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여제' 김가영, 하늘나라 떠난 할머니에 바친 눈물의 트로피

  • 등록 2023-01-05 오후 12:38:10

    수정 2023-01-05 오후 7:27:52

프로당구 LPBA에서 개인 통산 5번째 우승을 달성한 뒤 트로피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당구여제’ 김가영. 사진=PBA 사무국
[고양=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하늘나라로 떠난 할머니에게 우승 트로피를 바치고 싶어요.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한 번도 뭔가 제대로 해드리지 못했는데 너무 죄송한 마음이에요”

‘당구여제’ 김가영(40·하나카드)의 눈에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애써 웃으려고 해도 목소리는 계속 떨렸다.

김가영은 5일 새벽 경기도 고양시 소노캄 고양에서 막을 내린 프로당구 2022~23시즌 6차전 ‘NH농협카드 챔피언십’ LPBA(여성부) 결승전에서 김예은(24·웰컴저축은행)을 3시간여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4-3으로 누르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프로 원년인 2019~20시즌 6차전(SK렌터카 챔피언십) 첫 우승을 시작으로 통산 5번째 우승이다. 본인이 가진 LPBA 부문 최다 우승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2022~23시즌에만 벌써 2승을 따냈다.

이번 우승이 더 놀라운 이유는 따로 있다. 김가영은 대회 도중 친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강원도 원주에 마련된 빈소와 대회가 열린 경기도 고양시를 오가며 고군분투했다. 지난 3일에는 할머니 발인을 마치자마자 부랴부랴 이동해 제대로 준비도 못하고 4강전을 치렀다.

빼어난 패션감각을 자랑하는 김가영은 이번 대회에서 줄곧 상하의 검은색 의상에 상주 머리핀을 꽂고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당구대 앞에서 김가영은 강했다. 한없는 그리움을 가슴에 품고 차곡차곡 승리를 쌓았다. 우승 트로피를 할머니에게 바칠 수 있게 됐다.

결승전에서도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했던 김가영은 우승 확정 순간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시상식 내내 우느라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할 정도였다. 포켓볼 선수 시절부터 수많은 우승을 차지해도 울지 않았던 김가영도 이날은 어쩔 수 없었다.

김가영도 “원래 우승해도 잘 안우는데 오늘은 눈물이 계속 나온다”며 “무한한 애정을 주셨던 힐머니가 하늘나라에 가셨다. 바쁘다는 핑계로 한 번도 뭔가 제대로 해드리지 못했는데 이 우승 트로피를 할머니에게 바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가영이 가슴이 무너지는 슬픔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경험’ 때문이다. 포켓볼 선수 시절부터 수많은 큰 경기를 치르면서 쌓인 내공은 누가 쉽게 흉내낼 수 없었다.

김가영은 “경기장에서 만큼은 머리든, 마음이든 비워내려고 노력했다. 이번 주 내내 그랬던 것 같다”며 “뭘 더 어떻게 해야지라는 마음을 갖는 순간 더 못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별하려고 했고, 할 수 있는 것을 잘 하려고 노력했다”며 “기회가 왔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놓치지 말자는 마음의 준비를 계속 하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김가영은 포켓볼 세계랭킹 1위 시절부터 수많은 도전을 받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진짜 강점이 멘탈이기 때문이다. 그 멘탈은 오랜 경험을 통해 단단하게 굳어졌고 3쿠션으로 전향한 뒤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김가영은 “어릴 때부터 누군가에게 쫓기는 느낌 속에서 살았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며 “실력이 당연히 있어야 하지만 결국 경험인 것 같다, 늘 쫓기는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노력들이 지금의 나를 돕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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