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채수빈이 ‘역적’을 떠나보낸 소감을 이처럼 말했다. 채수빈은 16일 종영한 MBC 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극본 황진영, 연출 김진만)에서 길동(윤균상 분)의 연인 가령 역을 맡았다. 가령은 장녹수(이하늬 분)가 관기였던 시절 장녹수의 몸종으로, 이후 길동의 패거리에 합류했다. 조선시대 보기 드문 당찬 여성으로, 채수빈의 사랑스러움과 잘 맞아 떨어졌다. 길동과 장녹수가 이뤄질 수 없는 절절한 멜로였다면, 길동과 가령은 풋풋한 로맨스였다. 맑은 이미지를 지닌 채수빈이었기에 더욱 빛났다.
극적인 순간도 있었다. 길동을 압박하기 위해 연산(김지석 분)은 가령을 미끼로 삼았다. 가령은 결박된 채 장대에 올라 길동에게 자신을 화살로 쏘라고 소리쳤다. 위기에 순간 가령은 길동과 대의를 먼저 생각했다. 이는 ‘역적’의 클라이맥스로, 1회와 27회 두차례 등장했다. 똑같은 장면이지만 동일한 촬영 분은 아니다. 1회 장면은 합천 황매산에서, 27회 장면은 문경에서 촬영했다. 합천서 촬영할 당시 한겨울로, 입이 얼어 대사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첫 촬영이 장대 신이었어요. 캐릭터도, 상황도 모두 상상으로 감정을 끌어내려고 노력했죠. 두 번째 촬영 땐 노력하지 않아도 감정이 올라왔어요. 이 드라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에요. 안대를 썼기 때문에 길동의 목소리가 더 처절하고 슬프게 와 닿았어요.”
상대역 윤균상과 생애 첫 키스신을 촬영했다. 처음엔 어색했다고.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역할에 몰입할 수 있었다. 그는 “윤균상은 (그가 출연한 tvN 예능프로그램)‘삼시세끼’ 속 모습과 똑같다. 순한 사람”이라면서 “덕분에 편안하게 연기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역적’ 최종회에 등장한 흥겨운 엔딩 장면도 김진만 PD의 아이디어였다. 윤균상, 이하늬, 김지석 등 주연 배우들을 비롯해 조·단역, 스태프까지 춤을 췄다. 수줍게 팔을 흔들었던 채수빈은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귀여운 후회(?)를 하면서 “분장한 PD님이 숨어 있다. 한 번 찾아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덕분에 좋은 추억이 생겼다”고 웃었다.
2014년 MBC 단막극 ‘원녀일기’로 데뷔한 채수빈은 KBS2 ‘파랑새의 집’(2015), KBS2 ‘발칙하게 고고’(2015), KBS2 ‘구르미 그린 달빛’(2016)에 이어 ‘역적’까지 착실히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틈틈이 영화와 공연을 병행해 데뷔 이후 쉴 틈이 없었다. 동물을 좋아하는 그는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아프리카를 꼽았다. 그는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하지만 연기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천생 배우였다.
|
어느새 방송가가 주목하는 20대 배우로 성장한 채수빈은 일찌감치 차기작을 결정했다. 7월 방송 예정인 KBS2 새 금토 미니시리즈 ‘최강 배달꾼’(극본 이정우, 연출 전우성)이다. 건대 연극영화과 선배 고경표와 함께 호흡을 맞춘다.
“고경표 선배와 안면만 있는 사이에요. 주변에서 유쾌하고 재미있는 분이란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드라마에서 티격태격 로맨스를 그려나갈 텐데 기대하고 있어요. ‘역적’ 가령이처럼 당차면서도 또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인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