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맞상대' 버넷, 너클커브가 '양날의 검'인 까닭

  • 등록 2014-04-22 오후 4:03:49

    수정 2014-04-23 오후 2:48:24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류현진(27·LA다저스)이 시즌 6번째 선발등판 경기에서 백전노장 우완투수 A.J. 버넷(37·필라델피아 필리스)을 상대로 4승에 도전하게 된다.

류현진(3승1패 평균자책점 1.93)과 버넷(무승1패 2.74)은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LA 다저스 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4연전 2차전에서 격돌한다.

앞서 ESPN은 메이저리그 4주차 선발투수 가치 평가에서 58점을 받은 류현진을 18위, 59점의 버넷은 16위에 올려놓으며 박빙의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무명에서 별로’ 버넷이 걸어온 길

류현진의 다음 상대인 버넷은 지난 1995년 프로에 데뷔한 뒤 올해로 메이저리그에서만 16년을 뛰고 있는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지난겨울 은퇴설이 나돌았으나 번복하고 필리스와 1년 1600만달러(2015년 옵션)짜리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고 현역생활을 연장했다.

풀네임은 ‘앨런 제임스 버넷’으로 줄여 A.J. 버넷이라고 부른다. 통산 147승(133패 평균자책점 3.98 2195탈삼진 등)에 노히트게임 기록까지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지만 사실 버넷은 프로 입문 전 아마추어 기록이나 그 흔한 타이틀 하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무명에 가까웠던 선수다.

아칸소주 노스 리틀 록에서 태어난 버넷은 지역의 ‘센트럴 아칸소 크리스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95년 드래프트된다. 그해 뉴욕 메츠의 8라운드 선수로 프로에 뛰어들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싱싱한 어깨와 6피트4인치(193cm)-225파운드(102kg)의 당당한 체구에서 알 수 있듯 타고난 피지컬(신체·운동능력)은 스카우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아마추어 시절 아는 사람만 아는 철저한 무명에 가까웠던 그의 야구인생에 전환점이 찾아온 건 그 유명한 1997년 월드시리즈(WS) 우승 후 단행된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 말린스)의 ‘팀 분해’ 파이어세일이었다.

버넷은 이 태풍에 휘말려 1998시즌 전 메츠에서 말린스로 트레이드됐고 말린스에서 1999년 처음 더블A로 뛰어오른 뒤 꿈에 그리던 빅리그 무대까지 한 번에 밟게 된다. 그의 나이 만 22세였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유니폼을 입은 A.J. 버넷이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말린스 구단이 아니면 힘든 그야말로 깜짝 발탁이었다. 그해 더블A 포틀랜드 씨독스 소속으로 ‘6승12패 평균자책점(ERA) 5.52’ 등으로 부진했으나 유명선수들을 모조리 팔아치우고 대대적인 유스무브먼트에 들어간 팀 정책에 따라 메이저리거로 거듭나는 행운을 누렸다.

일종의 모험수였지만 원석 발굴과 끌어올리기에 일가견이 있는 말린스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다. 버넷이 큰물에서 잘 어울리는 대어였음은 곧 증명된다. 말린스에서 100마일(약 161km)을 던지는 강속구 선발투수로 각광받으며 무럭무럭 성장했고 2006년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거쳐 2009년 뉴욕 양키스, 2012년과 작년에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한 축으로 활약했다.

버넷의 야구인생에서 가장 못 잊을 날은 지난 2001년 5월12일이다. 당시 샌디에고 파드레스를 맞아 3-0의 노히트게임을 던졌다. 공은 불같이 빠르지만 로케이션(제구)이 좋지 않았던 젊은 시절을 반영하는 무려 9개의 볼넷(7탈삼진)이 남발된 다소 쑥스러운 노히트게임이었지만 본인은 어떤 순간보다 짜릿했다고 회상한다.

