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경은 2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다시 마이크를 잡는다는 것이 행복하고 설렐 줄 알았는데 오히려 겁나고 두려웠다”라며 “‘살아 있다’는 감정을 느끼고 싶어 노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누군가의 ‘엄마’라 불리기보다 한 명의 ‘여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남겼다.
양수경은 1998년 당시 소속사 대표와 결혼하고 이듬해 아홉 번째 앨범 ‘후애’를 남긴 뒤 은퇴했다. 십수 년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그의 이름이 다시 수면 위로 오른 건 2013년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이다. 사업실패 등의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양수경은 자신을 집요하게 좇는 가십과 싸웠다. “2년 동안 TV도 보지 않을 정도로 눈과 귀를 닫고 살았다”라며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 폐소공포증을 앓았다.
양수경은 “힘이 되어준 것은 현재 미국에서 유학 중인 세 명의 아이들”이라며 “첫째가 스물하나고 둘째가 열아홉, 셋째가 열일곱이다. 엄마가 노래하는 모습을 못 봐서 ‘나도 가수였다’라고 말하면 잘 안 믿는다”라며 웃었다.
17년 만의 컴백이 순탄할 리가 없었다. 다시 가수 활동을 하기로 마음은 먹었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현 소속사 식구들과 함께 노래방에 갔다가 ‘별로다’라는 핀잔도 들었다. 다음날부터 성악가를 찾아가 호흡법부터 다시 배웠다. 또 어느새 불어난 몸을 추스르기 위해 체중을 14kg가량 뺐다. 현재는 전성기 못잖은, 50대라는 나이가 무색한 미모다.
양수경은 과거 은퇴한 이유로 “그때는 쉬고 싶었다”며 “여섯 살 때부터 가수를 꿈꿨고 그것을 이뤘는데 밤낮없이 노래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밝혔다. 연예인으로 사는 것은 흔한 커피전문점조차 가지 못할 정도로 매사에 조심스러웠다.
양수경은 지난달 9일 미니앨범을 발표했다. 타이틀곡은 ‘사랑 바보’다. 하광석 프로듀서가 직접 작사·작곡·편곡했다. 사랑 때문에 상처받고 이별에 지친 이가 “이제는 떠나달라”고 애원하는 곡이다. 앨범에는 히트곡 ‘사랑은 창밖에 빗물 같아요’를 비롯해 가수 나훈아의 ‘갈무리’, 여진의 ‘그리움만 쌓이네’ 등의 리메이크곡이 담겼다.
양수경은 오는 27일 방송하는 KBS1 ‘콘서트7080’에 출연해 70여 분간 무대를 꾸민다. 또 자신의 이름을 딴 콘서트와 디너쇼 등을 기획하는 중이다. 활동 기지개를 켠 만큼 “제대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팬 미팅도 계획했으며 일본 진출도 타진 중이다. 그는 1991년 NHK가 선정한 5대 스타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인기 있었던 원조 K-POP스타다.
양수경은 “여가수는 무대 위에서 신비함과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라며 “20대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예뻤던 모습을 기억하는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기대도 되고 겁도 난다”며 걱정했다. 이어 “이왕 활동을 시작했으니 예쁘게 보이고 싶다. 화장품 모델도 했으면 좋겠다”며 포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