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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들이 야구장을 쓰는 건 수비 포메이션 훈련할 때와 연습 경기 정도다. 그 외엔 야구장에서 투수들을 보기 어렵다. 한화만 빼고 그렇다.
20일 일본 오키나와의 한화 가을 캠프지인 고친다 구장의 보조 야구장. 한 명도 아닌 무려 4명의 투수가 훈련을 하고 있었다.
일단 먼저 전체 그림을 한 번 보자.
우선 김 감독은 정재원의 투구폼을 지도하던 중 갑자기 노크 배트를 가져오라고 하더니 공 대신 배트를 잡고 던지는 동작을 반복 시켰다. 일정 수준으로 팔을 뻗으면 배트를 잡아당겨 앞으로 더 못 나가게 했다.
김기현은 계속 하늘로 공을 던졌다. 아이들이 공 놀이 하는 것 같은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장면이었지만 그는 매우 진지했다. 하늘로 공을 던지면 회전을 많이 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훈련이다.
정대훈이 하는 훈련은 이번에 김 감독이 처음 도입한 방식이다. 2루 위치에서 포수에게 공을 던진 뒤 마운드에 서면 포수가 가깝게 보이면서 자신감과 집중력이 배가 된다는 점을 활용한 방식이다.
황재규가 하는 배드민턴 스윙은 김 감독이 SK 시절 고치 전지 훈련 때 배드민턴 동호회의 경기를 보다 착안한 것. 같은 생각을 한 지도자가 제법 많아 이 훈련은 SK 뿐 아니라 다른 팀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김성근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상식 속에 갇혀 있으면 늘 그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 밖에 없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타고난 것 이상의 무언가를 끌어내기 위해선 상식적이 아니라 비상식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생소한 훈련을 하는 선수들이 처음엔 좀 창피해 하지 않았을까’라는 우매한 궁금증이 떠올랐다. 그에 대한 김 감독의 대답은 짧지만 강렬했다. “프로가 꼴찌하는 것 보다 창피한게 또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