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녀석들', 절대 善·惡 벗어난 수사물 만들고 싶었다"(인터뷰)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 첫회부터 터진 색다른 수사물
"흑백논리의 단순한 진영구조 탈피한 수사물 원해"
김상중부터 박해진까지, '마음 속 1순위' 캐스팅 감사
  • 등록 2014-10-25 오전 8:37:35

    수정 2014-10-25 오전 10:03:05

‘나쁜 녀석들’의 한정훈 작가가 서울 상암 CJ E&M센터에서 진행한 이데일리 스타in과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방인권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영화 전문 채널 OCN에서 만드는 드라마는 달랐다. ‘뱀파이어 검사’ ‘특수사건전담반 텐’ ‘리셋’ ‘신의 퀴즈’ 등 시리즈물은 국내 안방극장을 수놓은 어떤 장르물보다 뛰어난 영상미를 자랑했다. 탄탄한 대본에 힘입어 배우들의 재발견이 이어졌고 마니아 시청층을 섭렵하며 꾸준히 사랑 받았다.

11부작 드라마 ‘나쁜 녀석들’은 조금 더 특별했다. 첫회부터 터졌다. 내부적으로 워낙 기대가 높았기 때문에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더 탄력 받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토요일 밤, 볼 거리도 즐길 거리도 많은 시간대 시청자를 열광시키는 ‘나쁜 녀석들’은 충분히 달궈져있다. 김상중, 박해진, 조동혁, 마동석의 남자 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 향연’에 취한 건 당연하다. 표정으로 액션으로 압도하는 화면을 만드는 연출력도 마찬가지다. 때론 거칠지만 때론 마음을 움직이는 대사의 힘은 말할 것도 없다.

이외에도 ‘나쁜 녀석들’은 뭔가 다른 힘을 가진 작품이다. 내용을 깊이 들여다보면 그렇다. 오구탁 형사(김상중 분)를 필두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이정문(박해진 분)과 조직폭력배 행동대장 박웅철(마동석 분), 빈틈 없는 청부살인업자 정태수(조동혁 분)가 뭉친 ‘나쁜 녀석들’. 누가 봐도 ‘악의 축’인 세 남자와 ‘민중의 지팡이’라는 형사가 손을 잡았다. 더 세고 추악한 악을 처단하기 위해서다. 누군가를 죽이고 때리고 속이는데 망설임이 없었던 나쁜 녀석들은 어느덧 ‘선의 축’이 돼 사람을 구하는 일에 나를 희생하기 시작했다. 선과 악이 공존하고 선과 악을 구분 지을 수 없는 묘한 지점에 이 드라마가 있다.

‘나쁜 녀석들’의 김상중.
‘나쁜 녀석들’의 한정훈 작가를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 센터에서 만났다. ‘나쁜 녀석들’을 만들게 된 시작부터 올해 초 11회 대본을 모두 탈고하고 최근까지 수정 작업을 마무리한 과정을 들을 수 있었다.

△드라마가 묘한 느낌이다.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구상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글을 쓰는 사람이다 보니 새로운 것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는 게 일이다. ‘뱀파이어 검사’ 시즌2를 마치고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특별한 계기는 없지만 ‘나쁜 녀석들’의 큰 틀을 비롯해 다른 이야기들도 생각했던 게 있었다. 감독님에게 여러 아이디어를 냈을 때 ‘나쁜 녀석들’이 재미있을 것 같다는 답을 받았다. 굉장히 치열하게 계산하고 고민했을 것 같지만, 사실 별 거 없다.(웃음)

△계산이 없었다해도 주고자 한 메시지는 분명히 생각하셨을 거다. ‘나쁜 녀석들’은 어떤 작품으로 봐야할까.

그런 생각은 했다. 우리 사회가 흑백논리에 많이 치우져있지 않나. 대부분의 사고가 진영논리로 나뉘어 있다. 착하고, 나쁘고, 좋고, 싫고. 하지만 ‘나쁜 녀석들’ 속 캐릭터가 극단적인 경우라 그렇지, 우리들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 아닌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세상에 절대적인 악도, 선도 없을 것 같았다. ‘안티 히어로’라는 말도 있지 않나. ‘나쁜 녀석들’은 그런 의미에서 시청자들에게 생각할 거리가 됐음 좋겠다.

