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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PD는 추천도서 ‘오리지널스’를 소개하며 이처럼 말했다. 1시간 남짓한 인터뷰 중 그는 창의라는 단어를 여러 번 반복했다. 창작의 고통.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예능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의 고충이 느껴졌다.
◇성실, 창의의 기본
“저는 만화책을 즐기는데….” 추천도서를 꼽아달라는 말에 솔직한 대답을 내놨다.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가 ‘오리지널스’를 들고 왔다. 나PD가 꼽은 책들은 창의라는 키워드로 압축됐다. 특히 ‘오리지널스’는 독창성에 대한 책이다. 나PD는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하면 괴팍하거나 독불장군과 같은 인물을 떠올리기 쉽다”면서 “실제 통계를 내보니 끈기 있게 때를 기다리고 우유부단해 보일 정도로 판단을 늦추는 사람들이 많다는 대목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1년에 2~3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나PD다. 평소 읽고 싶은 책은 책꽂이, 사무실 등 손이 닿는 곳에 두고 틈틈이 읽는다고 했다. 영감은 어디서 얻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현실적인 답이 돌아왔다. 나 PD는 담백하게 “이 세상 모든 영감은 회의에서 나온다”는 말했다. “방송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협업이다. 다양한 식견을 가진 사람이 모여 여러 이야기를 하다가 괜찮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특별히 계기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여유 뒤에 숨은 노력
그는 책을 통해 간접적인 경험도 한다. 나 PD는 “술을 많이 먹거나 특별히 즐기는 것은 아닌 데도 술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간접 경험한다”고 눙쳤다. 나 PD는 또 “여행기 같은 책은 피곤하거나 심심할 때 읽는다. 대리만족도 되고, 신경이 풀어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나 PD는 KBS2 ‘1박2일’ 이후 여행 예능이라는 ‘한 우물’만 파고 있다. 타고난 성실함 때문인지, 그는 20년 가까이 연재 중인 한 만화를 떠올리면서 ‘평생의 업’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나 PD는 “작가가 평생 업으로 이야기를 쓰는 같은 느낌이다. 독자로서 누군가의 업과 같은 작품을 읽는 것은 영광이다. 나 역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새 프로젝트 “늘 준비 중”
예능은 시청자에게 웃음을 준다. 매주 새로운 웃음을 만들기 위해 제작진이 매주 느끼는 압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가 꼽은 책에서도 그런 고민이 전해졌다. CJ E&M으로 이적한 뒤 나PD는 줄곧 시즌제 예능을 선보이고 있지만, 시즌제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2013년 첫 선을 보인 ‘꽃보다 할배’ 이후 1~2년 주기로 새로운 포맷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촬영이 없을 때도 바삐 움직이는 그다. 높아진 대중의 기대까지 충족시켜야 한다. 새 프로그램에 대한 질문이 자주 있는 일인 듯 담담하게 답했다.
◇나영석PD는
1976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2001년 KBS 27기 공채 프로듀서로 입사해 지난 2012년 CJ E&M으로 이적했다. KBS 재직 당시 ‘출발 드림팀 시즌1’,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 조연출 등을 거쳐 ‘해피선데이-1박2일’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CJ E&M으로 이직한 후 ‘꽃보다’, ‘삼시세끼’, ‘신서유기’ 등을 시리즈로 선보였다. 출연자나 진행 방식은 차이가 있지만 여행이란 콘셉트는 꾸준히 이어졌다.
제작진을 제3의 멤버로 활용하는 방식도 ‘나PD표’ 예능의 특징이다. ‘1박2일’은 출연자와 제작진의 대결로 재미를 주고, ‘꽃보다’는 출연진의 출연 과정이 상세히 소개된다. 이 과정에서 카메라 뒤에 숨어 있던 제작진은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나PD는 재치있는 입담과 능청스러운 캐릭터로 예능인 버금가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