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이더의 '눈 야구'가 증명한 관심의 힘

  • 등록 2014-10-26 오후 1:08:35

    수정 2014-10-26 오후 1:08:35

스나이더.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2014 한국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가 낳은 최고 스타는 단연 LG 포수 최경철이다. MVP 투표에서도 50표 중 35표나 얻었을 만큼 압도적 존재감을 뽐냈다.

그러나 실속면에서 보면 스나이더를 빼 놓을 수 없다. 정규시즌과는 전혀 다른 타격감을 보이며 LG 타선에 무게감을 더했다. LG를 상대하는 팀 들은 6번 이하로는 쉬어가는 타순으로 여겼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스나이더가 6번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판세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시즌 막판, 컨텍트 렌즈를 바꾼 효과가 나타났다는 이야기까지 더해지며 그의 타석은 매 번 흥미를 자아냈다. 준플레이오프 타율은 무려 4할6푼7리

눈이 좋아졌다는 건 성적에서도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 스나이더는 정규시즌서 9개의 볼넷을 얻는 동안 삼진을 무려 31개나 당했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 4경기서는 삼진이 3개(볼넷 4개) 뿐이다.

미국에서 뛰던 시절에도 볼넷에 비해 삼진 수가 두배 가까웠던 그다. 단 4경기일 뿐이라고 폄하하기엔 변화의 폭이 놀라울 정도로 크다.

처음 그의 눈 얘기를 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다들 고개를 갸웃 거렸다. 눈이 나쁜 건 본인이 가장 잘 알아야 정상이기 때문이다. 스나이더에게 안과를 권한 건 김무관 LG 타격코치였다. 그 결과 난시와 근시가 복합적으로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아마도 스나이더는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을 받는 시력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반 시력과 움직이는 물체를 파악하는 동체 시력은 또 다르다. 야구 선수는 이 동체 시력이 좋아야 하는데, 스나이더는 이 부분에서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또 한가지 드는 의문. “김무관 코치의 눈에는 보였던 것이 미국의 코치들에게는 왜 안 보였을까?” 답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우리 선수들을 통해 미루어 짐작해 볼 수는 있다.

김병현(KIA)는 메이저리그를 거쳐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골든 이글스에서도 1년을 뛰었다. 당시 스프링캠프서 만난 홍보팀 관계자는 김병현을 “퀘스천맨”이라고 표현했다. 코치에게 묻고 또 묻는다고 붙인 별명이었다.

실제 김병현은 쉴새없이 코치에게 의견을 구했고, 지시에 따라 여러 시도를 했다. 불펜 투구수가 번번히 예정된 갯수를 넘어서곤 했다.

김병현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에선 코치가 좀처럼 말을 하지 않는다. 기술적인 지도는 거의 없었다. 난 분명히 밸런스를 잃었는데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었다. 여기선 내 궁금증에 대한 답을 해주니 계속 묻게 되는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험난한 생존 경쟁의 무대다. 언제든 자리를 꿰차고 나설 수 있는 선수들이 줄을 서 있다. 10만명 중 한 명 꼴로 성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대신 성공에 대한 보상은 상상 그 이상이다. 어지간한 중소기업 매출액을 몸값으로 받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코치의 역할이 그만큼 축소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안 좋은 잔소리 할 필요가 별로 없다. 다른 선수를 쓰면 된다. 또 자신이 손 대기엔 너무 거물이 되어버린 선수들이 많다는 건 분명 부담스러운 일이다. 많은 코치들이 선생님 보다는 운영자 모드를 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런지 모른다.

스나이더 역시 그렇지 않았을까? 누군가 그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지켜봐 주었다면 진작에 시력 문제 정도는 고쳐졌을 수도 있다. 이후 어떤 실력을 보여주는지는 별개로 말이다.

한국에서의 스나이더는 달랐다. LG는 어떻게든 그를 써야 했다. 스나이더가 타석에서 무게감을 잡아 주면 타선이 어떻게 변하는지는 준플레이오프서 여실히 증명됐다. 관심의 힘이다.

관심과 열정이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증명하고 있는 LG 선수는 또 있다. 황목치승과 김영관이 주인공이다.

둘은 고양 원더스 출신 선수다. 한국 야구에서 버림 받았던 선수들이 모인 팀. 고양 원더스는 한국 야구가 실패자들에게 관심을 보인 첫 사례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다시 야구로 먹고 사는 꿈을 꾸게 된 선수들이 나왔다.

버림 받았던 선수들이 다시 일어서 지금 가을 야구 무대를 누비고 있다. 아직 주연은 아니지만 그들의 발과 수비가 없었다면 양상문 LG감독이 준플레이오프서 보여 준 과감한 전략은 적잖이 제한됐을 것이다.

스나이더와 황목치승,김영관의 성공은 우리 지도자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혹 지금 내 관심을 받지 못해 보석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묻혀있는 건 아닌지, 열정은 집에 둔 채 의무감으로 야구장을 오가고 있는 건 아닌지, 꼭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돌아보기를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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