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경찰 공개지지, 인권 탄압 정당화?…논란 겹친 '뮬란', 국내 흥행은 어떨까

  • 등록 2020-09-16 오전 11:00:00

    수정 2020-09-17 오전 10:59:46

(그래픽=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디즈니 실사(라이브액션)영화 ‘뮬란’이 17일 국내에서 첫 공개되는 가운데 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국내 흥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뮬란’은 중국의 화목란 설화를 소재로 1998년 제작된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지난해 홍콩경찰의 시위진압을 지지한 주인공 류이페이(유역비) 발언에 이어, 최근 엔딩 크레딧을 통해 중국의 소수민족 탄압을 정당화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질타를 받고 있다.

논란은 중국 정부의 ‘뮬란’ 보도 금지 지침, 관련 의혹에 대한 미국 의회의 해명 요구로 이어지며 확산되고 있다. 미국 의회는 최근 디즈니에 ‘뮬란’의 엔딩 크레딧에 명시된 기관들에 대한 계약 및 협력 내용, 해당 지역에 제기된 소수민족 감시 및 구금 의혹 인지 여부, 해당 지역에서 촬영을 추진한 배경, 중국 내 디즈니 자회사의 역할, 디즈니의 사회적 책무 등에 대해 해명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디즈니 실사·애니 수입 및 관람객 실적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잇단 논란에 암초 만난 ‘뮬란’ 흥행 빨간불?

국내 흥행도 불투명해졌다. 디즈니 실사영화는 그 동안 ‘미녀와 야수’ 515만명, ‘알라딘’ 1272만명, ‘라이온 킹’ 474만명으로 국내에서 호성적을 기록했기에 일찌감치 ‘뮬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에 논란까지 겹치면서 출발부터 삐그덕거리고 있다.

‘뮬란’의 논란은 국내에서도 보이콧 운동을 확산시키고 있다. ‘세계신민선언’ 등 시민단체는 지난 7월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본사 앞에서 보이콧을 선포하고 지난달 31일에는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극장들에 개봉 취소를 촉구하는 항의 서한을 보냈다. 디즈니는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국내 홍보사 역시 이와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언론보도를 통한 홍보에만 집중하는 소극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그러나 ‘뮬란’을 둘러싼 논란 자체가 흥행에 타격을 줄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인권 탄압은 민감한 문제지만, 주인공의 발언이나 엔딩 크레딧의 감사 대상을 둘러싼 논란은 작품 외적인 문제로 관객들이 별개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앞서 ‘나랏말싸미’ ‘브이아이피’ ‘군함도’ 등의 영화가 역사 왜곡, 혐오 조장 등 논란으로 좌초됐던 것과 다르다. 관객들은 작품 내용과 관련한 논란에는 박하게 평가를 했지만 작품 외적인 논란에는 그때그때 반응이 달랐다. ‘인랑’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처럼 각각 190억원, 60억원을 들인 영화들이 관객 100만명의 문턱도 밟지 못하고 참패를 한 경우도 있지만, ‘82년생 김지영’ ‘캡틴 마블’처럼 논란과 평점 테러를 딛고 흥행을 거둔 영화도 적지 않다.

오동진 평론가는 “내용 상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면 흥행이 어려울 수 있지만 영화는 논란으로 흥행의 성패를 점치기 어려운 콘텐츠”라며 “개봉 초반 긍정적 또는 부정적 분위기를 몰아가는 입소문이 점점 더 영화의 흥행을 좌우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성은 평론가는 “사전 정보가 없는 영화에 대해 평점 테러를 하거나 혹평하면 선입견을 갖게 해 영화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뮬란’은 과거에 검증된 작품의 리메이크 영화로서 관객에게 이미 어느 정도 신뢰감과 기대감이 형성돼 있는 것 같다”며 “이번 논란으로 의식적으로 영화를 보려고 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오락물로 즐기려는 사람들도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디즈니는 왜 계속 실사영화를 제작할까

디즈니는 2010년 팀 버튼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시작으로 올해 ‘뮬란’까지 매년 한, 두 편씩 실사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디즈니가 실사영화 제작에 열중하는 배경은 우선 흥행 타율이 높아서다. 디즈니는 실사영화 제작으로 큰 수익을 거두고 있다. 북미의 박스오피스 집계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디즈니의 최근작인 ‘라이언 킹’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16억 달러를 벌어들여 1994년 애니메이션(9억 달러)보다 2배 가까운 수입을 올렸다. ‘알라딘’도 5억 달러에서 10억 달러로, ‘미녀와 야수’도 4억 달러에서 12억 달러로 애니메이션이 실사화 과정을 거치며 2배, 3배 이상의 매출을 거뒀다.

이는 검증된 원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리메이크의 범주에 속하는 실사영화는 검증된 원작을 바탕으로 완성도와 흥행력 측면에서 일정 부분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닌다. 특히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보편적인 주제와 ‘캔 유 필 더 러브 투나잇’(‘라이온 킹’) ‘어 홀 뉴 월드’(‘알라딘’) ‘뷰티 앤 더 비스트’(‘미녀와 야수’) 등 유명 뮤지컬 넘버에 힘입어 국적과 세대를 넘어선 인기를 누렸다. 여기에 상상의 세계를 현실로 바꿔놓은 것 같은 실사화 작업이 매력을 더했다는 평가다.

윤 평론가는 “애니메이션 원작들이 가진 네임밸류를 바탕으로, 과거에는 애니메이션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세계관을 CG 기술의 발달로 리얼하게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애니메이션을 봤던 어른과 실사영화를 보는 아이 양쪽 모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디즈니 실사영화는 옛 것에서 추억을 찾거나 또는 새로움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사회 전반으로 확산 중인 레트로, 뉴트로 열풍과도 맥을 같이 한다.

실사영화는 디즈니의 잠재 고객 확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콘텐츠로 여겨진다. 디즈니는 지난해 OTT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를 론칭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영화 소비 형태가 극장 관람에서 OTT 시청으로 바뀌면서 디즈니플러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디즈니는 극장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이달 초 북미와 유럽에서는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뮬란’을 공개했다. 오 평론가는 “코로나19가 초래한 콘텐츠 산업의 지형 변화가 디즈니로 하여금 콘텐츠의 다각화를 고민하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21세기폭스 등과 합병에 따른 재무부담이 있는 데다 테마파크의 손실이 커지면서 새로운 수익 창출에 대한 부담이 있을 거다. ‘뮬란’의 경우처럼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되는 실사영화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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