△실제로 그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나쁜 녀석들’이 기존의 수사물과 다르다는 호평이 많다. 확실히 내용 면에서 단순한 구조를 따르지 않은 힘이 컸던 것 같다.

맞다. ‘나쁜 녀석들’은 수사물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 오히려 액션 스릴러에 가깝다. 그동안 봤던 수사물은 경찰, 형사, 검사, 이런 ‘직업적’인 측면에서 범인을 잡는데 치중했다. 우리나라 드라마뿐 아니라 CSI 같은 미국드라마를 봐도 모든 이야기는 범인의 손에 수갑을 채우는 모습으로 끝나지 않나. 그렇게 되면 범인의 악행에 분노하고 범인을 놓치는 모습에 짜증을 내고 희생자를 보며 슬퍼하던 시청자들의 감정이 너무 허무하게 끝나버린다. 나는 착한 사람이 나쁜 사람을 벌주는 권선징악의 진영논리에서 탈피한 수사물을 쓰고 싶었다. 시청자들이 느끼는 울분이 드라마 속에서도 같이 터져줬으면 했다.

△‘나쁜 녀석들’ 속 캐릭터들은 그래서 감정적으로 그려지는 것 같다. 범인에게 용서를 빌라고 갈구하고 분을 참지 못해 주먹이 나가고 욕을 쏟아붓지 않나. 그런 모습을 통해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안기고 싶었던 건가.

그런 부분이 있다. 어찌 보면 ‘나쁜 녀석들’은 감정적으로 사건을 푸는 드라마다. 사건을 꼬고 풀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는 한정적인 면이 있다. ‘나쁜 녀석들’에서는 캐릭터의 감정에 화해, 용서, 반성, 이런 것들이 들어 있다. 그 감정에 초점을 맞춰 사건을 풀기 때문에 기존 수사물과 조금 다른 시선에서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한정훈 작가.(사진=방인권기자)
△본인 스스로 이 작품을 만족스럽게 즐기고 있나. 이미 대본을 다 쓴 상황이라 보는 느낌도 다를 것 같다.

정말 시청자 입장에서 보게 되더라. 남의 작품보 듯 시청하고 있다.(웃음)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기 때문에 감흥이 덜하기도 하다.

△그래도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 다르지 않나. 시청자들 사이에선 그들의 연기에 찬사를 보낼 정도다. 작가로서 배우들한테 고마운 부분도 클 것 같다.

처음 기획을 했을 때 캐릭터를 잡으면서 어떤 이미지의 배우들이 연기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드렸었다. 이 배우가 했음 좋겠다는 말은 감히 못했다. 나중에 김상중, 조동혁, 마동석, 박해진, 강예원, 이런 분들이 캐스팅됐다는 말을 들으면서 정말 처음 생각했던 그대로 완성되는 것 같았다. 내 마음에 1순위였던 분들이 캐스팅됐다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특히 김상중은 땅끝까지 추락한 피폐의 끝을 보여주는 이미지였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다. 잃을 것 하나 없고 어떤 ‘나쁜 놈’들이 모여도 센 그런 느낌. 김상중의 연기를 보면 시청자도 알 거다. 내 마음이 그의 연기로 다 나오고 있지 않나.

△이제 3회가 방송됐고 기승전결로 치면 ‘기’가 끝난 상황이다. ‘나쁜 녀석들’이 이제부터 보여줄 이야기가 궁금하다.

범인이 누구인지가 중요한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제 다 아셨을 거다. 각 인물의 사연,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가 공개된다. 무엇보다 이정문이라는 인물은 앞으로의 이야기에 더 기대를 실어줬으면 좋겠다. ‘나쁜 녀석들’에 대한 뜨거운 반응이 더 뜨거워졌으면 좋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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