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프로젝트 4년]할배, 누나, 청춘..인생 사용 설명서②

  • 등록 2015-11-27 오전 7:05:00

    수정 2015-11-27 오전 7:05:00

‘꽃보다’ 시리즈가 할배, 누나 그리고 두 편의 청춘 여정을 보여주며 어느덧 4년차에 접어든 콘텐츠로 성장했다.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케이블채널 tvN ‘꽃보다’ 시리즈가 어느덧 4년차 콘텐츠가 됐다. ‘꽃보다 청춘 in 아이슬란드’가 방송되는 2016년 1월이면 ‘꽃보다’ 시리즈도 ‘중장년층 급’ 프로그램에 접어든다.

2013년 7월 ‘꽃보다 할배’를 시작으로 해외 배낭여행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유럽과 대만을 돌았다. 스페인을 다녀왔고, 그리스도 여행했다. 그 사이 ‘꽃보다 누나’가 방송됐다. 크로아티아라는 낭만의 여행지에서 행복을 만끽했다. 할배와 누님의 여정을 꾸렸던 제작진은 청춘에 눈을 돌렸다. 뮤지션들의 페루 여행과 청년들의 라오스 여행으로 극과 극의 재미를 줬다.

‘할배’의 7080세대, ‘누나’의 4060세대, ‘청춘’의 40대와 20대까지. 전 세계를 누빈 시간 끝에 ‘꽃보다’ 시리즈는 우리 인생을 아우르게 됐다. 남은 건 10대와 30대. 지금 아이슬란드 편이 30대의 청춘을 얘기할 차례니, 10대 그리고 80대 그 이상만 채워지면 끝이다. 평균연령 76세 할배들의 여행으로 시작해 평균연령 25세 청년들의 여행으로 이어지기까지. 성공적이었던 인생 역주행의 기승전결을 되짚어봤다.

‘꽃보다 할배’
△‘결’ 다시 오지 않을 시간, 즐겨라(할배 편)

이순재와 신구, 박근형 그리고 백일섭. 평균연령 76세로 첫 여행을 떠났던 할배 4인방은 두 살 씩 더 먹은 뒤에도 함께 했다. 프랑스와 스위스를 돌던 유럽 편을 시작으로 대만, 스페인, 그리스까지 다녔다. 제작진이 건네주는 예산은 적어지고, 몸은 고되지는 ‘배낭여행 다운’ 여행으로 난도가 높아졌다. 하루 하루가 다르게 건강에 유념해야 하는 고령이었지만 ‘시니어 파워’엔 저력이 있었다. 다닐수록 활력을 얻고, 식견을 넓힐 수록 젊어졌다. 그야말로 ‘젊은이’들에게 본보기가 된 행보였다.

‘꽃보다 할배’는 80년 가까운 삶을 산 할배들의 경험이 녹은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로 시청자에게 감동을 줬다. 배움의 열정을 태우는 이순재,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한 박근형은 물론 ‘철학 선생님’ 같았던 신구가 마음을 쳤다. 마흔 중반, 마지막 연애를 고민하는 이서진에게 “마음이 최고다”라고 건넨 신구의 조언은 ‘썸타기’에 꽂힌 요즘 세대에게 필요한 말이기도 했다.

새삼스럽게 교과서에 있는 얘기를 그대로 읽어주는 선생님 같은 모습이었지만 대중은 반응했다. 세월의 노고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마와 눈가, 삶의 풍파를 겪은 끝에 더욱 단단해진 정신, 사람의 눈을 보고 말하는 동공에 담긴 진심을 시청자 역시 봤기 때문이다. “언제 또 이런 날이 오겠나”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다시 오지 않을 지금의 1분 1초를 소중하게 쓰라는 신구의 말은 특히 20~40대 시청층에게 와닿았다.

‘꽃보다 누나’ 윤여정.
△‘전’ 소녀 감성 누나들의 ‘쏘쿨 철학’(누나 편)

2013년의 끝자락에 찾아와 2014년의 시작을 열어줬던 누님들. ‘40대 막내’ 이미연, ‘셋째 언니’ 김희애, ‘둘째 언니’ 김자옥, ‘60대 큰 언니’ 윤여정의 크로아티아 여행기는 사춘기 소녀의 일기 같았다. 빛이 났지만 눈이 부시진 않았다. 화보 같았지만 일상이었다. 웃었다가 울고, 화를 내다가 웃고, 힘들어했다가 감동하고, 지쳤다가 신이 났다. 시청자에게 당황스러운 여정으로 기억되는 부분도 있다. 이미연이 울었고, 김희애도 터졌다. “행복하세요”라는 한 마디에, 탁 트인 풍경 한 조각에 감수성이 폭발했다. 사실은 고민 많은 40대 여배우이자 인생의 중턱에서 숨이 찬 사람으로 터트린 감정이었다. 그 지점을 보듬어준 사람이 윤여정이었다.

윤여정은 인생을 장애물 경기에 비유했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김희애가 있어. 너는 그 김희애를 뛰어넘어야 잘한다고 박수를 받지. 그 김희애를 유지하면 그건 매너리즘이라며 또 팽개쳐 사람들이.” 고민은 들어주는 것만으로 절반은 해결된다고들 한다. 무슨 조언을 건네든 그 사람의 인생에 타인의 답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질 수 없기 때문에 그저 진심으로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윤여정은 그런 의미에서 김희애와 같은 길을 먼저 걸은 인생 선배로서 정답에 가까운 말을 해줄 수 있었다.

