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본고장 할리우드, 그 안에서도 정점에 자리한 오스카는 영화배우라면 누구나 바라는 꿈의 무대다. 그 무대를 첫 영화로 운좋게 경험한 박유림은, 없던 목표가 생겼다며 이 같이 말했다.
최근 이데일리 사옥에서 만난 박유림은 지난 3월 열린 제94회 아카데미시상식 후일담을 들려줬다. 박유림은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였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에 출연한 배우로 시상식에 초대됐다. 출연한 영화가 상까지 받으며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영광스러운 순간을 두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오스카 경험이요? 그 감정을 어떤 단어로 설명하면 좋을까요.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요. 무수한 감정이 들었죠. 언젠가 꼭 다시 제 이름이 불리는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박유림은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언어장애를 가진 유나를 연기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단편을 영화화한 ‘드라이브 마이 카’는 상실의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서로의 아픔을 나누며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박유림은 극중 언어장애를 가진 한국인 배우로, 연출가 겸 배우인 주인공이 무대에 올리는 다국적 언어의 연극(체호프의 ‘바냐아저씨’)에 출연하는 유나라는 인물을 맡았다.
“이상하게도 수어가 어렵다고 느껴지지 않았어요. 외국어를 배우듯이 익혔던 것 같아요. 첫 영화라 단순히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일본 영화라든지 수어에 대한 어려움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드라이브 마이 카’를 촬영하면서 처음 제 자신이 쓸모 있는 존재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오디션 현장에서 만났던 친구들이 하나 둘 씩 앞서가는 모습을 보면서 어느 순간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져 있었거든요. 영화에 나오는 연극인 ‘바냐아저씨’에 보면 ‘그 어두운 숲길을 걷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등불을 발견하면 아프게 하는 가시덤불이랑 무서움이랑 그런 것들을 전혀 느끼지 못할 거예요’라는 대사가 있는데요. ‘바냐아저씨’가 유나에게, ‘드라이브 마이 카’가 제게는 등불이었죠.”
‘드라이브 마이 카’는 촬영 과정도 특별했다. 작품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디렉팅은 박유림이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다. 영화에 보면, 배우들이 감정을 배제한 채 대본 리딩을 반복하는 모습이 나온다. 실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디렉팅 스타일이다.
“촬영을 할 때까지 대본 리딩을 계속해요. 뉘앙스가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감독님이 바로 캐치해서 알려주죠. 연기 연습을 안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첫 촬영을 위한 섬세한 준비 과정이에요. 감독님은 카메라에 담기는 ‘첫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첫 촬영 때 그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던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에 나오는 낸시라는 캐릭터를 좋아해요. 보기와 다르게,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행동하는 매력적인 여성이죠. 낸시처럼 원하는 작품, 원하는 연기를 위해서 행동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