2003년은 ‘토미 존 서저리(팔꿈치인대접합수술)’를 받고 최대위기를 맞았으나 이를 불식시키듯 돌아온 2004시즌 전광판에 102마일(164km)을 찍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10여년 전 플로리다 시절 ‘조시 베켓(33)-브랫 페니(35)-라이언 뎀스터(36)’ 등과 최강의 영건시대를 활짝 열었고 토론토로 이적해서는 로이 할러데이(36)와 원투펀치를 이뤘다. 2008년 겨울 5년 8250만달러의 조건에 양키스와 장기계약을 맺고 노쇠화 및 먹튀 논란에 휩싸였으나 30대 중반에 들어선 피츠버그에서 멋지게 부활했다.

버넷은 커리어 내내 팔꿈치 등 부상 우려가 뒤따랐지만 사실 그만큼 꾸준했던 투수도 드물다. 서른 줄에 들어선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30경기 이상 선발 등판하는 철완(통산 2376.2이닝 2195탈삼진)을 자랑하고 있다.

불같은 강속구와 너클커브의 ‘양면성’

버넷하면 100마일의 강속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패스트볼(빠른공) 구속에 자신이 넘치던 2000년대 초반에는 패스트볼 구사비율만 70%를 넘은 적도 2시즌이나 있다. 공이 가장 빨랐던 2005년에는 시즌 평균구속이 선발투수라고는 믿기 힘든 95.6마일(약 154km)을 찍었다.

나이가 들면서 구속이 꾸준히 내려가고 있지만 지난해 92.5마일, 올해 91.1마일로 아직 건재하다. 연륜이 가져다주는 제구력의 향상은 구속저하를 상쇄하고 남는다.

버넷은 4가지 구질을 구사한다. 포심 패스트볼과 싱커, 커브(너클커브) 및 체인지업 등이다.

싱커는 90마일 초반대를 보이고 주무기인 커브는 80-83마일을 형성한다. 88마일 정도 나오는 체인지업은 좌타자를 상대할 때 유용하게 쓰고 땅볼 유도용으로도 짭짤한 재미를 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커리어 초반에는 슬라이더도 간혹 보여줬으나 2008년 이후에는 전혀 구사하지 않고 있다.

많이 던지지는 않으나 체인지업 구사 시 뜬공 대비 땅볼 비율은 1:5를 넘을 만큼 효율적이다.

커브는 경계해야 할 1호 구종이다. 통산 커브로 헛스윙을 유도하는 비율이 44%에 이르고 있다. 각종 스카우팅 리포트에 따르면 커브가 잘 듣는 날에는 제대로 공략하기 힘든 투수가 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컨트롤이다. 그는 폭투 부문 2회, 몸맞는공(HBP) 허용 1회 등 로케이션과 관련해 불명예스러운 메이저리그 1위 기록을 몇 개 보유하고 있다. 수비는 최악 수준으로 투수 수비실책 33개로 2012년 8월까지 현역 최다였다.

반면 2008년에는 231탈삼진으로 아메리칸리그(AL) 1위에 오를 만큼 삼진 잡는 능력에 있어서만큼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버넷을 상대하는 다저스 타자들로서는 변화구 구사 시 연출되는 일종의 나쁜 버릇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스카우트는 “나이가 들수록 커브 등 변화구가 그의 손에서 빠져나갈 때 쉽게 읽히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다”며 “버넷처럼 압도적인 투-피치 스타일의 투수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버넷은 지난해 패스트볼(싱커)과 커브(너클 커브)의 구사비율이 약 94%(빠른공 58.5%-커브 35.4%)에 달했고 올해 역시 91%(63%-28.1%)에 육박하고 있다.

잘 쓰면 약이 되지만 한번 읽히기 시작하면 오히려 자신이 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구사비율이 높은 버넷의 너클커브는 ‘양날의 검’과 같은 성격을 지닌다.

따라서 다저스 타자들은 투구 시 버넷의 커브 타이밍을 잘 파악하거나 패스트볼만 공략하는 식으로 괴롭힌다면 3점 이상을 뽑아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변이 없는 한 류현진이 좌타자 주축의 필리스 타선을 6이닝3자책 이하의 퀄리티스타트로 막아준다고 볼 때 다저스 쪽으로 충분한 승산이 따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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