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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겨울에 강한 팀이기는 했다. 명장 김응용 감독 선임에 이은 FA 정근우 이용규 영입까지. 여기에 올 해는 ‘야신’ 김성근 감독이 한화 유니폼을 입으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 FA 3인방(배영수 권혁 송은범) 등 굵직한 이슈는 이어졌다.
여기에 선수협화 비활동기간 훈련 문제로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다른 구단들과 보이지 않는 신경전까지 펼쳐졌다. 김성근 감독 부임 전 논의되던 트레이드가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 모 팀은 방출을 언급했던 선수의 거취를 차일 피일 미루다 결국 재계약으로 방향을 틀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과 관련된 일이라는 해석이 정설로 통하고 있다.
김 감독은 아우라가 강한 감독이다. 훈련량도 많다. 김성근 스타일 야구에 대한 각 구단의 경계심은 벌써부터 강력한 견제로 이어지는 느낌이다. 프로야구 역사상 만년 꼴찌팀이 이 처럼 주목받는 경우가 있었는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벌써부터 ‘공공의 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모든 팀들이 ‘한화에 질 수 없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할 것이라는 이른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한화와 다른 야구로 한화를 이겨보고 싶다는 의지 또한 여러 곳에서 읽힌다.
만년 꼴찌 팀 입장에선 버거운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걱정만 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 야구 못했을 때는 더 했다. 조금 의미는 달랐지만 ‘한화에 지면 안된다’는 의식은 모든 팀 들이 갖고 있었다. 꼴찌 팀에 패하면 1패 이상의 충격이 오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다승 10걸 안에 든 11명의 투수 중 한화전 등판이 가장 많았던 투수는 4명이나 된다. 2위 선수가 3명이고 3위 2명이 뒤를 잇고 있다. 한화에 약했던 20승 투수 밴헤켄(8위)과 LG 우규민(6위) 정도만 많이 만나지 않았을 뿐, 각 팀 1선발급 투수들과 참 많이도 경기를 치러야 했다.
특히 밴덴헐크, 윤성환 유먼 등에게는 이 보다 더 좋은 팀이 없었다. 김광현도 이들 보다 1승 적은 3승을 수확하며 자신의 훈장을 늘렸다.
이들이 한화전에 특히 많이 나왔다는 건 등판 비율에서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8팀을 상대해야 하니, 평균으로 치면 1/8, 즉 12.5%가 평균이다. 그러나 이 평균에 밑도는 투수는 밴헤켄과 우규민 둘 뿐이었다.
대부분 선수들은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등판 비율을 보였다. 김광현 유먼 찰리 등은 최고 수준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화를 잡기 위해 특별히 더 많이 투입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14시즌은 우천 취소가 많은 한국 야구 특성에 강제 휴식일까지 더해지며 투수 로테이션 조정이 유독 많았던 시즌이다. 그만큼 에이스를 효율적으로 쓰려는 감독들의 지략이 더 복잡하게 돌아갔다. 그 와중에 한화가 어려움을 겪은 것은 물론이다.
한화가 나머지 구단들의 견제에 특별히 더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뭘 더 견제받기 어려울 만큼 어려운 투수들을 많이 상대해야 했던 것이 한화의 현실이었다.
김 감독은 SK 시절 4월부터 전력질주를 하며 앞서나간 뒤 승수 관리를 하는 스타일을 택했다. 많은 팀들이 한참 앞서 있는 SK를 잡으려 하기 보다 나머지 경기에 더 주력했다. 과연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한화에서도 같은 전략이 통할 수 있을까. 이제 시계는 100일 안쪽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