.

특히 국가대표 에이스로 발돋움한 원태인의 성장은 삼성 구단을 넘어 한국 야구 전체의 큰 수확이었다. 지난해까지 유망주에 머물렀던 원태인은 이번 시즌을 14승 7패 평균자책점 3.06을 기록하며 다승 공동 3위에 자리했다.

명가 부활에 대한 구단의 의지도 뚜렷했다. 삼성은 지난해 3월 원기찬 대표이사가 부임한 뒤 팀 분위기를 바꾸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연봉 시스템의 개편이었다. 선수가 본인의 계약 구조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뉴타입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그 결과 선수들은 더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 한 발 더 뛰고,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단순히 돈 얼마를 더 받고 덜 받는 차원이 아니었다.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가 생겼다는 것이 중요했다. 이는 선수들의 잠자던 승부욕을 깨웠다. 최근 5년의 부진 속에서 자라났던 패배의식도 지워버렸다.

구단 운영 주체가 바뀌면서 투자에 인색해졌다는 비판은 이번 시즌에 완전히 사라졌다. FA 시장에서 거물급 왼손타자인 오재일을 최대 50억원을 투자해 영입했다. 영입 당시 36살 선수를 데려오는데 있어 오버페이를 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하지만 삼성은 일단 결정을 내린 뒤 신속하게 실행에 옮겼다. 약점인 1루수 왼손거포 자리를 메워야 팀이 살아난다는 자체 진단 결과에 따라 지체없이 과감한 투자를 쏟아부었다.

그 선택은 옳았다. 삼성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오재일은 타율 .285 25홈런 97타점을 기록하며 중심타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단순히 수치를 넘어 팀의 리더로서 후배들을 이끄는 모습도 돋보였다.

삼성은 플레이오프에서 가을야구를 시작한다. 비록 한국시리즈 직행은 아니지만 우승 DNA가 가득한 팀인 만큼 가을야구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올 시즌 완전히 달라진 삼성의 2021년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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