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천만①]웰메이드 상업영화 어떻게 통했나

  • 등록 2015-08-29 오전 9:21:28

    수정 2015-08-29 오후 12:05:56

개봉 25일 만에 천만영화 등극한 ‘베테랑’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또 한 편의 천만 영화가 탄생했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테랑’이다. 개봉 25일 만인 29일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올해 두 번째 천만 영화이자 최동훈 감독의 영화 ‘암살’이 15일 천만 영화가 된지 14일 만이다. 최단 기간 쌍천만영화의 탄생이다. 국내에서 지금까지 개봉한 영화 중에서 국내외 영화 통틀어 열일곱 번째(영화진흥위원회 집계 기준) 천만 영화다.

◇류승완 감독의 첫 천만

‘베테랑’은 류승완 감독의 첫 천만영화다. 단편으로는 19년, 장편으로는 15년 만에 얻은 성취다. 류승완 감독은 1996년 단편 ‘변질헤드’로 감독으로 데뷔했고, 2000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첫 장편을 연출했다. 그의 장편 데뷔작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이전에 연출한 단편을 모아 완성, 류승완표 액션의 시작이 된 작품이다. 이후 ‘피도 눈물도 없이’(2002) ‘아라한 장풍 대작전’(2004) ‘주먹이 운다’(2005) ‘짝패’(2006) 등으로 그만의 액션세계를 구축하며 ‘한국의 액션키드’로 불렸다.

류승완 감독의 초기 작품들은 평단의 호평을 받았지만 흥행과는 거리가 있었다. B급 영화 ‘다찌마와 리’(2008)가 실험성과 유쾌함으로 대중성을 얻었고 ‘부당거래’(2010)부터 특유의 거칠고 리얼한 액션에 스토리라인이 강해지며 ‘부당거래’ 272만명, ‘베를린’(2013) 716만명 흥행으로 이어졌다. 류승완 감독은 한국형 액션의 독보적인 감독으로 자리매김 했다. ‘베테랑’은 20년 가까이 한 우물을 판 끝에 일군 결실이다. “배우들이 연기하는대로 카메라에 담기만하면 되는 영화였다”는 헌정의 뜻을 비춘 류 감독의 말은 겸손 그 자체였다. 류 감독의 오랜 팬으로 영화를 지켜본 관객들이라면 이번 작품이 그의 특화된 장점을 모두 결합한 종합선물세트라는 지점에 공감할 터다. 컴퓨터 그래픽 없이 맨몸으로 부딪히는 액션의 생생함,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메시지, B급 유머로 공감대를 자극하는 탁월한 감각 등 ‘베테랑’은 류 감독의 장기가 버무려진 작품이었다.

‘베테랑’ 스틸
◇웰메이드 범죄액션의 천만

한국 천만영화의 유형을 살펴보면 시대물이나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다. 한 편의 영화가 천만영화가 되려면 4050세대, 중장년층이 움직여야 하는데 중장년층이 시대물을 선호하고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극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베테랑’은 시대물도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 않은 범죄액션물이다. 범죄액션물은 2030세대가 선호하는 장르지만 유쾌한 가운데 마냥 웃을 수 없는 현실 풍자가 무게감까지 갖추며 중장년층까지 섭렵하게 됐다.

영화는 안하무인 유아독존 재벌 3세를 쫓는 베테랑 광역수사대의 활약을 그렸다. 조태오(유아인 분)라는 재벌 3세와 그 주변인물들을 통해 재벌 사회의 추악한 모습을 담아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삶을 실천하기는커녕 작은 잘못을 감추기 위해 더 큰 잘못을 저지르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이 뉴스에서 다뤄지는 재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프레임만 스크린으로 바꿔놨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영화가 현실을 닮아있다. “그냥 미안합니다 사과 한 마디면 끝날 것을 왜 크게 일을 벌이는 거야?”라는 형사 서도철(황정민 분) 대사가 그냥 흘려 들리지 않는 이유다. 정직하게 살면 바보 취급 받는 요즘 세상에서 “죄는 짓지 말자”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며 가진 것 없어도 원칙과 소신을 지켜가는 서도철과 광수대 형사들의 모습에서 의외의 묵직한 감동이 전해졌다는 얘기가 많다. 재벌가의 부패 비리를 그리면서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유쾌함을 읽지 않는 영화의 태도가 웰메이드 범죄액션, 웰메이드 상업영화로 꼽히며 관객을 몰고 있다.

‘베테랑’ 황정민 오달수.
◇대작 속에서 꽃핀 천만

‘베테랑’의 천만이 더 의미 있는 것은 천만영화들이 흔히 겪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개봉한 ‘명량’ ‘국제시장’이 한국영화사에 새로운 기록을 세우며 천만영화를 달성했지만 독과점 논란 탓에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베테랑’이 개봉한 시점에는 먼저 개봉한 ‘암살’이 700만명을 돌파하고 외화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이 1주일 차이로 먼저 개봉, 한창 흥행몰이를 할 때였다. 국내외 대작들이 먼저 개봉해 선두를 달리고 있었던 터라 ‘베테랑’은 후발주자로서 다소 불리한 지점에 있었다. 개봉 첫날 941개면 적지 않은 수지만 ‘암살’ 1264개, ‘미션임파서블’ 1199개, 외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1731개로 비교적 적은 수로 개봉했고 스크린이 ‘베테랑’에게만 쏠리지 않았다.

‘베테랑’은 시사회 전까지만 해도 천만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았다. ‘국제시장’으로 첫 천만영화를 손에 쥔 믿고 보는 배우 황정민, ‘천만요정’ 오달수도 있었지만 이들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관객을 극장으로 이끄는 티켓파워를 가진 배우들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베테랑은 배우들의 연기와 작품 자체의 재미로 입소문에 입소문을 타고 천만을 달성했다는 점에서도 유의미하다.
‘베테랑’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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