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엽은 쉽게 목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말 보다는 행동을 우선으로 하는 선수다. 홈런도 마찬가지다. “전성기 시절엔 홈런을 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홈런이 나올 확률이 조금 높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홈런을 노린다고 될 일은 아니다. 안타가 나오는 과정에서 홈런도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던 그다.
하지만 이번엔 홈런을 노려보겠다고 했다. 1차 목표는 30개. 달성하게 되면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40대 선수가 30홈런을 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승엽은 이를 위해 18일 하와이로 떠나 개인 훈련에 돌입했다. 열흘간의 일정을 마치면 대구로 내려가 라이온즈 파크에서 훈련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런데 목표를 향해 가는 이승엽의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신중하고 침착하게 접근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혹 잘못된 길이라면 돌아 갈 생각까지 하고 있다.
이승엽은 올 시즌 타율 3할3리, 27홈런 118타점을 올렸다. 타고투저 시즌이었다 해도 마흔의 나이를 감안하면 충분하고도 남는 성적이다. 이 틀을 완전히 깰 생각까진 없는 것이다.
이승엽은 “새로운 시도를 해보다 무리다 싶으면 원상 복귀를 할 생각이다. 괜한 욕심 때문에 시즌을 망쳐선 안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홈런에 대한 도전 의식이 매우 강하다고는 볼 수 없는 멘트다. 그렇다면 이승엽은 왜 홈런에 도전해 보겠다고 먼저 선언했던 것일까. 그의 다음 이야기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도전 과정에서 실패할 수도 있지만 시도는 반드시 해 볼 것이다. 도전을 해야 동기 부여도 되며 더 열심히 할 수 있다.”
풀이해 보면 이승엽 스스로도 홈런에 대한 욕심을 내는 것이 성공으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확신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그는 먼저 목표를 이야기 했다. 자칫 만족의 덫에 걸려 피가 끓지 않고 심장이 뛰지 않을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으로 흥분을 깨어내고, 그런 노력을 밑바탕으로 마지막 해를 잘 마무리 하겠다는 것이 이승엽의 구상이다. 이런 그의 땀은 홈런, 그 이상의 결과로 돌아올 가능성을 높여주지 않을까.
▶ 관련기사 ◀
☞ '훈련 개시' 최형우, 타격 훈련 시기 앞당긴 이유
☞ 최형우, 유니폼 갈아 입은 9번째 황금장갑 주인공
☞ 삼성 잇단 보상 선수 실패, FA 효과 반감되나
☞ 'LG맨' 차우찬, 잠재력의 가격은 얼마일까
☞ LG, 차우찬 영입으로 기대하는 효과 2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