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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민병헌 선수하고는 나이차가 제법 많이 납니다. 하지만 야구장에 나오면 그와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합니다.(민병헌 선수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ㅠㅠ)
그는 대단한 달변가가 아닙니다. 말을 그다지 재미있게 하는 스타일도 아닙니다. 두산 취재를 와서 많이 웃고 싶으면 홍성흔이나 유희관 선수를 찾아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이겠죠.
굳이 어려운 말을 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예의 바른 젊은이가 한참 나이 많은 제게 세상 다 아는 척을 하는 것 또한 아닙니다. 하지만 그와 대화를 나누고 나면 가슴 속에 진한 무언가가 남습니다.
민병헌 선수는 “깨달았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말을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 야구를 하며 배우고 느낀 점들을 이야기할 땐 그 누구보다 논리 정연합니다. 또 듣는 사람이 참 이해하기 쉽게 말을 해 줍니다.
예를 들면 이런 얘기들입니다.
“예전엔 정말 쉼 없이 야구만 했어요. 그렇게 해야만 하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게 아니란 걸 깨달았죠. 열심히는 해야 하지만 ‘내가 이만큼 했다’는 만족감을 갖기 위해서 훈련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건 그냥 나만 만족하는 거죠. 나중에 핑계만 되더라구요. 쉴 땐 쉬고 할 때 제대로 하는게 진짜 훈련이더라구요.”
“연습 배팅 때 좋은 타구 날리는 거 아무 소용 없더라구요. 정작 실전에선 그런 공 안 오거든요. 내 타이밍에 맞춰서 내 몸에 얼마나 붙여놓고 치느냐만 테스트 하면 되는 거에요. 저도 그걸 깨달은지 얼마 안됐습니다. 우리 나라는 아직 보여주기가 중요한 거 같아요. 연습때 잘 치는 걸 보여줘야 기회가 온다는 그런 두려움들을 갖고 있죠.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다른 곳에 있더라구요.”
느껴지시나요? 야구라는 단어를 인생이나 노력으로만 바꾸면 그냥 그대로 하나의 철학적인 메시지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공에 맞은 손에 퉁퉁 붓다 못해 실밥 자국이 남아 있어도 기회만 되면 타석에 들어서려는 악바리. 그에게 ‘왜 그렇게 이 악물고 하느냐’고 물으니 이렇게 답하더군요. “정말 아파요. 하지만 야구를 그만뒀을 때 지금 이 한 타석이 너무 아깝고 미련이 남을 것 같아요. 전 그래서 어떻게든 경기에 나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