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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문회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현직 국가대표 감독의 첫 국감 출석인데다 아시안게임 야구에 대한 높은 관심이 맞물리면서 이날 국감 전체의 최고 이슈가 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 오히려 국회의원들의 한심한 질문에 선동열 감독의 소신만 돋보이고 말았다.
선동열 감독을 증인으로 신청한 당사자인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예상대로 가장 적극적으로 질의에 나섰다. 이날 국감에 앞서 여러차례 보도자료를 발표하며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문제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정작 국감장에서 그가 한 것은 ‘판공비 무제한’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의혹 제기와 ‘사과하던가 사퇴하라’는 공허한 호통 뿐이었다.
선동열 감독이 “대표팀 감독 연봉은 2억원”이라고 말하자 손혜원 의원은 “판공비는 무제한이라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감 내내 굳은 표정으로 있던 선동열 감독조차 어처구니 없다는 듯 실소를 한 유일한 순간이었다.
손혜원 의원은 “사과를 하든지 사퇴를 하든지 두 가지 뿐이다. 선 감독 때문에 지난 한 달 동안 관중 20%가 줄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손혜원 의원은 “(아시안게임) 우승했다는 말 하지 말라. 그 우승이 뭐 그렇게 어려운 우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이는 야구대표팀 전체의 노력을 깡그리 무시하는 발언이다. 물론 금메달을 따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고 대만, 일본 전력이 완벽하지도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모든 금메달은 그냥 얻어지는게 아니다. 선수들이 한여름에 모여 땀을 흘리며 노력했고 관계자들이 열심히 뒷받침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손혜원 의원은 “1200만 야구팬들의 빗발치는 요청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야구팬들을 강조했지만 정작 야구 자체는 무시했다. “사과 아니면 사퇴하라”는 뜬금없는 호통은 과거 국감이나 청문회 등에서 국회의원들이 보여준 구태가 재현된 모습이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의 질의는 차라리 안봤더라면 더 좋았을 모습이었다. 김수민 의원은 오지환과 김선빈의 2017년 성적을 들고 나와 “누가 더 나은 선수냐”라고 질문했다. 나름 극적인 효과를 주기 위해 이름을 가리고 A, B로 표현했지만 야구팬이라면 당사자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문제는 2018년 9월에 열리는 아시안게임 대표선수를 뽑는데 2017년 기록을 거론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점이다. 선동열 감독은 “기록보다 당시 컨디션이 중요했다”고 답했다. 원론적이지만 너무나 당연한 답변이다.
이 질문을 본 야구팬들 가운데는 “과거 기록이 중요하면 이승엽이나 아예 선동열 감독이 직접 선수로 뛰면 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게 화제의 국감은 허무하게 끝났다. 국가대표 현직 감독이 국감 증인으로 출석하는 최초의 선례만 남겼다. 앞으로 각 종목에서 비슷한 논란이 생기면 매번 국감에 대표팀 감독이 불려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문제가 국민적인 이슈가 되기는 했다. 그렇다하더라도 국회의원들이 국감에서까지 다룰 문제인지는 의문이다.
국회는 선동열 감독을 불러 망신주려고 했지만 오히려 본인들이 망신당했다. 야구로 비유하면 헛스윙 삼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