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드 1위·평균자책 0' 김대유, 데뷔 11년 만에 찾아온 전성기

  • 등록 2021-04-28 오전 9:54:10

    수정 2021-04-28 오전 9:54:10

27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와 LG의 경기. 8회초 2사 만루 상황에서 LG투수 김대유가 롯데 오윤석을 삼진아웃 시킨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LG트윈스에 새로운 필승조가 탄생했다. 바로 프로 데뷔 11년 만에 전성기를 맞이한 ‘좌완 사이드암’ 김대유(30)다.

김대유는 2021년 KBO리그 시즌 초반 가장 주목받는 선수다. 27일 경기까지 마친 현재 10경기에 등판한 김대유는 8홀드로 홀드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9⅓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제로다. 1실점을 내줬지만 비자책이다. 올 시즌 10경기 이상 등판한 투수 가운데 평균자책점 0은 김대유와 키움 김성민, 단 2명뿐이다.

9⅓이닝을 던지면서 피안타는 단 1개만 허용했다. 피안타율이 0.034에 불과하다. 이닝당 출루허용율(WHIP)도 0.21밖에 되지 않는다. 실점은 물론 출루 자체를 허락하지 않는 완벽한 모습이다.

김대유의 진가가 빛난 경기는 27일 잠실 롯데전이었다. 4-0으로 앞선 LG는 8회초 셋업맨 정우영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정우영은 극심한 제구 난조를 드러내며 볼넷 3개로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4점 차 리드를 안고 있었지만 큰 것 한 방이 터지면 충분히 경기가 뒤집힐 수 있었다. 류지현 LG 감독은 최대 승부처에서 김대유를 선택했다. 롯데는 좌완 김대유를 상대하기 위해 오른손 타자 김민수와 오윤석을 잇따라 대타로 내세웠다. 하지만 김대유는 두 대타를 연속으로 삼진 처리하면서 이닝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오윤석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순간 김대유는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두 번이나 크게 소리를 지를 정도로 기쁨이 컸다. 김대유가 위기 순간을 잘 막아준 덕분에 LG는 롯데를 4-0으로 누르고 단독선두에 복귀했다.

김대유는 ‘대기만성’의 좋은 예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201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18순위로 넥센(현 키움)에 지명됐다. 지명 당시에는 왼손 정통파 투수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187cm에서 내리꽂는 빠른 공이 돋보였다. 당시 김시진 넥센 감독도 김대유의 가능성을 눈여겨봤다.

하지만 프로 인생은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았다. 결국 지명받은 넥센에선 1군 데뷔도 하지 못하고 여러 팀을 떠돌아다녔다. SK를 거쳐 kt 유니폼을 입었다. 활약은 여전히 신통치 않았다. 2014년과 2017년 SK에서 각각 9경기, 6경기 등판한 것이 전부였다.

kt로 팀을 옮긴 2019년부터 조금씩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21경기에 나와 27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 2.33을 기록했다. 그때 활약을 주목한 LG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김대유를 영입했다.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LG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2020년에는 3경기 등판에 그쳤지만 올 시즌은 잠재력이 완전히 폭발하면서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그동안 김대유의 가장 큰 약점은 제구였다. 지난 시즌까지 45⅔이닝을 던지면서 볼넷을 34개나 허용했다. ‘가만히 서 있으면 볼넷으로 나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는 제구를 완전히 잡았다. 9⅓이닝 동안 볼넷이 단 1개뿐이다. 더는 볼넷이 되길 기다릴 수 없는 투수가 됐다.

김대유가 강력한 투수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변화를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로 선수로 활동하면서 쓰리쿼터 형태의 팔 높이를 더욱 낮추는 모험을 감행했다. 이번 시즌에는 좌타자를 더욱 어렵게 만들기 위해 발 스텝을 크로스로 바꿨다. 상대 좌타자는 공이 몸에 더 가깝게 들어오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맞을까 봐 움찔하다 보면 공은 어느새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와 있다. 기술적으로 안정감 있는 발 위치를 찾으니 제구 불안도 자연스레 사라졌다.

같은 팀의 오지환은 “김대유의 공은 좌타자 입장에서 시선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서 “순간 공이 내 등 뒤로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하지 않는다면 상대하기 힘든 공이다”고 덧붙였다.

물론 그러한 성공에는 2군과 스프링캠프 동안 저녁 휴식시간도 반납하고 개인훈련에 몰두했던 노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류지현 감독은 “김대유가 매일 저녁 실내에서 혼자 그물망을 갖다놓고 원하는 곳에 던지는 연습을 해왔다”며 “연습을 통해 감각적인 부분이 좋아졌다고 본다”고 칭찬했다.

김대유는 “솔직히 변화를 한다는 것이 두려웠고 불안했다”면서 “하지만 겨울 동안 계속 공을 던지다 보니 감각이 생기고 확신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커브 제구가 잘 안됐는데

끊임없이 믿음을 심어준 구단의 노력도 김대유를 자극했다. 류지현 감독과 경헌호 투수코치는 ‘편하게 하라’, ‘할 수 있는 자질이 있다’, ‘자신 있게 공격적으로 하라’는 말로 계속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특히 데이터 팀을 통해 자신의 변화구 공 궤적을 자세히 확인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김대유는 “데이터를 확인하고 나서 내가 남들이 안던지는 곳에서, 남들이 안던지는 궤적으로 던지는 투수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대유는 야구 2세다. 아버지는 김종석 부산중 감독이다. 과거 부산고 시절 고교 최고 에이스로 이름을 날렸고 프로에선 1980년대 롯데 자이언츠의 왼손투수로 활약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상처를 받을까 봐 예전엔 야구 얘기를 잘 안 했다. 하지만 올해 야구를 잘하게 되면서 야구에 대한 조언도 더 자주 하고 있다.

김대유는 “지난번에 통화했을 때 아버지가 ‘거기 던지면 홈런이야, 운이 좋았다’라고 말을 해주시더라”고 웃은 뒤 “아버지가 제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시니까 그냥 마음 편하게 하라고 늘 얘기해주신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미 프로 11년 동안 세 번이나 유니폼을 갈아입은 김대유는 LG에서 붙박이 선수로 자리 잡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그는 “LG에서 오랫동안 머물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올 시즌 시즌을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대유는 자신이 던진 공에 얼굴을 맞고 안와골절 부상을 당한 두산 포수 박세혁에 대한 미안함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박)세혁이 형의 사구 부상이 아직 마음에 남아 있다”며 “다시 한번 세혁 형의 가족과 팬들께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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