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현재 KBS 홈페이지 내 KBS1 대하 드라마 ‘태종 이방원’ 다시보기 페이지에는 7회만 사라져 있는 상태다. 7회는 이성계(김영철 분)가 낙마하는 문제의 장면이 담긴 회차다. 동물 학대 논란 여파를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태종 이방원’ 측은 문제의 장면을 촬영할 당시 말의 뒷다리에 줄을 묶었다. 이후 말이 달리게 한 뒤 줄을 잡아당겨 넘어뜨렸다. 목이 꺾인 채 고꾸라진 말은 촬영 일주일 뒤 끝내 목숨을 잃었다.
해당 장면을 두고 동물 학대 논란이 일자 KBS는 전날 공식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다.
공식 사과 이후에도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동물권익보호단체인 ‘카라’ 측은 ‘태종 이방원’ 촬영장 책임자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카라’ 측은 “KBS 촬영 현장에서 발생한 이 참혹한 상황은 단순 사고나 실수가 아닌, 매우 세밀하게 계획된 연출로 이는 고의에 의한 명백한 동물 학대 행위”라며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는 이번 상황을 단순히 ‘안타까운 일’ 수준에서의 사과로 매듭지어선 안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동물권익보호단체인 ‘한국동물보호연합’ 측도 이번 사건에 대한 고발장을 낼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아울러 ‘동물자유연대’ 측은 “믿기 어려울 만큼 가혹한 장면이었다”면서 “향후 동일한 사고의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KBS와의 면담을 비롯한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알렸다.
시청자들의 비판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방송 촬영을 위해 동물을 소품 취급하는 드라마 연재를 중지하고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4만명에 육박하는 이들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KBS 시청자 권익센터 홈페이지에는 드라마 폐지를 요구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 가운데 KBS는 각각 22일과 23일 방송 예정이던 13회와 14회의 결방까지 결정했다. 향후 방송 일정은 논의 중인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태종 이방원’은 KBS가 2016년 ‘장영실’ 종영 이후 5년 만에 선보인 대하 드라마 신작으로 주목받았다. 이번 논란 발생 전까지 두자릿수 시청률을 유지하며 순항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