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우의 새털 베이스볼]이호준, 두려움을 지우자 내일이 보였다

  • 등록 2015-06-20 오전 11:05:23

    수정 2015-06-20 오후 1:05:47

이호준. 사진=NC 다이노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야구기자 한 지가 벌써 16년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동안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었는데요. 제가 겪어 본 그 ‘사람’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사적인 잣대로 들여다보는 것이 목적입니다. 사람의 기억은 모두 다르게 적히기 마련이니까요. 기사처럼 객관성을 애써 유지하려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느낀 바를 솔직하게 적어볼 생각 입니다. 그저 ‘새털’ 처럼 가볍게 읽어봐 주시고, ‘아! 그렇게도 볼 수 있구나’ 정도로만 여겨주셨으면 합니다. 오늘은 새털데이(Saturday)니까요.



‘인생은 이호준 처럼’이라는 말은 처음엔 비아냥의 의미가 강했습니다. 원 소속팀이던 SK와 첫 FA 계약을 맺은 이호준 선수는 사실상 먹튀에 가까웠습니다. 무릎 부상 탓에 경기를 제대로 나서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반복된 수술과 재활로 계약 기간의 대부분을 보냅니다.

그러나 계약 마지막 해, 귀신같이 부활을 합니다. 4년 중 최고의 해를 보내며 이호준은 다시 한 번 FA 대박을 터트립니다.

이번 선택은 NC였습니다. 어쩌면 그가 택할 수 있는 팀 중 부담이 가장 덜 한 팀이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성적에 대한 부담이 덜 한 NC는 그를 먹튀라고 손가락질 할 가능성도 적어 보였습니다. 그만의 책임이 아니었을테니까요.

그렇게 이호준 선수는 NC 유니폼을 입게 됩니다. ‘인생은 이호준 처럼’이라는 말이 그야말로 최전성기(?)를 이루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NC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됩니다. 야구 선수로서 한층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지난 2년간 내리 120경기 이상을 나가 20개 이상의 홈런을 쳤습니다. 올 시즌엔 통산 300홈런과 1100타점 돌파 기록도 세웁니다. 두 가지 모두 최고령 기록이었기에 더욱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그에 대한 평가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젠 ‘야구는 이호준 처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입니다.

변화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정도 이유는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그가 마지막을 각오한 순간부터 더 강해졌다는 점 입니다.

이호준 선수의 무릎은 정상이 아닙니다. 검사 받으러 갈 때 마다 수술해야 한다는 소릴 듣습니다. 은퇴를 해도 수술을 해야 한답니다. “어느정도라도 정상인 처럼 살기 위해선 무조건 재수술을 해야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의 기분은 어땠을까요.

하지만 이호준은 더 이상 몸을 사리지 않았습니다. 무릎의 끝까지 가 보겠다는 심정으로 매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언제 끊어져도 상관 없다는 독한 마음으로 말이죠. 그러다보니 신기하게도 무릎이 그를 지탱해 주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의학만으로 어떻게 설명되지 않는 그 무언가가 이호준의 인생을 다시 한 번 바꿔 놓은 셈이죠.

매 타석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각오가 그에게 새로운 미래를 선물한 셈 입니다.

이호준은 올해가 계약 마지막 해 입니다. 늘 “내년에 은퇴하겠다”고 했던 그였지만 글쎄요…. 지금 실력으로는 그만두기가 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찌됐건 전 요즘들어 ‘인생은 이호준 처럼’이라는 말에 좀 더 공감을 하고 있습니다. 가슴 속에서 두려움을 지우면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그에게서 배웠기 때문입니다.

*덧붙이기 : ‘새털베이스볼’ 답지 않게 너무 딱딱한 이야기만 한 것 같아서…, 그에 관한 에피소드 하나 방출하겠습니다.

이호준 선수가 미모의 승무원 출신 아내와 결혼한 건 다들 아시죠? 둘의 연애 시절 이야기 입니다. 당시 차는 당시 여자 친구만 있었는데요. 겨울에 그 차로 만나 데이트를 했답니다. 모처럼 만나 입에도 맞지 않는 양식으로 폼을 낸 이호준 선수. 차를 타고 가는데 속이 갑자기 안 좋더랍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방귀를 방출하게 되는데요. 유리창만 열면 어떻게든 능청스럽게 넘길 자신이 있었답니다.

그런데 날벼락이 떨어집니다. 창문이 열리지 않았던 것이죠. 이호준 선수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여자친구는 데이트에 나오기 전 세차를 했는데요, 그만 추운 날씨와 맞물려 창문이 얼어붙고 말았던 겁니다.

이호준 선수가 어떻게 했냐구요? 방법 뭐 있었겠습니까. 얼굴 벌개지면서 계속 빨아들이는 수 밖에요. 여전히 전 그 분이 왜 그를 선택했는지 잘 이해가 안 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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