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킹스맨’은 9년만에 맛본 ‘웰메이드 B급 영화’였고, ‘스파이의 정석’을 충족시킨 짜릿한 액션물이었다. 김치 냄새가 역하다는 대사 한 마디 때문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버드맨’이 흥행에서 고전하고 있는 게 한국 시장이다. 이 가운데 노트북도 삼성, 자동차도 현대·기아의 것을 선택했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큰 틀에서부터 사소한 장치에까지 한국 관객에게 왠지 모를 친근함을 안겨줬다. 400만 관객을 넘겨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압도적으로 밀어주고 있는 한국 관객을 지척에 두고, ‘킹스맨’은 중국으로 간다. 원 부제인 ‘시크릿 서비스(Secret Service)’가 아닌 ‘아이러닉 서비스(Ironic Service)’라 해야 할만큼 역설적인 ‘킹스맨’의 아시아 행보. 그 궁금증을 짚었다.
△내한 가능성은 왜 희박한가
‘킹스맨’의 내한이 이뤄질 가능성은 일단 거의 없다. 감독이나 배우들이 고마움을 담은 특별 영상이 공개될 확률이 지금 기대할 수 있는 전부. 맷데이먼이나 브래드 피트, 톰 크루즈, 뤽 베송 감독 등 최근 내한한 할리우드 스타처럼 한국 관객과 면대 면으로 마주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가장 큰 이유는 마케팅과 직결된 비용 문제에 있다. ‘킹스맨’의 한 관계자는 이데일리 스타in에 “내한과 같은 큰 행사는 홍보성으로 진행되는데 마케팅으로 지출하는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며 “개봉 전 홍보를 위해서라면 모를까, 개봉 후 흥행 성공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이 엄청난 이벤트를 벌이는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킹스맨’의 문제가 아닌 대부분의 국내외 영화들이 그랬다는 설명이다.
|
‘킹스맨’ 측이 중국 방문을 앞두고 현지에서 개봉이 성사된 배경을 ‘한국 관객의 성원’으로 꼽는 건 왜 일까. 마치 ‘몸은 중국에 있지만 마음은 한국에 있어요’라고 말하는 느낌이다. 혹시 불가능한 내한 상황에 한국 관객이 가질 아쉬움을 최대한의 예의를 갖춘 말로 달래려는 건 아닐까.
할리우드를 비롯해 전 세계 영화 시장에서 한국은 아시아권을 대표하는 시장으로 통한다. 지난해 마블 측은 ‘캡틴 아메리카’를 현지 시장인 북미보다 한국에 먼저 개봉했다. ‘겨울왕국’도 아시아권 중에서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꼽히는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먼저 개봉했다. ‘킹스맨’ 역시 자국 시장인 영국 다음으로 한국에 가장 먼저 작품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아시아권의 테스트 시장이라 불리고 한국 시장에서 흥행이 되느냐에 따라 아시아 국가 내 개봉 규모를 파악하고 광고비도 측정한다”며 “한국은 작품의 아시아 흥행 트렌드를 예측하는 척도가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영화계가 한국의 ‘킹스맨’ 열풍에 관심을 가진 건 사실이다. 시나닷컴 등 연예전문매체에서는 ‘킹스맨’의 인기 요인을 분석하는 등 각종 기사로 이 영화를 눈여겨 본 바 있다.
|
“심의 자체가 칼 같은” 중국 영화 시장에서 18세 미만은 볼 수 없는 ‘킹스맨’이 개봉된다. 과연 어떤 식으로 스크린에 상영될까. 중국 최대 동영상사이트 유쿠에 올라온 예고 영상을 보면 국내 개봉된 버전과 거의 흡사해 보인다. 액션신의 꽃인 ‘교회신’이 어떻게 그려질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섹슈얼의 끝’을 드러낸 “뒤로 하게 해줄게요”라는 대사 역시 나오지 않았지만 극중 에거시가 공주와 마주해 “지구를 구하고 오겠다”고 호언장담하는 장면은 담겼다.
일단 힌트를 얻을 곳은 ‘킹스맨’ 중국 버전 포스터다. ‘킹스맨’에 해당한 중국어는 ‘王牌特工’로 적혔는데 해석하면 ‘왕의 특사’ 정도다. ‘시크릿 에이전트’를 표현한 ‘特工字院’는 ‘특사의 미션’ 혹은 ‘특사의 임무’ 등으로 해석될 수 있다.
‘킹스맨’ 측은 3월 말 중국을 방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