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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후인 30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팀 별 보류선수 명단을 공시했다. 친절하게 보류 선수에서 제외된 선수들의 명단도 공개됐다. 이 명단에는 이병규와 그에 앞서 은퇴를 선언한 홍성흔의 이름도 포함 돼 있었다.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 총 54명이 이들과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하지만 엄연히 이들의 신분은 달랐다. 이병규와 홍성흔이 은퇴 선수였다면 나머지 32명은 방출 선수로 묶였다. 더 이상 그 팀에서 뛸 수 없음은 같았지만 누군가는 은퇴를 ‘선택’했고 누군가는 ‘방출’ 당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LG 김광삼이다. 김광삼은 시즌 후 구단과 면담을 통해 선수 생활을 접고 코치로 새 인생을 살기로 했다. 은퇴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이유로 방출 선수로 발표됐다.
김광삼은 특급 스타는 아니었다. 하지만 팀에 대한 로열티와 승리에 대한 열정은 그 어떤 특급 스타에도 뒤지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충분히 마지막을 존중받을 자격을 가진 선수들이다. 은퇴는 모든 선수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자존심이다. 그 자존심은 구단이 그 선수에 대한 작은 예의만 있어도 지켜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