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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년여 만에 자신의 감정을 전할 수 있을 만큼 영어 실력이 늘었다. 남다른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신인상 소감에서 쓸 멘트를 무려 100번 넘게 입으로 외웠다. 전인지는 이날 경기 후 진행된 베어 트로피 시상식에서 “신인상 수상 소감 발표 연습만 한 100번 한 것 같다”며 “챔피언 퍼트보다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LPGA에 진출한 태극 낭자들의 입에선 영어가 술술 나온다. 골프 실력도 중요하지만, 미국 언론과 인터뷰 등을 위해서 영어 공부가 필수적이다. 태극낭자가 미국을 주무대로 열리는 LPGA에서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데 많은 이들이 동감하고 있다. 지난 2008년 LPGA는 한국 선수들의 투어 입문을 어렵게 만들기 위한 꼼수로 영어 의무화 규정을 추진했다 철회한 때를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최근 전인지에 앞서 미국 진출한 김세영(23·미래에셋) 등도 대표적인 영어 공부 노력파다. 둘의 공통점은 영어를 배우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김세영-개인교사, 유소연-화상교습
전인지는 영어 실력도 꽤 늘었다는 주위 사람들의 전언이다. 전인지는 영어를 배우는 데 적극적이다. 시즌 내내 인터뷰에서 통역 없이 영어로 말하려고 노력했다. 매니저는 호주 사람을, 캐디는 아일랜드 사람을 고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때는 마지막 라운드 내내 우승 소감을 중얼거리며 ‘멘털’을 관리했다. 가끔은 동문서답도 나오지만 오히려 격려하는 이가 많았다.
내년 LPGA에 진출하는 박성현(23·넵스)은 진로를 결정하자마자 영어 공부 방법부터 고민했다. 그는 “영어가 큰 부담인데 공부 열심히 해 첫 우승 인터뷰는 통역 없이 하고 싶다.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는 데 디즈니월드엔 꼭 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태극낭자의 영어 공부 방법은 천차만별이다. 김세영은 개인교사를 써 영어회화에 몰두하는 방법을 썼다. 전인지는 영어로 편지쓰기 등으로 공부를 하기도 했다. 유소연(26·하나금융그룹)은 화상 통화로 원어민과 1대1 교습을 받는다.
영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선수가 외국 투어에서 성공하는데 있어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이 LPGA에 건너가며 극복해야 할 것 중에는 협회, 언론과의 소통도 포함돼 있다. 특히 LPGA는 선수들에게 과외를 붙여주는 등 영어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언론도 영어를 쓰는 선수에게 훨씬 더 우호적이다. 미국 AP 통신은 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이 유창한 영어를 구사한다며 “그들(한국선수들)의 노력이 더욱 인상 깊게 보인다”고 보도했다. 또 “한국 선수들은 이제 프로암이든 인터뷰든 소감이든 모두 훌륭한 영어로 답한다”며 “이른바 ‘한국 선수들의 LPGA 투어 지배’가 더는 문제점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