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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엔 먹을 거리가 있다. 누군가 먹는 모습을 넋 놓고 보고, 요리하는 모습에 시선을 뺏긴 데 이어 이제 직접 만들어내는 시대다. 낯선 이의 냉장고를 엿보며 나와 다르지 않음을 느끼고, 별 것 없는 상차림의 과정을 지켜보며 나도 한번 따라해 본다. 케이블채널 tvN ‘삼시세끼’ 어촌편이 시청률 15%에 육박하는 관심을 받고 종합편성채널 JTBC ‘냉장고를 부탁해’가 월요일 오후 9시 시간대에 활기를 불어 넣은 현상은 TV가 ‘먹방(먹는 모습을 담는 방송을 줄인 표현)’을 넘어 ‘쿡방’ 시대를 맞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쿡방’은 왜 사랑받을까. 음식을 보던 것에서, 먹고 만드는 방송에 오기까지 요리 프로그램의 진화엔 시대의 흐름이 적용된다. ‘냉장고를 부탁해’의 한 관계자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현실은 그렇질 않다”며 “맛집은 넘쳐나고, 남들이 먹는 모습에 심취했을 뿐 막상 끼니의 현실은 제대로 대접받질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요리 프로그램은 초라했던 식탁에 의미를 부여하고 내가 만드는 음식에 가치를 넣으려 한다”며 “자기 삶에 주관적이고 나의 개성이 중요해진 ‘삼포세대’와 음식으로 통하는 느낌이 크다”고 덧붙였다.
요리 프로그램의 진화에는 20여 년의 흐름이 담겨있다. 맛있는 음식점을 소개해주는 KBS2 ‘VJ특공대’와 MBC ‘찾아라 맛있는 TV’는 1990년대를 이끈 ‘X세대’와 함께했다.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자기 중심적인 가치관을 형성한 X세대는 음식과 관련된 정보를 다량으로 습득할 수 있는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 열광했다.
2015년 현재 ‘삼포세대’가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요리 프로그램을 보며 직접 만들어본다. 그대로 따라하기도 하고, 취향에 맞춰 변형시키기도 한다. ‘내가 만들어 내 식탁에 앉아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을 즐기는 시간이 소중해진 삼포세대에게 ‘냉장고를 부탁해’나 tvN ‘삼시세끼’가 인기인 건 자연스러운 결과다.
이명한 CJ E&M tvN 국장은 “요리 프로그램은 연령층에 국한해 타깃 시청층을 정하지 않고 세대의 특징을 뽑아내는 편인데, 요즘 음식 방송은 10대부터 60대까지 굉장히 폭이 넓다”며 “어떤 형태의 요리 프로그램이던, 그 안에서 제공된 정보를 자신의 개성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선별하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내로라하는 셰프들이 경쟁하는 올리브채널 ‘한식대첩’이나 ‘마스터셰프 코리아’를 보며 “어떻게 저런 음식을 만들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나도 김치찌개 만들 땐 저렇게 육수를 내면 되겠다”는 맞춤형으로 정보를 활용하는 식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삼포세대는 SNS 활동을 통한 공유가 빠른 시대의 주인이다”며 “내가 먹은 음식, 내가 써본 레시피를 공유하려는 특성상 ‘쿡방’은 앞으로 새로운 차원의 라이프 스타일을 만드는 차원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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