“육십 칠살이 난 처음이야. 인생이 처음 살아보는 것이기 때문에 아쉬울 수밖에 없고 아플 수밖에 없고 어떻게 내가 계획을 할 수가 없어. 그나마 조금 하는 것은 하나씩 내려놓은 거, 포기하는 거.” 윤여정과 같은 어른도 잘 모른다는 인생은 2030대 시청층에게 큰 울림이 되기도 했다. 학교는 언제 졸업하냐, 취직은 어떻게 준비하냐, 결혼은 언제 하냐, 돈은 얼마나 모았냐. 질문 자체가 피곤한 20~30대의 삶은 사회가 얹어놓은 무거운 짐에 허덕이는 때다. 그런 그들에게 “이렇게 늙은 나도 인생 잘 몰라, 진심으로 딱 한 번만 살고 싶어”라는 윤여정의 고백은 달았다.

‘꽃보다 청춘 in 페루’
△‘승’ 함께 늙어갈 수 있어 다행이다(청춘 in 페루 편)

누나들의 겨울과 봄이 가고 여름이 왔다. ‘꽃보다’ 시리즈는 2014년 8월에 이르러 진짜 청춘을 얘기했다. 인생의 연장자가 그리워하던 청춘, 인생의 시들지 않을 꽃들이 절대 잃고 싶지 않아하던 청춘이었다. 함께 한 세월이 있어서, 같은 일을 하는 유대감으로 뭉친 관계가 아닌 진짜 친구들의 동행이었다. 나이 서열이 무색한 그냥 ‘40대 남자들’인 윤상, 유희열, 이적. 출발부터 도착까지가 이미 고된 페루행(行) 여정은 서로가 서로에게 ‘거울’이 되는 존재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환경이 열악하고 주어진 돈이 부족할 수록 실제 성격이 드러나는 법. 음악으로 똘똘 뭉친 세 사람에게도 그런 위기를 겪었다. 갈등과 오해와 화해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사이는 더욱 깊어졌다.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세 사람의 모습을 보며 ‘불통의 상징’처럼 돼버린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도 사그라들 수 있었다.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른 ‘성공한 남자들’이었지만 한 가정의 가장, 누구가의 아내와 아빠로 살아가는 삶에서 드러난 고충은 여느 일반인과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의 삶’과 ‘자아 실현’을 위한 열망을 숨기지 않은 이들은 함께 늙어갈 서로가 있어 참 다행이라는 마음을 확인했다.

페루 편은 연출을 맡은 나영석 PD가 가장 만족스러운 여행으로 꼽는 여정이다. 나 PD 역시 40대 중반의 남자다. 많은 사람들과 다른 여행을 통해 배우고 깨닫는 바가 컸다는 나 PD가 페루 편에 유독 애착이 깊은 이유는 동질감 때문이었다. “나와 같은 시대에서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니 더 교감이 컸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시청자도 나 PD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을 터다.

‘꽃보다 청춘 in 라오스’
△‘기’ 괜찮아, 20대야(청춘 in 라오스 편)

40대 청춘의 대척점엔 20대 청춘이 있었다. 연식부터 비주얼까지, ‘청춘’의 사전적 의미에 가장 맞는 여행이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연을 맺은 손호준, 유연석, 바로가 라오스로 떠났다. 역대 ‘꽃보다’ 시리즈 중 가장 급작스러운 여행이었다. 계획도, 돈도 없었다. 믿을 거라곤 체력 밖에 없는 청년들이라 가능했다. 손호준이 의외로 입맛이 까다롭고, 유연석이 ‘엄마’ 노릇에 최적화된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꽃보다 청춘 in 라오스’에서 발견한 유일한 수확이었다. 세 사람은 예상대로 신나고, 활기차고, 열정적으로 놀았다.

유일하게 잡음이 나왔던 여행이다. 관광지에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 힘이 빠진 세 사람은 제작진의 스쿠터를 뺏어 탔다. 대신 자전거를 타고 돌아온 제작진은 ‘피곤하다’며 3인방에게 자유시간을 줬다. “우리가 잘못했나봐”라는 3인방의 추측은 곧 반성의 시간으로 이어졌다. 여행 후 처음으로 조용하고 엄숙한 시간이 이어졌다. 방송 후 제작진의 무리수 설정이라는 비난도 나왔고, 3인방의 눈치 없는 태도였다는 질책도 나왔다.

사실 ‘꽃보다’ 시리즈로 친해지는 건 출연진뿐이 아니다. 카메라가 꺼진 시간, 편집을 하는 시간, 방송 후 피드백을 주고 받는 시간까지. 작가, PD, 스태프 등 제작진과 출연진의 유대관계도 상당히 끈끈해진다. 라오스 편을 함께 했던 제작진은 “당시의 잡음은 그 조차 20대 다운 여행이라 생길 수 있었던 것”이라 회상한다. 부족한 경험, 넘치는 패기 그 사이에서 빚는 시행착오가 20대의 청춘 여행기에 제대로 담긴 셈이다.

학점 따랴, 스펙 쌓으랴, 몸으로 부딪히는 경험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요즘 20대다. 그들의 시선에선 한 없이 낭만적으로 보였을 라오스 편은 그야말로 ‘한 살이라도 어린 게 갑(甲)’이라는 ‘괜찮아, 20대야’를 외치며 ‘꽃보다’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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