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도 저리 가라!' 세계 축구판 뒤흔드는 '황사머니'

  • 등록 2016-02-12 오전 7:00:00

    수정 2016-02-12 오전 7:00:00

중국 프로축구 장쑤 수닝으로 이적한 브라질 미드필더 알렉스 테세이라. 사진=AFPBBNews
콜롬비아 대표팀 공격수 잭슨 마르티네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오일머니’가 주춤하자 ‘차이나머니’가 세계 축구계를 뒤흔들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발표에 따르면 중국 슈퍼리그 구단들은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만 총 2억5890만유로(약 3518억원)의 이적료를 쏟아 부었다. 최대 축구시장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약 1억7500만 파운드. 3061억원)를 뛰어넘는 규모다.

중국 프로축구가 이름있는 선수들을 데려오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다. 과거에도 디디에 드록바(38·코트디부아르), 니콜라스 아넬카(37·프랑스) 등의 스타들이 중국에서 활약했다. 그때만해도 중국리그는 전성기가 지난 선수들이 마지막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는 ‘노후 대책’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한창 전성기를 누리는 선수들이 잇따라 중국행 비행기를 타고 있다. 중국 구단들이 유명 선수들을 경쟁적으로 영입하면서 이적료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중국 슈퍼리그 장쑤 수닝은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의 공격형 미드필더 알렉스 테세이라(27·브라질)를 영입했다. 리버풀, 첼시 등 유럽 빅클럽들도 테세이라를 원했다. 하지만 장쑤는 5000만 유로(약 680억원)라는 막대한 돈을 풀어 테세이라를 품에 안았다. 아시아 클럽 역대 최고 이적료다. K리그 구단 1년 평균 예산의 3~4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장쑤는 테세이라에 앞서 첼시에서 활약했던 전천후 미드필더 하미레스(29·브라질)를 2800만유로(약 381억원)에 데려왔다. 테세이라와 하미레스를 데려오기 위해 1000억원이 넘는 돈을 퍼부었다.

콜롬비아의 간판 스트라이커 잭슨 마르티네스(30)도 중국 무대를 선택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인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4200만 유로(약 571억원)에 그를 데려갔다. 불과 반년 전에 스페인 명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야심차게 영입한 선수였다.

이는 일부 돈 많은 팀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이번 시즌 2부리그에서 1부리그로 올라온 허베이 종지는 1800만유로(약 245억원)에 제르비뉴(29·코트디부아르)를 품에 안았다. 제르비뉴는 릴, 아스널, AS로마 등 명문팀에서 핵심멤버로 활약해온 선수다. 허베이는 카메룬 대표팀 미드필더인 스테판 음비아(30)와 과거 첼시에서 활약한 가엘 카쿠타(25·프랑스)도 데려왔다.

상하이 선화는 첼시 출신 공격수 뎀바 바(31·세네갈)와 인터밀란 유니폼을 입었던 프레디 구아린(30·콜롬비아)에 이어 프랑스 명문 파리 생제르맹에서 활약했던 공격수 에세키엘 라베치(30·아르헨티나)까지 사실상 영입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스웨덴), 팔카오(콜롬비아), 존 테리(잉글랜드)나 야야 투레(코트디부아르) 같은 슈퍼스타들도 중국행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웃어 넘겼겠지만 지금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할게 없는 상황이다.

세계 축구계에 불어닥치는 중국발 ‘광풍’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일단 최고위 권력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유명한 ‘축구광’이다. “중국이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 중국이 월드컵을 개최하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공공연히 밝힐 정도다. ‘축구굴기’(축구로 일으켜 세우다)를 외치며 프로축구단의 투자를 이끌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2월 초·중학교 교육과정에 축구를 필수 과목으로 지정했다. 2017년까지 2만 개의 축구학교를 만들어 10만 명의 축구선수를 키워내겠다는 야심친 계획도 세웠다.

최고 권력자가 이 정도이니 중국 대기업들이 돈보따리를 풀지 않을리 없다. 중국 부동산 재벌인 헝다그룹은 2010년 광저우 에버그란데 구단을 인수한 뒤 선수와 감독 영입에만 1억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하지만 헝다그룹은 결코 밑지는 장사를 하지 않았다. 구단 인수에 1600만 달러를 들였던 헝다그룹은 2014년 구단 지분의 절반을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에 매각했다. 구단 전체도 아닌 절반을 팔면서 받은 돈은 무려 1억9000만 달러다. 엄청나게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해외언론들도 중국 프로축구의 무서운 질주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는 “중국이 2018년에는 리그 규모면에서 잉글랜드, 독일에 이어 세계 3위 리그가 될 것”이라 전망하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가 금융 근육을 과시하는 데 따른 수많은 변화의 한 가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 프로축구의 급성장이 중국 축구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중국리그에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몰려들고 있지만 정작 대표팀은 국제대회에서 맥을 못추리고 있다. FIFA랭킹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다. 2월 기준으로 93위까지 떨어졌다. 1월에 비해 11계단이나 하락했고 아시아에서도 11번째에 머물러있다.

현재 진행중인 2018 러시아월드컵 2차예선에서도 중국은 C조 3위에 머물러있다. 최종예선 진출 가능성이 희박하다. 아시아에서도 약체인 홍콩과 두 차례 경기에서 모두 무승부를 기록할 정도로 경기력이 말이 아니다.

중국 대표팀이 이처럼 부진을 면치 못하자 중국 정부는 외국인선수를 귀화시켜 대표팀에 기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중국언론에선 그같은 생각에 대해 “팀의 11개 포지션이 모두 외국인선수로 채워질 것”이라고 비아냥 섞인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 축구를 경험한 한 K리그 관계자는 “시진핑 주석이 축구굴기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일반인에게는 축구가 여전히 낯설다”며 “외국인 선수 영입에는 막대한 투자를 하지만 정작 축구 인프라나 유소년 선수 육성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외국인선수가 대거 들어오면서 중국의 어린 유망주들이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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